"투수 없어"…포수 출신 명장, 왜 안방마님부터 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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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우리 투수 없어."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25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하던 포수 박세혁(32)을 불러세웠다. 마무리 투수 홍건희(30)가 등 담 증세가 심해져 2군으로 내려간 뒤였다. 홍건희 전에는 최근 부진한 이영하(25)가 재정비를 위해 이탈했다. 급한 대로 김동주(20), 최지강(21), 박웅(25) 등 영건들을 불러올려 공백을 채운 상태였다.
김 감독은 "(박)세혁아, 우리 중간 투수 정말 없다. 네가 (최)승용이 6이닝은 끌어줘야 한다"고 진심이 가득 섞인 농담을 던졌다. 최승용은 25일 한화전에 이영하 대신 나설 대체 선발투수였다. 박세혁은 사령탑의 농담에 씩 웃었고, 최승용의 5이닝 무실점 호투를 리드했다. 타선이 터지지 않는 바람에 0-4로 졌으나 마운드 과부하는 막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평소 박세혁에게 엄한 편이다. 눈에 잘 보이는 만큼 평가도 엄격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나무라는 목소리를 자주 내곤 한다. 팀에 박세혁이 기댈 수 있는 베테랑 투수들이 적어진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한편으로는 포수가 팀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혼내는 만큼 박세혁의 고충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김 감독이다. 박세혁은 지난해부터 경험이 부족한 어린 투수들을 묵묵히 이끌어왔는데, 올해는 영건들이 더 많아져 신경 써야 할 게 더 많았다. 영건들과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들은 온전히 포수의 몫이 됐다. 그럴 때면 김 감독이 나서서 "세혁이가 정말 고생 많이 한다"며 편을 들어주곤 했다.
박세혁은 올해 102경기에서 750⅔이닝을 수비했다. LG 유강남(807⅓이닝), 키움 이지영(794⅔이닝)에 이어 포수 수비 이닝 3위다. 팀 내에서는 장승현이 143⅓이닝으로 2위고, 안승한이 52이닝, 박유연이 32이닝으로 뒤를 잇는다. 주전 포수인 것을 고려해도 박세혁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김 감독이 안방마님을 유독 더 신경 쓰는 또 다른 배경이다.
두산은 2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23살 영건들의 호투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선발투수 곽빈이 7이닝 1실점, 구원 등판한 정철원이 2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박세혁은 어린 후배들을 잘 리드한 것은 물론, 1-1로 맞선 6회초 1사 1, 2루 기회에서 우전 적시타를 쳐 결승타를 장식했다. 덕분에 두산은 4연패에서 벗어났다.
김 감독은 경기 뒤 "팀 마운드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매 경기 어린 투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고 박세혁을 따로 언급해 칭찬했다.
곽빈은 "세혁이 형한테 정말 고맙다. 세혁이 형이 사인을 낼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신뢰할 수 있었다. (고민해서 낸 사인들이) 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세혁이 형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박세혁은 "무슨 말이 필요한가. 곽빈은 지금 한국 최고"라고 화답한 뒤 "결승타 상황은 KIA 선발 임기영 선수가 오늘(27일) 직구 승부를 많이 하고 있었다. 병살타를 유도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내가 포수라면 변화구를 던지게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체인지업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 잘 맞은 것 같다. 팀이 연패였는데 연패에서 벗어나는 타점을 올려 기분이 더 좋았다. 남은 시즌도 공수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팀이 가능한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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