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이 '1할 타자'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 인천의 2만 관중이 똑똑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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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최주환(34‧SSG)에게 2022년 전반기는 악몽과 같은 시기였다. 타격 성적은 떨어지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타격에서는 어느 정도 자기 것이 정립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최주환이다. 그런 그에게 1할대 중반의 타율은 용납할 수 없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비시즌 동안 훈련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무슨 영문인지 오랜 기간 유지해왔던 타격폼이 그냥 망가져 있었다. 타이밍도 잘 안 맞았다. 결국 2군행도 경험했다. 최주환은 27일 인천 롯데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경력에서) 2군 생활도 남들보다 길게 했고, 그런 것을 이겨내고 FA도 하고 팀도 옮기고 해왔는데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면서 “번아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SSG는 최주환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선수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물론 중요했다. 두 차례, 총 38일의 2군행도 그렇게 결정됐다. 그러나 선수가 가진 역량, 앞으로 팀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그냥 포기할 자원이 아니었다. SSG가 대권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최주환의 공격력이 필요했다. 코칭스태프가 최주환을 살리기 위해 달라붙은 이유다.
최주환도 코칭스태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진영 타격코치는 최주환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보완하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 자신의 현역 말년을 생각하며 이런 저런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애썼다. 자신의 타격에 대한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었던 최주환은 “처음에는 너무 안 되다보니 다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조정기를 거치고 7월에 올라왔을 때는 마음가짐을 바꿨다. 내려놓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 코치는 7월 중순 당시 “최주환의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고 반등을 자신했었다. 연습 때 타이밍도 괜찮아지고 있었고, 이제 1군에서 증명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2군행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최주환의 공격적인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원형 SSG 감독은 최대한 자주 라인업에 넣으려고 애썼다. 팬들의 비판은 스스로 감수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SSG 코칭스태프는 ‘1할 타자’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감독님이 기다려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감사한 그 선수는 드디어 기대에 보답하고 있다.
최주환은 27일 인천 롯데전에서 말 그대로 영웅적인 활약을 했다. 이날 선발 2번 1루수로 출전한 최주환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5회 1사 만루에서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결정적인 안타였다. 이 적시타를 포함해 이날 2루타만 세 방을 때리며 4타점을 쓸어 담았다. 한 경기에 2루타 세 개를 때린 건 개인 경력에서도 한 번밖에 없었던 일이다.
타이밍이 안 맞고, 그러다보니 방망이를 빠르게 덮는 문제가 있었던 최주환은 이날 좌측 방향으로 두 개의 2루타를 날렸다. 이는 결과를 떠나 최주환의 타이밍적, 감각적 문제가 상당 부분 회복됐음을 증명하는 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최주환도 “안타가 나오고 안 나오고를 떠나서 내가 싸움닭처럼 타석에서 싸우고 있다는 그런 모습을 느낀다. 감각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8월 성적은 훌륭하다. 최주환은 8월 17경기에서 홈런을 치지는 못했지만 타율 0.364, 장타율 0.523, OPS(출루율+장타율) 0.963을 기록했다. 사실 SSG 타선이 8월 들어 주춤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쩌면 최주환이라는 예비 자원이 제대로 된 타이밍에 등장해 팀 타선을 끌어간 모양새가 됐다. 이는 단순히 경기 기록으로 살필 대목이 아니다. 만약 SSG가 원하는 그림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면, 의외로 크게 재평가될 활약상일 수 있다.
자기 타격만 좋으면 어느 타순에나 잘 어울리는 최주환이다. 최주환의 폭발은 SSG 라인업에 유연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2루나 1루도 소화할 수 있기에 기존에 많은 경기를 뛰었던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언제든지 경기 분위기를 일거에 바꾸는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중앙 내야수다. 당장 SSG에는 이런 유형의 중앙 내야수가 없다. 27일 인천에서 경기를 지켜본 2만 명이 넘는 양팀 팬들은, 왜 SSG가 최주환에게 집착했는지를 똑똑히 확인하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남은 시즌 아무리 잘해도 지금까지 까먹은 성적을 평균으로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최주환도 이를 안다. 그래서 끝맺음은 확실하게 하고 싶다. 최주환은 앞으로의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 “144경기가 끝난 뒤에도 팀은 가을야구를 남겨두고 있다. 그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좋고 그런 게 있다면 그때 이야기를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차근차근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잊고 있던 한 선수의 활약으로 SSG는 매직넘버를 또 하나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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