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의 위대한 도전? 무모한 도전?…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길, 거대한 도박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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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로 가는 코스는 근래 들어 비교적 정형화되어 있다. 일단 대다수는 2군, 특별한 경우는 1군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는다. 그리고 코치로서의 능력이 검증이 되면 차근차근 감독 후보군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어떤 지도자는 5~7년 만에, 어떤 지도자는 평생 안 되는 등 개인차가 있다.
이 과정을 모두 뛰어넘으려는 인물이 있다. 바로 최근 두산과 3년 총액 18억 원에 계약한 이승엽 신임 두산 감독이다. 선수 이승엽의 경력을 이야기하자면 며칠을 쉬지 않고 이야기해도 부족하다. 그러나 지도자 이승엽의 경력은 몇 시간을 이야기할 것도 없다. 프로에서 지도자 경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주로 방송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두산의 선택이 파격이기는 하다. 코치나 다른 분야의 지도자 경력이 없는 이에게 바로 감독을 맡긴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굳이 있다면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백인천 MBC 감독은 정식적인 코치 경력은 없지만, 사실 그 시대에는 감독이 더 어울리는 인사였다. 허구연 청보 감독이 하나의 사례로 남아있으나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재임 기간이 짧게 끝났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현 KIA 감독)이나 허삼영 전 삼성 감독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이 감독과는 사정이 또 다르다. 장정석 전 감독은 현대부터 프런트 생활을 오래 했다. 코치 경력은 없었지만 구단이 돌아가는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구단 리더십 의사 결정에도 어느 정도 관여했던 인사였다.
허 전 감독 또한 코치 경력은 없지만 전력분석에서 꾸준하게 활약했다. 장 전 감독과 허 전 감독은 코치로 호흡하지만 않았을 뿐, 선수들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것은 물론 구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왔는지를 잘 아는 내부 인사였다. 아예 두산과 인연이 처음인 이 감독과는 결이 다르다.
굳이 비슷한 점을 찾자면 찾을 수 있는 네 명의 인사 중 궁극적인 성공에 이른 지도자는 없었다. 이 감독은 말 그대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험난하게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위대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야구계 일각에서는 두산이 무모한 도전을 했다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결국 이 감독의 역량은 물론 프런트와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통 경력이 짧고 나이가 어린 초보 감독에게는 구단들이 대개 2년 계약 정도를 제시한다. 3년 계약은 코치 경력이 긴 인사들이 주로 한다. 그럼에도 두산은 이 감독에게 3년 계약을 안겼다. 이는 두산이라는 팀을 3년이라는 긴 시간을 내다보고 하나둘씩 바꾸겠다는 의중이 담겼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감독도 이런 청사진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감독직을 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성적을 내라고 했다면 부담스러운 일이다.
프로의 수많은 스타들이 큰 기대와 함께 감독직에 오르지만, 선수와 감독은 또 다르다. 감독직에서 한 번 실패하거나 경질된 인사들은 아예 후보군에도 못 올라가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이 감독은 대한민국 야구 불세출의 영웅이자, 앞으로 대한민국 야구가 가꿔가야 할 좋은 지도자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명장을 향한 발걸음이 될지, 혹은 향후 KBO리그 구단들의 차기 감독 후보군 리스트에서 지워질지는 3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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