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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LG팬→LG 볼보이→윤석민 매니저… 한 청년의 또다른, 특별한 야구 스토리

작성일: 2022.11.16 15:0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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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6년 마산 야구장, 당시 LG 코치로 재직하고 있었던 류지현 전 LG 감독은 “코치님 혹시 저 진주 헬스장에 꼬맹이인데 기억나세요?”라는 한 학생의 질문에 예전 기억을 단번에 떠올리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류 전 감독과 이 학생은 9년 전 경상남도 진주로 타임머신을 타고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LG는 진주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했다. LG 구단으로서는 유서가 꽤 깊은 마무리캠프 훈련장이었고, 11월만 되면 진주를 찾아 다음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질 때다. 스스로 ‘꼬맹이’라고 했던 당사자는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LG의 팬이었다. 따지고 보면 서울이나 LG에 대한 특별한 연결고리도 없었던 이 꼬맹이는, 단순히 LG 선수들과 세련된 유니폼이 멋있어 어느 순간 LG 팬들이 됐다고 회고했다.

2007년 마무리캠프가 진행되던 시점, 이 초등학생은 진주의 집 앞 사우나장에 씻으러 다니는 평범한 한 소년이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헬스장에 LG 선수들이 운동을 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우연찮게 해줬고, 소년은 평소 동경하던 LG 선수들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용기를 내 주변 구석을 맴돌았다. 15년 넘은 일임에도 당시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 사연의 주인공은 LG 팬으로 야구를 즐기고, LG 볼보이로 구단과 인연을 맺고, 지금은 전 KIA 투수 윤석민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김태영 씨다.

김태영 씨는 “투수들은 낮 시간에 헬스장을 다녀가고, 타자들은 저녁에 다녀갔다.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항상 투수들은 만나지 못하고 저녁에 타자들이 올 때만 가서 인사하고 옆에서 같이 운동하는 척(?)을 했다”면서 “그때 당시 대표적인 선수로 (이)대형이형, (박)경수형, 작은 이병규 코치님, (김)태군이형, (김)용의형, 류지현 코치님이 있었다. 대형이형은 운동이 끝나면 옆 스쿼시장에서 같이 놀아주고 테니스공으로 캐치볼을 해줬던 기억이 있다”고 가슴 벅찼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인연이 훗날의 연결고리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류지현 전 감독과 채은성이었다. 김 씨는 “은성이형이 그때 당시는 1군에 뛰지는 않아서 어떤 선수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때는 포수 포지션으로 헬스장 한쪽에서 벤치프레스와 같은 운동을 하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오래 전 기억을 끄집어냈다.

LG는 이천에 2군 시설을 마련하고 마무리캠프도 해외훈련 붐이 불면서 그 후로는 더 이상 진주로 내려오지 않게 됐다. 김 씨와 LG의 물리적인 거리도 멀어졌다. 하지만 당시 한 초등학생에게 따뜻한 호의를 베풀었던 그 고마움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다. 김 씨가 평생 LG 팬이 된 이유다. 고등학생이 된 김 씨는 집 근처인 마산구장이나 사직구장에 LG가 올 때마다 찾아 선수들을 지켜봤다. 류 전 감독도, 사직구장 길목에서 어렵게 만난 채은성도 김 씨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했다.

스무 살이 된 김 씨에게 또 한 번 LG와 인연이 찾아왔다. 김 씨는 “우연히 좋은 기회로 잠실야구장 볼보이 면접을 보고 일을 하게 됐다”고 했다. 볼보이를 하면서 어린 시절 우상을 직접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게 날아갈 듯 기뻤다. 첫 출근 날 채은성과 다시 만났고, 류 전 감독도 흐뭇하게 김 씨를 바라봤다. 첫 출근 당시 마땅히 입을 옷이 없는 김 씨에게 언더 티셔츠와 연습복 상의, 유니폼 바지와 반바지를 흔쾌히 나눠준 게 바로 류 전 감독이었다. 채은성도 자신의 연습복을 수시로 선물하는 등 10년 전 그 꼬맹이의 정착을 도왔다.

2017년 입대해 2019년까지 군 복무를 한 김 씨는 LG에서의 인연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도 야구, 그리고 LG와 인연은 이어 가고 있다. 김 씨는 전역 후 엔터테인먼트사의 매니저로 일을 시작하다 지금의 회사로 옮겨 윤석민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선수 시절 너무 잘했다. LG전 상대 선발이 윤석민이었으면 경기를 안 봤을 정도로 싫었다”고 껄껄 웃는 김 씨는 “지금은 같이 일하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사이가 됐다. 평소에 너무 잘 챙겨주시고 고생한다고 용돈도 여러 번 주신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윤석민의 인성을 치켜세웠다.

“이제 내 목표는 석민이형을 스포테이너 TOP 10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일을 떠나 어린 시절부터 류 전 감독과 채은성의 팬을 자처했던 김 씨는 이번 오프시즌이 긴장되기만 한다. 류 전 감독은 2년 임기를 마치고 팀을 떠났다. 채은성은 프리에이전트(FA) 신분이다. 오랜 LG 팬이기에, 자신의 현직을 떠나 LG 팬들의 심정을 고스란히 공유하고 있다. 

김 씨는 “내가 LG야구를 처음 봤을 때부터 오랜 시간동안 한 번도 팀을 떠난 적이 없으셨던 분이 류 감독님이다. 이제 야구장에서 못 뵐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감독님의 또 다른 야구인생 응원하겠다”면서 “은성이형은 신고 선수 때부터 한 단계씩 성장하다 지금 LG를 대표하는 선수까지 된 과정 자체가 내 롤모델”이라면서 은근히(?) 잔류를 바랐다. LG라는 연결고리가 만든 추억이 계속 이어지기를 꿈꾸는 한 평범한 팬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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