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울메이트' 포스터. 제공| NEW
▲ '소울메이트' 포스터. 제공| NEW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사랑과 우정, 그 어느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미묘하고 또,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나의 곁에 남아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백 마디 말보다 더 건네고 싶은 한 편의 영화 '소울메이트'다.

영화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를 그린다. 

유난히 매미 소리가 나른하게 들리던 1998년 여름날 미소는 하은의 학교로 전학을 온다. 매일 같았던 전학이 지겹도록 싫던 미소는 학교에서 도망치고 짝꿍 하은이 미소의 가방을 들고 미소를 찾아간다. 첫 만남부터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서로를 알아본 둘, 미소는 엄마가 다른 곳으로 떠난 후에도 하은의 곁에 남아 우정을 이어가고 둘은 완전한 '소울메이트'로 거듭난다. 

▲ '소울메이트' 스틸. 제공| NEW
▲ '소울메이트' 스틸. 제공| NEW

2004년, 하은은 서클팅에서 진우를 만나 첫사랑에 빠지고 이후 미소와 하은, 진우는 특별한 우정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미소와 진우 사이에서 미묘한 기류를 감지하한 하은,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서울로 급히 떠나는 미소의 목에 걸린 진우의 목걸이를 발견하고 둘의 오해는 깊어진다. 
 
영화는 어른이 된 미소가 하은의 행방을 묻는 미술관 관장의 질문에 모른다는 대답을 내놓으며 시작된다. '소울메이트' 미소와 하은의 사이가 틀어졌다는 반전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순간적인 몰입도를 선사한 후, 이들의 첫 만남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의 서사를 섬세하게 설명하며 극을 이어간다. 

'소울메이트'는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한다. 데뷔작 '혜화,동'으로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민용근 감독이 튼튼한 원작 스토리를 기반으로 서정적인 감성을 더해 한국 영화 ‘소울메이트’만의 독보적인 감성을 구축했다. 청춘과 닮아있는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한 '소울메이트'만의 청량한 색감이 싱그러움을 배가시킨다. 

▲ '소울메이트' 스틸. 제공| NEW
▲ '소울메이트' 스틸. 제공| NEW

그림이라는 매개체도 원작과 달라진 요소 중 하나다. 자유로운 미소와 정적인 하은은 그들을 닮은 그림을 그린다. 자유로운 추상화를 그리는 미소와 정밀한 묘사가 핵심인 극사실주의 연필화를 그리는 하은, '소울메이트'는 너무 다른 두 인물이 서로에게 물들어 닮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함께 행복했던 시절에도 오해로 얼룩졌던 시간에도 두 사람은 '사랑 없인 그릴 수조차 없는' 서로의 그림을 그리며 그리움을 달랜다. 

미소와 하은은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뻔한 말로 정의될 수 없는 관계다.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 이들의 관계는 그간 생각했던 단편적 관계를 뛰어넘는 복잡한 속성을 가진다. '소울메이트' 그림과 대사, 장면 하나하나를 통해 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간다. 관객들은 때로는 미소가, 때로는 하은이 되어 미워하고 또다시 사랑하는 그들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며 '소울메이트'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소울메이트'를 삼각관계에 얽힌 두 여성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는 없다. 진우로 인해 엇갈리는 상황 속 각자의 결핍을 마주하고 바닥을 드러낸 모습, 그 뒤로 다시 마주한 날 것의 감정들과 성장하는 주인공들은 여느 치정극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 소울메이트. 제공ㅣ스튜디오앤뉴
▲ 소울메이트. 제공ㅣ스튜디오앤뉴

김다미와 전소니는 성장통을 겪으며 성장해가는 미소와 하은에 완벽히 동화돼 극을 이끈다. '마녀', '이태원 클라쓰' 등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 내공을 쌓아온 김다미는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더해 불안전한 상황 속 따뜻한 마음을 가진 미소를 완벽하게 그려냈고 전소니는 자신의 전부인 미소와 진우 사이에서 사랑과 질투의 감정을 모두 느끼며 괴로워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무게감 있는 연기로 안정감을 더하는 변우석까지 세 사람의 케미스트리가 빛난다. 

'소울메이트'를 한자로 하면 천생배필, 하늘이 내려준 배필이라는 뜻이고 사전에 '소울메이트'를 검색하면 영혼의 동반자라는 뜻풀이가 나온다. 민용근 감독이 "친구나 연인이든 가족이든 누구에게나 눈을 딱 감으면 떠올릴 수 있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 사람이었구나, 그리고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깨닫게 되는 순간의 감정이 '소울메이트'를 만들게 된 동력"이라고 제작 계기를 알린 것처럼 주인공이 진정한 '소울메이트'로 거듭나는 과정은 관객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또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소울메이트'는 마음속 한구석을 툭 건드리는 힘이 있다. 미소와 하은을 따라 내 감정의 끝에 갔다 온 뒤 남는 여운이 가장 소중했던 존재를 떠오르게 한다. 이 글을 읽고 마음속에 떠오르는 누군가가 있다면, 각자의 '소울메이트'에게 백 마디 말보다 한 편의 영화 '소울메이트'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3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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