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인데 시즌 들어가면 또 잊어? 한국 야구의 진짜 문제는 ‘선택적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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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은 크게 무너졌다. 2013년에 이어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그래도 2013년에는 2승1패는 했다. 그러나 2017년에는 한 판을 이기기도 그렇게 어려웠다.
나름대로 공을 들여 본선 1라운드 시리즈를 고척돔으로 가져오는 등 홈 어드밴티지도 있었다. 멤버 구성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첫 경기인 이스라엘에 졸전 끝에 패했다. 그 전에는 이스라엘이 야구를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만만히 보고 덤비다 홈팬들 앞에서 크게 다쳤다. 간신히 1승을 건지는 데 그쳤고, 16개 팀 중 최종 11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때도 ‘참사’라고 했고, 수치라고 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표현은 그때도 있었다. 팬들은 분노했고 덩달아 언론의 십자포화가 이어졌다. 선수들은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2023년 WBC와 흐름이 비슷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그 다음 어떤 후속조치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2017년 WBC에서 참패한 직후 KBO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저것 해보겠다는 이야기는 많았다. 잊을 만한 KBO발 보도자료가 나왔다. 육성에 대한 이야기는 당시에도 주된 화두였다. 그러나 정작 시간이 지나며 흐지부지됐다. 선진 야구를 배우기 위해 누구를 장기간 해외에 보낸 적도 없고, 야구계의 목소리를 모아봤다는 기억도 없다.
참사 후 몇 주 뒤, 리그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WBC에 대한 기억은 사라져갔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박수 속에, WBC는 단순한 불운으로 묻히고 있었다. 좋은 기억은 어떻게 해서든 우려먹지만, 안 좋은 기억을 어쩌면 애써 잊었다. 선택적 망각이었다.
그 당시부터 뭔가의 구조적인 개혁이나 KBO 주도의 선진화 작업이 이뤄졌다면 6년 뒤 이날의 사태는 없었을 수도 있었다. 행여 있었더라도 6년의 시간 동안 쌓인 데이터와 기록은 방향을 점검하게 하는 중요한 로그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불운이었다’고 애써 당시 기억을 잊으려 했던 한국 야구에는 6년 동안 그게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최소 6년의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그 사이 국제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세계 야구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안방에서 받는 박수에 우리가 뭔가 잘 나가는 줄 알았고,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았지만 경쟁력은 그에 비례해 높아지지 않았다. 국제 사정에 어두웠던 우리는 우리가 뛰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는 날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충격적인 노메달, 2023 WBC 1라운드 탈락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대회 실패 후에도 한동안은 WBC에서의 성적으로 시끄러운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또 여러 가지 대안들이 제시되고, KBO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겠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다. 당장 16일 열릴 실행위원회의 안건은 없어도, 뭔가의 논의가 안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KBO와 야구계는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다. 필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당장 대회가 많다. 오는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최정예로 나간 WBC가 이 모양인데, 24세 이하 선수가 주축이 될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연말의 APEC에 이어 내년에는 프리미어12가 예정되어 있고, WBC는 2026년 다시 열릴 예정이다. 긴 호흡을 바라보고 이번에는 뭔가 머리를 맞대 논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는 2017년처럼 금방 잊는 게 아닌, 모두가 KBO와 리그를 감시해야 할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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