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승부 조작에 문호 개방한 사면권 행사, 공정과 단호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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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축구계 화합과 새 출발이 승부 조작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대한축구협회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같은 장소에서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열린 이사회였다. 통상 A매치가 열리는 날 모든 인원이 모이기 편하게 이사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있어 이번에도 큰 사안이 없이 열릴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을 앞두고 그야말로 황당한 소식이 전해졌다. 2011년 프로축구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48명을 사면한다는 것이다. 여론 수렴 없이 전격 발표한 사면이었다.
대통령도 사면권을 사용하기 전에는 대략의 여론을 확인하고 인원을 가리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정몽규 회장의 전격 사면권 행사는 이해 불능이었다. 축구협회가 내세운 논리는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16강 진출 자축, 축구계 화합이 필요하다는 축구계 현장의 건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면 대상에는 승부 조작을 극구 부인하는 최성국을 비롯해 단순 가담으로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영구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이들이었다. 악질범 2명은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확인 결과 이사회에서 비상근 이사진은 이번 사안이 올라온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참석자는 "말하기 조심스럽다"라면서도 "현장에서 사면안이 올라온 것을 보고 많이들 놀란 분위기였지만, 정 회장의 의지가 단호한 것처럼 보였다. 축구계 현장에서 건의가 있었다고 하니까 다들 수긍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협회 이사회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자기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상근 임원들에게 끌려가는 것이다. 주요 고위급 임원들과 전방위적인 통화를 시도했지만, 일절 받지 않았다. 누구도 왜 사면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일선 직원들도 황당함 그 자체였다. 다들 조직의 수장이 벌인 일이니 괜스레 말을 꺼냈다가 손해를 볼 우려가 있었는지 조용했다. 2011년 승부 조작 당시 정 회장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였다. 자신이 승부 조작범들에게 철퇴를 내리고서 12년이 지난 뒤 한국 축구 전체를 이끄는 수장 자격으로 사면권을 행사한 것이다.
사실 승부 조작범 중에서는 소위 뒷배경이 있는 인원들은 어려움 없이 잘 살았다. 자신이 축구계에서 일을 할 수 없기에 소위 '바지 사장'을 내세워 축구 교실 등 관련 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런 것을 본 일부 몰지각한 축구계 선배들이 이들을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 살려야 한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하지만, '빽'이 없는 이들은 궁핍했다. 일반 공장에 취업해 손에 흙을 묻혀가며 축구와 완전히 담을 쌓았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번 사면이 더 자신의 명예만 떨어트리는 일이 됐다. '선배의 위력'으로 승부조작에 단순 가담했다가 징계받아 완전히 축구계를 떠난 선수 측 한 관계자는 "사면 소식을 전해줬더니 좋아하지 않았다. 세상과 더 잊히고 싶은데 괜히 자신의 존재가 드러날까 걱정하더라"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위력을 행사한 선배와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것이다.
사면을 해줬다면 대상자가 누구인지 명단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협회는 입을 닫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다수가 대중이 잘 모르는 인물이다. 가장 유명한 선수 중심으로 거론되지 않나. 굳이 밝혀야 할 이유는 없다. 추가 입장을 내놓을 것도 없이 이사회 결정 그대로 받으면 된다"라고 주장했다.
축구계는 늘 승부조작을 경계해왔지만, 의심 사례는 꾸준하다. 최근에는 현금 거래 대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거래한다는 의혹이나 제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A구단 고위 관계자는 "지능적인 수법으로 인해 감독에게도 선수들의 동태를 잘 확인해달라고 전한다. 수사 기관도 아니고 선수들의 금전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더 어렵다. 그나마 대표팀 인기가 좋고 일부 K리그 구단 인기도 올라가는데 대한축구협회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정 회장의 선택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성토했다.
어쨌든, 선수들에게는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12년만 버티면 사면권을 받아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나쁜 예를 각인시켰다. 중대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간단하게 '사면권'을 행사한 축구협회 수장의 권력이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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