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는 조승우다…부산 상륙 '오페라의 유령', 13년 기다린 보람[리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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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부산, 장진리 기자]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의 유령’ 했고, 조승우가 조승우했다.
1일 부산 남구 문현동 드림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부산 공연은 ‘걸작’의 위엄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무대였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된 이래 35년 동안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이상하고 아름다운 한 남자의 사랑을 그리는 작품이다. 친모에게서도 외면받을 만큼 끔찍한 외모를 가진 ‘오페라의 유령’이 순수한 영혼을 가진 크리스틴에게 반해 한편으로는 끔찍하고, 한편으로는 절절한 순애보를 바치는 이야기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2023년 현재도 소구한다.
2001년 초연, 2009년 재연을 끝으로 한국어 공연을 만나볼 수 없었던 ‘오페라의 유령’은 13년을 건너 부산에서 마침내 부활했다. 웨스트 엔드,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의 오리지널 디자인과 스케일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한국어 가사의 자연스러운 변화, 새로운 캐스트의 합류로 ‘2023년 판 오리지널’을 완성했다.
경매에 나온 샹들리에, 먼지 수북한 원숭이 오르골은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고, 순식간에 무대는 19세기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로 관객을 이끈다. 최신 기술 요소를 반영해 충실하게 구현된 오리지널 무대 세트, 소품, 의상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다. 쉴 틈 없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오페라의 유령’ 속 모든 것이 ‘오감만족’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정해진 무대의 한계마저도 뛰어넘는 거대한 스케일의 무대 매커니즘은 그야말로 관객을 압도한다. ‘오페라의 유령’ 최고의 히트 넘버인 ‘오페라의 유령(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과 함께 1층 객석을 잡아먹을 듯이 추락하는 거대한 샹들리에에 천장에 드리운 2230m 길이의 드레이프, 떠다니는 나룻배와 수많은 촛불과 함께 판타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구현된 지하 호수와 오페라의 유령의 분노를 상징하는 뜨거운 불줄기까지, 압도적이고 웅장한 스케일이 관객의 마음을 집어삼킨다.
스토리와 무대가 오리지널리티를 살렸다면, 여기에 새로운 디테일을 추가하는 것은 배우들의 힘이다.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배우 조승우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자신의 이름값을 또 한 번 확인시킨다. “조승우는 역시 조승우”라는 말 이외에는 다른 어떤 표현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배우 자체가 주는 위압감과 존재감이 대단했다. ‘오페라의 유령’ 첫 공연을 마치고 제작사를 통해 취재진에게 “두려웠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많았다. 내 옷이 아닌가, 내겐 너무 큰 옷인가, 수많은 편견, 선입견들과 싸우느라 홀로 많이 지치기도 했었다”라는 고백을 전해왔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마치 22년 동안 조승우를 만나기 위해 그만을 기다려온 것 같은 맞춤옷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이 오랜 시간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지만, 오리지널 스토리 자체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도 많다. 자칫 크리스틴을 향한 오페라의 유령의 사랑이 그저 ‘억지’로도 비춰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아주 조금의 틈도 조승우는 인물과 혼연일체 된 설득력 있는 연기로 메워버린다. 뛰어난 재능에도 흉측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낳아준 친모에게서도 외면받을 만큼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중, 크리스틴을 만나 그의 사랑을 갈구하고 병적으로 집착하다 결국 순수한 연민에 그를 놓아버리는 오페라의 유령의 선택은 조승우였기에 더욱 짙게 마음을 울린다.
조승우는 2001년 초연 당시 라울 역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지만, 당시 제작사 직원의 실수로 합격 대신 탈락 통보를 받아들었다. 영화 ‘후아유’ 출연 계약까지 미루며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조승우는 탈락 통보에 그대로 ‘후아유’에 도장을 찍으면서 ‘오페라의 유령’과 비껴갔다.
2008년 인터뷰에서도 “마흔 전 ‘오페라의 유령’을 꼭 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그와 ‘오페라의 유령’은 22년 만에 만났다. 그것도 눈까지 붉어진 채 울음을 삼키며 관객의 가슴을 후벼파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조승우의, 조승우에 의한, 조승우를 위한 오페라의 유령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크리스틴 역의 손지수, 라울 역의 송원근, 칼롯타 역의 이지영 역시 힘 있는 연기와 노래로 작품에 생동감을 더한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첫 뮤지컬에 도전하는 손지수는 풋풋한 연기로 순수한 크리스틴의 매력을 사랑스럽게 표현하고, 송원근 역시 한층 풍성해진 연기와 노래를 선사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처음 국내에서 데뷔한 이지영 역시 여유 있는 매너와 놀라운 기교의 무대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날 공연에서는 ‘바램은 그것뿐(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 무대 중 암전됐던 무대에 조명이 잠시 들어오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그러한 돌발 해프닝 역시 신경 쓰이지 않았을 만큼 집중도 높은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13년 만에 어렵게 기다린 이유가 있었다.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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