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의 언중유향]정몽규 회장의 물갈이 한 달…홍보 강화 앞서 뼈 시린 반성이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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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의 기쁨을 안고 나선 지난 3월 콜롬비아, 우루과이 A매치 내용과 결과는 예상 밖의 소용돌이에 묻혔다. 우루과이전 당일 대한축구협회가 이사회를 열고 징계받은 승부 조작범 등 축구인 100명을 대사면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져서다.
축구계만 생각했던 사면 결정은 큰 후폭풍을 낳았다. 사회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까지 들여가며 공정을 외쳤던 기억이 사면 결정 하나로 사라졌다.
비판은 두 갈래였다. 누가, 이런 결정을 정몽규 회장에게 했는가였다. 양심 없는 축구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사회를 구성했던 임원진이 총사퇴하는 것으로 갈음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또, 정 회장의 의사 결정 방식도 뭇매를 맞았다. 사면의 이유로 든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기쁨에 따른 축구계 화합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였다. 정 회장을 향한 사퇴 요구가 쏟아졌다. 결국, 정 회장은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많은 인사를 만나 의견을 경청했고 그 결과 새로운 집행부 구성으로 일단 일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대중과 친숙한 한준희 해설위원과 퇴직 언론인인 위원석 전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이 소통의 의미에서 비상근 부회장에 선임 됐다.
이사회 개편 한 달 넘어가는 시점
거수기 노릇만 하는 이사회를, 다시는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는 일단 반영됐다. 다만, 여론 수렴 과정에서 물음표가 붙었던 한 가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축구협회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정책을 제대로 국민이나 언론에 홍보하지 못했다는 '억울한 의구심'이다. 비판받는 정책도 홍보만 잘하면 문제없다는 생각이 아닌가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다.
그 결과로 축구협회는 새로운 홍보실장을 뽑겠다고 공고를 냈고 2일 접수를 마감했다. 어떤 인재가 축구협회 홍보를 전면에 나서서 할 것인지는 내부 선발 기준과 지원자들의 강력한 자기 주관 제시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채용 과정은 사기업의 것과 비슷하다.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경영본부장, 행정지원팀장이 먼저 면접을 본다. 국제 업무가 많은 축구협회 특성상 영어 면접도 있다. 이 과정을 통과하면 다음에는 상근 부회장의 면접을 거친다. 또, 통과하면 정 회장과 최종 면접을 거친다. 축구협회가 원하는 홍보 전략을 얼마나 말로 구현하며 비전 제시를 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신기한 것은 2002 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봐도 홍보실장을 뽑겠다고 보도자료까지 낼 정도의 일은 이번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일반 공채나 경력직 공고에 홍보 업무만 전문하는 자원에 한정해 선발하는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축구협회가 자신들이 결정한 일을 제대로 홍보하는 것에 실패해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함을 인재 채용으로 시인한 것은 분명하다. 축구 팬들이나 언론도 정 회장과 축구협회에 '대언론 소통 부재'를 뼈 있게 지적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3월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렸던 콜롬비아전 당시, 콜롬비아 대표팀은 몸을 풀러 나와야 하는 시각에 등장하지 않았다. 경기 개시 시각 20분을 남겨 놓고 등장했고 8시가 넘어가도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 있었다.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경기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상식적인 홍보를 했다면, 콜롬비아에 파견한 연락관으로부터 상황을 들은 직원이 홍보팀에 알려주고 홍보팀은 이를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파를 받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작 시점까지 영문을 알 수 없었고 전화로 수소문을 거듭한 끝에 교통 체증에 의한 지각인 것이 겨우 확인됐다. 해프닝으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알리는 홍보 전략과 체계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단면이었다. 물론 A매치에는 다른 업무들이 쏟아지기에 실무 직원들의 대응이 어렵다는 것도 잘 알지만, 전체를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깝게 확인했다.
홍보실장 새로 뽑으면 '홍보 부족' 문제가 해결이 될까
그렇다면, 기존에 홍보 업무를 담당하던 인물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길게 보면 정몽준 회장(현 명예회장) 시절 홍보를 이끌었던 인물들은 현대중공업으로 복귀했거나 비위 적발에 따른 징계로 다른 업무를 맡았거나 정년 퇴임 후 다른 조직으로 향했다. 그들 아래서 홍보 업무를 수학했던 직원 대다수는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협회의 임직원의 인사이동 단행으로 뿔뿔이 흩어졌거나 재능에 맞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인사이동 과정에서 업무 연속성을 위해서 인수인계 절차라는 것이 있지만, 무형적인 관계를 맺고 유형의 콘텐츠(기사, 영상 제작물 등)로 평가 받는 홍보 업무는 빛이 나지 않는 업무인 경우가 대다수다. 뉴미디어가 발달하고 다양한 수단으로 협회의 소식을 접하는 시대에 홍보를 단순히 "조직에 해가 되는 기사가 나왔는데 왜 막지 못했는가"라는 정도의 물음으로 단정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팬들도 아는 상식이다. 소위 '유체 이탈 화법'에 대한 뼈 시린 지적이다.
'전문 무기계약직'으로 선발하는 것도 여전히 축구협회가 홍보 업무를 가볍게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얼마나 있겠냐고는 하지만, 임기 보장이 되더라도 불안정한 신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낙제점이라도 받으면 불안감을 안고 업무를 이어가야 하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협회의 급여 체계 등 나름의 사정에 따른 것이라고 여기더라도 많은 언론사의 문의에 응대하고 대관 업무나 유관 단체와의 논의 등 광범위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이미 협회는 홍보실장의 담당 업무에 '홍보 및 미디어 전략', '기획 업무 총괄'이라는 대전제에 '협회 정책, 제도개선 등 홍보, 언론 대응, 출입 기자 관리, 취재 지원, 보도자료 작성, 각급 대표팀 미디어 지원이라는 엄청난 업무를 적시했다.
책임을 부여하려면 그만큼 대우도 있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기업 홍보팀처럼 기업이 추구하는 정책이나 세부적인 상황에 대해 적어도 이해와 설명을 해주는 정도의 상황 판단과 사실관계 정도는 홍보팀 구성원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고 어디까지 알리고 어디까지 비공개인지에 대한 기준도 있어야 한다. 단순히 협회 홈페이지에 '그건 이렇습니다'라며 격문을 써서 올려 해명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다시 A매치의 계절…적극적 홍보 이전 분명한 반성, 조직-정책 재점검 필요하다
최근 협회 홍보는 대표팀 소식 전달에 경도된 면이 있다. 이미 대중은 대표팀의 경기 결과는 물론 임원 선임이나 이사회 구성원 면면, 유소년 선수 육성 체계 등 사회 제도와 연결된 것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 하다못해 축구협회 용품 후원사 계약을 두고 다른 국가와 금액, 현물 지원 수준과 규모까지 비교하는 세상이다.
2013년 축구협회 창립 80주년 당시 거창하게 거행했던 '비전 해트트릭'이라는, 정 회장의 중장기 정책(5대 추진-10대 정책-32대 실천 과제)은 빛을 보기 시작한 것도 있고(8인제 경기, 축구종합센터 건립 등) 실패를 거듭한(국제기구 진출, 주요 국제대회 유치 등) 분야도 있다. 10년이 흐른 시간 이것이 어떻게 흘러갔고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협회 스스로 점검도 필요하다.
마침, 6월 A매치의 계절이 다시 왔다. 국민적 관심이 다시 집중되는 시기다. 이미 아르헨티나에서 진행 중인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로 관심은 증폭 중이고 해외 리그를 마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울버햄턴) 등도 순차적으로 귀국 중이다.
또, 흥미롭게도 3일은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지낸 김정배 상근 부회장의 부임 한 달이 지나는 시점이다. 김 부회장이 부임 당시 언론을 통해 밝혔던 "30년 문체부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내부에 여러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파악하고 시급히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것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 번 정도는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전무직을 폐지했으니 김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외부인에서 내부자가 된 소회를 밝히는 것 말이다. 공석인 홍보실장이 채용되고 나서 함께 하겠다면, 그 역시도 나쁠 것은 없어 보인다.
새 인물을 앞세우는 축구협회가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무대응이었던 기간보다는 분명 나아 보인다. 그러나 홍보를 위한 홍보나 문제 되는 정책임에도 거세고 냉정, 비판적인 여론으로 묻혔다는 식의 관점이라면 곤란하다. 단순히 사람 한 명 채용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새로 뽑힐 예정인 홍보실장 스스로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우려도 있다.
왜 정 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이 되지 못했는지, 아시안컵 유치가 왜 카타르에 밀렸는지, K리그2(2부리그)와 K3리그 사이의 승강제는 이뤄지지 않는지, 심판위원장은 언제까지 공석일 것인지 등 의문은 끝이 없고 실패에 대한 이해하지 못하는 여론이 여전히 있어 더 그렇다. 그냥 "죄송합니다. 더 열심히 혁신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이 약점이었고 이런 부분은 더 보완이 필요합니다"라는 식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통렬하고 아픈 자성을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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