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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아, 지금 누리는 행운 당연하지 않아"…임창민은 왜 기부 공개를 결심했나[인터뷰]

작성일: 2023.06.15 12:05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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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히어로즈 투수 임창민 ⓒ고유라 기자
▲ 키움 히어로즈 투수 임창민 ⓒ고유라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 투수 임창민(38)은 지난 4일 SSG 랜더스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시즌 4세이브를 달성했다. 팀 불펜 보직 변경으로 5월 중순부터 마무리를 맡게 된 임창민은 이날 1점차 리드를 지키며 팀의 SSG전 9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 임창민은 개인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임창민은 KBO 역대 최고령 100세이브(종전 송진우 37세 7개월 9일) 기록을 37세 9개월 10일로 경신하기도 했다. 2015~2017년 3년간 86세이브를 올린 임창민이지만 2018년 5월 팔꿈치 수술 후 2차례 팀을 옮기며 다시 세이브 수치를 올려가기가 쉽지 않았기에 뜻깊다.

임창민은 13일에 또 하나 기억될 날을 맞았다. 그는 이날 고척 KIA전을 앞두고 한림화상재단에 화상환자 치료를 위해 1000만 원을 기부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임창민은 사실 2020년 삼성 창원병원 어린이재활센터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사단법인 느티나무 창원시장애인부모회, 지난해부터는 한림화상재단에 매년 1000만 원씩을 후원해왔다. 지금까지는 조용히 기부를 해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이제는 후배들이 자신의 마음을 이어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개 후원식에 참석했다.

13일 후원식을 앞두고 임창민을 만났다. 그는 왜 많은 기부처 중 유독 아픈 이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는 걸까. 임창민은 "(2018년) 수술을 하고 나서 개인 재활을 했다. 선수들은 원래 초중고 나와서 프로 오면 항상 같은 공간에서만 살다 보니 우리가 놓치는 것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개인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사람을 보게 됐다. 나는 다시 그라운드에 올라가기 위해 재활을 하는 건데 그 사람들은 밥을 먹기 위해, 걷기 위해, 그냥 인간의 기본권을 갖기 위해 노력을 하더라. 이런 분들도 있는데 내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 임창민(왼쪽에서 5번째)의 한림화상재단 후원금 전달식 ⓒ키움 히어로즈
▲ 임창민(왼쪽에서 5번째)의 한림화상재단 후원금 전달식 ⓒ키움 히어로즈

 

이어 "그분들은 지금 찾아온 불행이나 어려움이 그들의 의지로 인해 생긴 건 아니지 않나. 나는 내가 야구를 하다가 무리를 해서 생긴 부상이지만 그분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의도치 않게 생긴 부상이 많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일에 감사하고, 힘들어하는 분이 있다면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는 연봉에서 어느 정도 충당이 됐지만 올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금액이었다. 처음 기부처를 정할 때부터 도움을 준 아내가 다시 한 번 임창민을 도와줬다. 임창민은 "수술을 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면서 생각한 게 이제 야구로 버는 돈은 나를 위해 쓰지 않고 무조건 다른 분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연봉이 줄어들다보니 올해는 좀 힘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지금까지 기부할 때 허락을 해주고 같이 기부를 알아봐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제 야구를 할 날보다 한 날이 더 많은 투수 최고참. 그래서 임창민은 선수들이 조금만 더 주변을 돌아보고 감사한 마음을 나누길 바란다. 그는 "팀을 옮기면서 많은 선수들을 만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이 다른 선수, 혹은 다른 직업군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부정적으로, 불행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최소한 야구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 꿈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부터가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임창민은 "내가 사실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다. 내가 우리 학교(광주동성고)에서 이순철 감독님 다음으로 20년 만에 연대를 갔다. 그때 우리가 청룡기를 우승했는데 당시 김충남 연대 감독님이 1학년 때부터 즉시전력이 되는 투수를 찾고 있었다. 그때 서울에 계시는 한 고등학교 감독님이 나를 추천해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학교였다. 그렇듯이 혼자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좋은 가족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다. 그런 부분에서 야구선수들은 다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내가 대학교 입학할 쯤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대학교를 들어갔는데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고 좋은 부모 밑에서 자란 학생들이 너무 많더라. 그런데 다들 열심히 안 해서 그런 기회를 못 받는 게 아니지 않나. 기회는 준비됐을 때 잡을 수 있다고 하지만 준비할 기회조차 없는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소외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득권층이 조금씩 나눠주는 것이다. 그들의 것을 뺏으면 안되지만 기득권층이 기꺼이 자신이 가진 걸 나눴을 때 조금씩 전파되면 조금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일을 야구선수가 많이 한다면 리그가 좋은 단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임창민 ⓒ곽혜미 기자
▲ 임창민 ⓒ곽혜미 기자

 

사실 임창민은 이번 인터뷰 시점을 두고 망설였다. 최근 야구계에 논란이 많았던지라 자신이 누군가를 '저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야구계를 통틀어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참 투수로서 아직 팀에서 역할을 맡고 있을 때, 그리고 기부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 알려졌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결심했다.

임창민은 "선수들이 요즘에 너무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다. 그런 게 왜 발생했을까 생각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거에 대한 감사함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시대에 선수 생활을 하는지 알고 지금 누리는 행운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것을 누군가에게 나눠준다면 또 다른 이에게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지금에 감사하고 주위를 배려하는 여유를 가진 선수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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