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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수가 은퇴할 뻔…'김기동의 부스케츠' 기성용, 이것이 클래스다

작성일: 2024.03.17 05:35 김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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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끝나고 손하트 세리머니로 기념촬영한 기성용. 기성용은 전반 23분 추가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1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가 끝나고 손하트 세리머니로 기념촬영한 기성용. 기성용은 전반 23분 추가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울 2021년 4월 10일 당시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었던 김기동 감독은 FC서울과 경기를 앞두고 당황해했다.

상대 팀에 기성용이 명단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워낙 긴 패스가 좋은 선수"라며 "수비수들에게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 그런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성용 장점을 알고 있는 김 감독은 기성용의 긴 패스 능력을 활용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16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기성용은 대지를 가르는 패스로 제주 수비 진영을 무너뜨렸다.

김학범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제주 유나이티드는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즐기는 팀. 서울 원정에서도 그랬다. 측면 수비수들까지 압박에 가담해 서울 선수들이 갖고 있는 공을 빼앗으려 했다.

▲ 기성용은 전반 23분 추가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기성용은 전반 23분 추가골로 2-0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를 파악한 김 감독은 좌우 간격을 넓게 벌렸다. 좌우 측면 수비수인 이태석과 최준이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 수비부터 전방까지 간격이 매우 넓었지만 기성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수비진이 전방을 향해 달려들면서 넓게 자리잡고 있는 서울 선수들에게 공간이 열렸고 기성용이 날린 롱패스가 자로 잰 듯 빈 공간으로 연결됐다. 기성용이 긴 패스를 뿌릴 때마다 관중들의 감탄이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울렸다. 제주가 자랑하는 수비 조직력이 기성용의 패스 한 방에 무너진 것이었다.

또 기성용의 활약은 함께 출전한 류재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두 경기에서 한승규와 시게히로를 기성용과 함께 선발 출전시켰던 김 감독은 이날 경기에선 류재문을 선발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류재문은 왕성한 활동량과 함께 수비력을 갖춘 미드필더. 류재문이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면서 중원을 휘저으면서 기성용에게 공간이 열렸다. 기성용이 집중 견제에 막혀 있었던 지난 두 경기와 다른 흐름이었다.

기성용은 직접 득점까지 올렸다. 1-0으로 앞선 전반 23분 상대 수비수들 맞고 흐른 공을 잡아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했다. 기성용의 발끝을 떠난 공은 빨랫줄처럼 날아가 제주 골망을 흔들었다. FC서울이 이번 시즌 처음으로 터뜨린 필드골. 기성용의 추가골로 점수 차이를 벌린 서울은 2-0 승리를 거두고 세 번째 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 이번 시즌을 앞두고 FC서울과 재계약한 기성용 ⓒFC서울
▲ 이번 시즌을 앞두고 FC서울과 재계약한 기성용 ⓒFC서울

이날 기성용의 활약은 없을 수도 있었다. 기성용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심 끝에 FC서울과 재계약했다. 비시즌에 잉글랜드 등에서 여러 지도자들을 만나며 전술 공부를 했던 기성용이었기 때문에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전향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적지 않았다.

이랬던 기성용을 잡은 이가 김 감독이었다. 기성용은 FC서울과 재계약을 발표하면서 “2023 시즌이 끝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시즌이 끝난 이후에 지도자 코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영국에서 수많은 감독님들을 만나면서 더 생각이 많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기에 재계약까지의 기간이 길어진 것에 팬들에게 죄송스러움이 컸다"며 "다시 팬들 앞에 서겠다는 결정을 한 만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김기동 감독님께서 FC서울 감독으로 부임하시고 전화 통화를 나누면서 나에 대한 확신의 고민으로 확답을 못 드렸던 게 죄송스러웠는데 감독님에 대한 확신이 있고 능력 있으신 분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선보이려 한다"고 밝혔다.

▲ 김기동 FC서울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김기동 FC서울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세계적인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리오넬 메시보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선수단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맨체스터시티에서 역시 부스케츠 자리를 맡고 있는 로드리가 과르디올라 감독에겐 핵심이다.

김 감독에겐 기성용이 그렇다. 전성기 기량이 지났다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기성용이지만 김 감독에겐 여전히 국내 최고 미드필더다. 김 감독은 서울 취임 기자회견에서 "빌드업에 있어서 기성용이 참 좋다. 포항 시절에 기성용이 있기 때문에 압박이 통하지 않았고, 힘든 부분이 있었다. 같이 하게 됐기 때문에 후방에서 나가는 것이 수월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성용이가 외국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오랜 시간 전화를 했다. 서울이 기성용이고, 기성용이 서울이다. 나와 함께 좋은 축구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서울에 애정이 많은 선수라고 느꼈고, 좋은 선수다"라고 신뢰를 보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앞두고 '옛 서울이 남아 있다'고 새로운 색깔 입히기에 고충을 토로한 김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를 마치고 기성용과 류재문 등을 언급하며 "이제 3선 밑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 지난해 7월 수원FC와 경기에서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세운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 지난해 7월 수원FC와 경기에서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세운 기성용 ⓒ한국프로축구연맹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수훈 선수에 선정된 기성용은 김기동 감독과 호흡에 대해 "감독님이 오시고 많이 늙으신 것 같다. 두 달 세 달 정도 됐는데…지난 두 경기를 하면서 주장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원래 감독님의 유쾌한 모습이 살아나야 하는데, 제 눈엔 감독님이 근심하는 모습이 보여서. 오늘은 결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다"며 "감독님은 포항에서 워낙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감독님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축구가 하루아침에 되면 좋겠지만 감독님이 추구하는 경기력과 스타일이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FC서울이라는 팀이 울산이나 전북 같은 강팀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오늘처럼 겸손하게 열정적으로 임하면 좋은 결과들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지난해7월 수원FC와 경기에서 프로 통산 500경기 출전 기록을 달성한 뒤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거나 힘이 되지 않았을 땐 언제든지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한 '기동볼' 핵심이자 국내 최고 미드필더라는 것을 이번 시즌에도 증명해가고 있다.

기성용은 "감독님께서 포항에서 경험한 부분이 있으시겠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다 보면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주장으로서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한다. 감독님도 분위기를 살려 주려고 한다. 선수단 분위기는 너무 좋아지고 있다. 감독님을 통해 많은 것들이 팀에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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