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훔쳤다" 13억 뜯긴 오타니, 배신자에 분노한 11분…불법도박 연루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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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가 계좌에서 돈을 훔쳐서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
LA 다저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가 믿었던 동료이자 친구였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를 향한 배신감을 직접 이야기했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불법도박 연루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명문을 읽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타니는 질의응답을 받지 않았으며 11분 30초 동안 불법도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오타니는 "일단 이 자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그건 매우 힘든 결정이었다. 야구팬들과 다저스 구단에 정말 힘든 일주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내를 갖고 기다린 언론에도 감사를 표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인 사실에 매우 슬프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도 있어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나는 야구나 어떤 다른 스포츠에도 베팅을 하거나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으며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 불법도박업자를 통해서 스포츠에 베팅한 사실도 없다. 며칠 전까지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즈하라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내 주위 모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닛폰햄 파이터스 시절인 2013년 처음 미즈하라와 인연을 맺었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는 미즈하라를 전담 통역으로 고용하면서 지금까지 11년째 절친한 사이로 지냈다. '그림자 통역'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오타니의 일거수일투족을 같이했다.
오타니는 그런 미즈하라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ESPN과 LA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지난 21일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으며,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계좌가 활용됐다. 수사 당국이 수사를 하는 과정에 있고, 다저스 구단은 미즈하라를 해고했다'고 처음 보도했다.
오타니는 최초 보도 당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 시리즈(서울시리즈)에 출전하고 있었다.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354억원) 초대형 계약을 한 가장 주목받는 선수였다.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을 받은 선수였고, 또 서울시리즈가 열리기 직전 결혼 발표와 함께 아내 다나카 마미코를 공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미즈하라의 불법도박 스캔들이 터지면서 오타니는 더더욱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미즈하라의 도박 빚은 최소 450만 달러(약 60억원)다. 오타니 명의로 두 차례 50만 달러(약 6억원)씩 도박업자인 매튜 보이어에게 송금한 사실이 알려졌다. 오타니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즈하라는 총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오타니의 계좌에 몰래 접근해 훔쳤다. 불법도박에 절도까지 엄청난 중죄를 저지른 것이다.
오타니는 "지난주 한국에서 언론은 내 대변인에게 스포츠 베팅에 내가 잠재적으로 개입했는지 문의했다. 미즈하라는 내게, 또 나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이런 언론의 조사가 있었던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미즈하라는 언론과 내 대변인에게 내가 친구를 대신해 빚을 갚았다고 말했다"며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미즈하라를 향한 당혹스러운 감정을 표현했다.
미즈하라는 ESPN과 최초 인터뷰에서 "내가 오타니에게 도박 빚을 갚아달라고 부탁했다. 오타니는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불쾌해했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나를 위해 도박 빚을 갚아주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오타니의 대변인이 인터뷰 내용을 인지하고 "오타니가 직접 송금하지 않았고,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 불법적으로 접근해 절도했다"고 주장하자 말을 바꿨다. 미즈하라는 "인터뷰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거짓이었다. 오타니는 내 도박과 관련해 어떤 것도 알지 못하고, 빚이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도 몰랐다"고 자백했다.
오타니는 "내가 이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한국 개막전 이후 팀 미팅 때다. 하지만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내게 호텔로 돌아가 더 자세한 것을 둘만 이야기하고 싶으니 기다려달라고 해서 호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도박 중독인 것도, 빚이 있는 것도 몰랐다. 동의한 적도 없고, 송금을 허락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호텔에서 대화하면서 그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계좌에 마음대로 접근해 불법도박업자에게 송금하고 있었다고 했다. 내 대리인에게 이야기했고, 절도와 사기로 고소한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흐름이다. 스포츠 도박에 관여도 송금하고 있던 사실도 없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미즈하라의 불법도박 스캔들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사무국은 지난 23일 성명문을 내고 '사무국은 미디어로부터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연루된 의혹을 알게 된 뒤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날 우리 조사부는 관련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공식 절차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미즈하라는 불법도박을 하고, 빚 때문에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ESPN에 거짓말까지 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와 늘 동행하며 함께 인기를 얻었고, 또 오타니 덕분에 일반 직장인은 상상할 수 없는 고액 연봉을 받았다. 그러나 도박에 중독되면서 은인과도 같은 오타니에게 몰염치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번 사건으로 '오타니도 불법도박에 가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면서 오타니의 청렴한 이미지까지 훼손됐다.
오타니가 직접 해명하기 전까지 미국 언론은 '분신처럼 함께한 미즈하라가 계좌에 손을 댄 것을 모르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USA투데이는 '(전 소속팀인) LA 에인절스는 물론, 오타니를 아는 그 누구도 오타니가 이 일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어떻게 오타니가 50만 달러씩 여러 차례 불법도박업자에게 송금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가 있겠나. 오타니는 야구부터 마케팅 지식까지, 만나본 어느 누구보다 똑똑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또 그들은 오타니와 미즈하라는 미국에 온 뒤로는 거의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는데 미즈하라의 도박 습관을 모를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매체는 또 '아무도 오타니가 언어장벽 때문에 뒤늦게 미즈하라의 고백(도박 중독)을 알게 됐다고 믿지 않는다. 미즈하라는 통역을 맡았지만, 오타니는 확실히 영어를 이해하고 동료들 또는 다저스 직원들과 영어로 대화할 수 있었다. 또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는 한 불법도박업자도 50만 달러 정도를 버는 사람이 450만 달러에 이르는 빚을 지게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타니는 계속되는 의혹에도 "나는 야구나 어떤 다른 스포츠에도 돈을 걸거나 나를 대신해서 베팅을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리고 나는 불법도박업자를 통해 스포츠에 베팅한 적도 없다"며 완전무결을 주장하며 "이번 시즌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이 일을 맡겨 경찰에 협조하고 싶다"고 했다.
연방법에서는 오타니가 도박을 하지 않았어도 불법 도박의 빚을 대신 갚아준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는 판례가 있다. 오타니가 사법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오타니가 그 사실을 모르고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를 절도했다면 오타니는 모든 일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이 생긴다. 오타니는 사건이 발생됐을 때부터 일관되게 미즈하라가 불법도박을 한 사실을 몰랐고, 송금된 것도 몰랐다고 주장하며 진실을 호소하고 있다.
미즈하라는 불법도박과 거짓 인터뷰에 이어 학력 위조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점점 신뢰를 잃는 분위기다. 미국 매체 NBC는 '미즈하라가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를 졸업했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해당 대학에 확인한 결과 그의 재적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학력 위조는 미국 내에서 심각한 범죄로 취급받는다. 불법도박에 절도, 학력 위조까지 모두 사실이면 회생이 불가한 수준이다.
오타니는 일단 미즈하라와 인연을 모두 끊으면서 과거 청렴했던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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