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실수→만루포’ 미안했던 이정후 바로 찾아가서 사과했다, 동료는 “짜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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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로서는 ‘적응’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법한 하루였다. 새 홈구장이 된 오라클파크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몸으로 느꼈다. 타격이야 사이클이 있지만, 특히 수비는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정후는 동료에 대한 미안함에 바로 사과했고, 동료는 괜찮다며 이정후의 어깨를 두드렸다. 어차피 시즌은 길고, 이정후의 계약 기간은 더 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의 말대로 앞으로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으면 된다.
이정후는 7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경기에 선발 1번 중견수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3경기 연속 무안타로 타격감이 다소 주춤하다. 샌디에이고와 개막 시리즈 4경기, 그리고 다저스와 3연전 초반까지만 해도 좋았던 타격감이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무안타 경기가 길어지면서 타율은 0.200으로 내려왔다. 3할을 넘었던 시기와 비교하면 수치가 많이 떨어지기는 했다.
타구 속도는 빠르지만, 발사각이 낮아 타구가 내야에 갇히는 양상이 되풀이됐고, 이날은 타구마저도 잘 맞지 않으면서 무안타에 머물렀다. 딱히 맞는 순간 안타를 기대할 만한 타구가 없었다. 다만 더 큰 장면은 1회 수비 상황에서 나왔다. 이정후의 플레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서 위기가 시작됐고, 결국 이것이 만루홈런으로 이어지며 이날 두 팀의 전체 점수가 여기서 한꺼번에 나왔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0-4로 졌는데, 샌디에이고도 1회 4점을 제외하면 득점이 하나도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키튼 윈이 선두 타자 잰더 보가츠를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맞는 순간 이미 높게 뜬 타구였다. 유격수나 2루수가 따라가 잡기에는 조금 멀리 날아간 타구였지만, 중견수가 잡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타구였다. 이정후는 처음에는 타구가 보였던 듯 서서히 내려와 포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정후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어어’ 하는 순간에 공이 이정후 앞에 떨어져 중전 안타가 됐다.
공식 기록은 안타였지만 실책성 플레이였다. 윈은 이후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았지만 2사 상황에서 김하성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렸고, 결국 2사 만루에서 주릭슨 프로파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1회에만 4실점했다. 이날 윈의 유일한 실점이자, 샌프란시스코의 유일한 실점이기도 했다. 이정후로서는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것을 보고 큰 자책감을 느낄 법했다.
이정후는 곧바로 사과했다. 지역 유력 매체인 ‘머큐리뉴스’에 따르면 이정후는 이닝 교대 시간에 윈을 찾아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사과하고 미안함을 표현했다. ‘머큐리뉴스’는 ‘이정후가 이닝 사이에 윈에게 다가가 영어로 사과했다’고 했다. 윈은 이정후의 사과를 쿨하게 받아줬다. 그것도 다 경기의 일부라는 게 윈의 생각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윈은 자신말고는 아무도 탓하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윈은 “나는 ‘아 괜찮아, 이해해, 괜찮다’라고 말했다”면서 “물론 정말 짜증나는 일이지만, 그것도 경기의 일부다. 그것이 오라클파크 투구의 일부다. 태양도 요인이 된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책성 플레이가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자신이 막아냈다면 될 일이라는 태도다. 이정후를 탓하지 않고 자신이 프로파에게 홈런을 맞은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정후로서는 여전히 자책감이 남아 있을 법하지만, 그래도 윈의 태도가 고마웠을 법하다.
그렇다면 이정후는 왜 이 평범한 플라이를 놓친 것일까. 이 경기장에서 경험이 많은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시간대에 따른 태양의 이동 때문이라고 말한다. 멜빈 감독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첫 번째 플레이에서 중견수는 공을 전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보라. 서부 지역에서는 5시 또는 6시에 경기를 시작할 때 타석에서 보든 외야에서 보든 햇빛을 보는 게 때때로 힘들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멜빈 감독은 “변명은 아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정후가 그것을 잡아야 했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며 다시는 그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후는 “그 공이 내 시야를 빠져 나갔다. 햇빛 때문에 그것을 볼 수 없었다”고 공이 해에 가려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후는 “지금까지 오라클 파크에서 홈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그것에 대해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번에는 내가 오늘 한 경험을 통해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는 내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다짐했다. 이정후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선글라스를 바꿀 뜻도 있음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돌이켜보면 윈에게 더 나은 운명의 출발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그의 경기의 첫 투구에서, 잰더 보가츠가 일상처럼 보이는 평범한 플라이를 중견수 방향으로 들어 올렸지만, 이정후는 햇빛 아래에서 공을 잃었다’면서 ‘이정후는 오라클 파크에서 베이 브리지 시리즈(정규시즌 전 오클랜ㅡ와 오라클파크와 콜리세움을 오가며 치르는 시범경기) 연습경기를 포함해 세 번째 경기를 치렀고, 맥코비만 해안가의 도전적인 요소들과 특이한 환경들에 더 잘 익숙해져야 한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머큐리 뉴스’ 또한 ‘해가 오라클 파크의 상부를 들여다보았고 키튼 윈이 첫 투구를 할 때는 강한 바람이 우익수 방향으로 불었다. 그런 조건들이 토요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패한 원인이었을지 모른다’면서 ‘이닝의 후반 타석에는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고, 만일 주릭슨 프로파가 단지 20분 후에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면 그의 뜬공은 워닝 트랙에서 죽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높은 팝 플라이는 딱 알맞은 시간에 발생했고, 맥코비만을 향해 부는 제트기류와 만났다’면서 이날은 날씨가 샌프란시스코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대신 이정후는 5회 잭슨 메릴의 타구 때 윈을 도왔다. 잘 맞은 타구가 중앙 담장까지 뻗어 나갈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타구를 제대로 판단한 이정후가 펜스에 부딪히면서 이 타구를 건져 냈다. 만약 잡지 못했다면 최소 2루타, 후속 플레이의 기민함 여부에 따라 3루까지도 갈 수 있는 타구였다. 이정후가 잡지 못하면 우익수나 좌익수가 백업을 들어와야 할 타구였는데 이정후가 잡아내면서 장타로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
오라클파크는 구장 구조가 다소 독특하다. 우중간 구조물이 독특해 우익수나 중견수가 이 방면 타구를 잡기가 쉽지 않다. 넘어갈 확률이 적어 투수에게는 유리할 수 있으나 이 구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2루타나 3루타가 나오기 십상이다. 중견수 수비가 결코 쉬운 구장은 아니다. 이정후는 KBO리그에 있을 때 좌우 구조가 동일하거나 비슷한 비교적 평범한 구조의 경기장에서만 뛰었다. 이런 구조물이 익숙하지 않다. 메이저리그 구장들은 30개 모두가 각자의 개성이 있는 만큼 빨리 적응하는 게 필요하다. 사실 1년으로 다 되지 않을 수도 있다. 1년을 뛰어도 경험을 못하는 구장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시즌의 절반을 뛰는 오라클파크의 플레이는 반드시 익숙해져야 한다.
게다가 오라클파크는 바닷가에 위치해 바람도 변화무쌍한 편이다. 이날처럼 오후 5~6시에 시작하는 경기는 해가 경기장 상단 구조물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잘못하면 공을 잃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윈 역시 오라클파크에서 뛰는 투수라면 적응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는데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정후의 중견수 수비력은 리그 평균 이상이라는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있는 만큼 적응만 잘하면 크게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타를 치지 못하면서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정후는 4월 3일 LA 다저스와 경기까지만 해도 타율 0.292, 출루율 0.345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4월 4일 LA 다저스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더니, 4월 6일 샌디에이고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그리고 7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최근 3경기 11타수 무안타로 타율이 쭉 떨어졌다.
표본이 적어 안타 몇 개면 성적은 금세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약간의 교정 작업도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정후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 속도를 자랑하는 선수 중 하나다. 타구 속도에서 이를 알 수 있다. 타구 속도는 힘과 기술의 조합이다. 무식하게 힘만 있다고 해서 타구 속도가 잘 나오지 않는다. 배트에 정확하게 맞혀야 타구 속도도 잘 나온다. 배트에 정확하게 맞히는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힘이 투구를 이겨내지 못하면 타구 속도는 잘 나올 수 없다. 이정후는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총 29개의 인플레이타구를 만들었고, 이 타구의 평균 속도는 95.8마일(약 154.2㎞)이다. 이는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 중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8위 기록이다. 현재 이정후보다 앞에 있는 선수는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101.5마일), 미겔 사노(LA 에인절스·100마일), 올리버 던(밀워키·97.9마일), 패트릭 베일리(샌프란시스코·97.9마일), 헤수스 산체스(마이애미·97.2마일), 카슨 켈리(디트로이트·96.9마일), 크리스티안 워커(애리조나·96.4마일) 뿐이다. 인플레이타구 20개 이상을 기준으로 하면 이정후 앞에는 단 한 명, 바비 위트 주니어만이 있다. 지금은 타구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정후는 95마일 이상의 하드히트를 총 17개 만들어 이 부문에서는 두 경기를 더 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18개)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분명 타구 속도 자체는 리그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평균 발사각이 2.8도에 그치면서 타구가 내야를 빠져 나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단 타구가 외야로 나가면 안타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타구 속도인데 공이 내야에 갇히니 안타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실제 이정후는 이 빠른 타구 속도를 가지고도 배럴 타구(타구 속도와 발사각을 종합했을 때 장타율 1.500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타구)는 단 두 개에 그쳤다. 전체 타구 대비 5.4%로 비슷한 타구 속도를 가진 선수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즉, 이정후는 지금의 강한 콘택트를 유지함과 동시에 공을 더 띄워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전형적인 어퍼 스윙을 구사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특유의 스윙 궤적으로도 15도 상당의 충분한 발사각을 보여주곤 했다. 지금 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충분히 이 궤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콘택트 비율을 보면 이정후는 충분히 괜찮은 몸 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뭔가의 계기나 실마리가 있다면 발사각이 높아지고 계속해서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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