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수상 유력 후보였는데… 이제는 멀어지는 韓 최초 대업, 자존심 회복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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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에게 2024년은 악몽과 같은 한 해로 남아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이라는 기쁨과 설렘과 잠시, 시즌 37경기 출전으로 첫 시즌이 끝났기 때문이다. 부상 때문이었다.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라는 거액 계약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가 순식간에 한 플레이로 날아갔다.
이정후는 2024년 5월 13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와 경기에서 1회 수비 도중 왼 어깨에 큰 부상을 당했다. 상대의 홈런성 타구를 잡기 위해 뛰어 올랐는데 공도 잡지 못하고 어깨를 펜스에 크게 부딪혀 결국은 인대에 큰 손상이 발견됐다. 재활로 버텨보면서 복귀하고, 시즌 뒤 수술을 받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원하지 않았다.
6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한 만큼 구단으로서는 남은 5년의 계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활로 버텨봐야 어차피 시즌 뒤 수술을 해야 하고, 그렇다면 2025년 시즌 출발을 함께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아예 일찌감치 수술을 받고 2025년 개막을 같이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이정후는 수술대에 올랐고, 남은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부상으로 자기 기량을 보여줄 시간도 날렸고,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시간도 날렸다. 37경기에서 타율 0.262, 출루율 0.310, OPS(출루율+장타율) 0.641에 머물며 아쉬움도 남겼다. 그런 이정후는 올해 확실하게 어깨 재활을 마치며 시즌을 별렀다. 시즌 초반에는 성적도 좋았다. 펄펄 날았다.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정후는 4월 26경기에서 타율 0.324, 출루율 0.369, OPS 0.908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중견수 중 가장 좋은 공격 생산력을 뽐내는 선수로 우뚝 섰다. 타율도 3할이 넘었고, 홈런은 많지 않았지만 2루타 부문에서 리그 선두를 질주하는 등 장타도 곧잘 쳤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뽐내며 외야수 어시스트 부문 레이스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이정후의 수상 가능성 하나가 제기되기도 했다. 바로 ‘올해의 재기상’(Comeback Player of the Year)이었다. 이 상은 장기 부상의 늪에 시달리던 선수의 재기, 혹은 이전 성적에 비해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가 재기하는 선수들에게 주로 수여된다. 아무래도 부상으로 전 시즌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날린 선수들이 반등했을 때 후보가 된다.
이정후 또한 어깨 부상으로 2024년 37경기 출전에 그쳤고, 반대로 2025년 시즌 초반 성적이 좋았으니 수상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실제 현지 베팅 업체의 배당을 보면 이정후는 4월까지 이 부문 TOP 3에 들었다. 재기상의 유력한 후보로 뽑힌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스펜서 스트라이더(이상 애틀랜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이정후의 활약이 도드라지던 시기라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그 꿈이 희박해지고 있다. 이정후는 5월 이후 타격 성적이 아쉽게도 내리막을 걸으며 반등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5월 OPS는 0.613, 6월 OPS는 0.551로 크게 처졌다. 특히 6월은 월간 타율이 0.143에 불과할 정도로 인생 최대의 시련을 겪었다.
자연히 배당도 하락세다. ‘팬듀얼 스포츠북’의 7월 15일 배당을 보면 이정후는 내셔널리그 재기상 부문에서 10위까지 떨어졌다. 유력 후보에서, 이제는 수상 가능성이 희박한 후보가 된 셈이다. 현재 이 부문 내셔널리그 1위는 아쿠냐 주니어로 -1100의 배당을 기록, 사실상 독주를 보이고 있다. 이정후의 팀 동료인 로비 레이(샌프란시스코)가 +1100, 스트라이더가 +1300으로 2·3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1위와 격차가 크다. 아메리칸리그에서는 올해 부활에 성공한 제이콥 디그롬(텍사스)의 독주다. 양대 리그 재기상이 일찌감치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쉽게 이 부문 수상에서는 멀어지고 있지만, 애당초 재기상을 목표로 뛴 시즌은 아니었다. 자신의 진가를 보여줘야 한다. 다행히 7월 이후로는 조금씩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다. 이정후는 7월 21경기에서 타율 0.278, 출루율 0.341, OPS 0.733을 기록하며 5~6월 최악의 부진에서는 벗어났다. 최근 두 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해 주춤했는데, 장기 슬럼프로 이어지지만 않으면 완만한 반등 곡선을 그릴 수 있다.
지난해보다는 분명히 득점 생산력에서 나은 시즌이다. 지난해 이정후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84로 리그 평균을 하회했지만, 올해는 그렇게 못한 것 같은데도 102다. 중견수임을 고려할 때 생각보다 나쁜 시즌은 아니다. 그러나 기대치에는 아직 아니다. 그리고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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