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이정후 업적에 다시 도전? 리그에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 일단 끝까지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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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4일 비로 경기가 취소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한 선수의 흥에 시끄러웠다. 그라운드 보호차 이날은 SSG 선수들도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타격 훈련을 했다. 그런데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34·SSG)의 목소리가 유독 도드라졌다. 실내라 더 잘 들렸다.
신이 나서 타격 훈련을 한 에레디아는 1루 측 SSG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다 취재진을 발견하고는 “안녕하세요”라고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동료들과도 특유의 밝음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를 전해 들은 이숭용 SSG 감독은 “잘 맞아서 그런가 보다”고 웃어보였다. 실제 요즘 에레디아의 플레이는 흠을 잡을 곳이 전혀 없다.
지난해 136경기에서 타율 0.360을 기록하며 리그 타격왕에 올라 인천 야구 역사를 새로 쓴 에레디아는 올해 초반 부상으로 고전했다. 허벅지에 낭종이 생겨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는데 감염 이슈가 생기며 6주를 쉬어야 했다. 당초 열흘 결장이 6주로 연장되는 허탈한 상황이었다. 시즌 초반에는 타격감 자체가 그렇지 좋지 않기도 했다. “에레디아와는 올해까지”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한 번 불이 붙은 방망이는 역시 리그 최고의 ‘요술 방망이’다. 전반기 막판부터 에레디아 특유의 타구 분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후반기에는 마치 전반기에 못 친 것을 만회라도 하듯이 대폭발이다. 전반기 막판부터 “이제는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는 분석이 구단 내부에서 나왔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에레디아는 전반기 43경기에서 타율 0.277, OPS(출루율+장타율) 0.714에 그쳤으나 4일 현재 후반기 38경기에서는 타율 0.411, 7홈런, 23타점, OPS 1.113으로 펄펄 날고 있다.
그 결과 타율도 꾸준히 올라 4일 현재 리그 81경기에서 0.338, OPS 0.893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성적(타율 0.360, OPS 0.937)보다는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약간의 투고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조정득점생산력(wRC+)로 따지면 오히려 지난해보다 소폭 나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쯤 되니 아쉬운 것은 다시 부상이다. 타격왕 2연패도 가능한 타율인데, 정작 규정타석에 미달되어서다.
올해 리그 타격왕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4일 현재 안현민(KT)과 빅터 레이예스(롯데)가 딱 타율 0.333으로 동률 1위다. 후반기 들어 역시 무서운 양의지(두산)가 0.333으로 3위를 기록 중이다. 이 순위는 경기가 아니라 타석마다 바뀔 수 있다. 4위 김성윤(삼성)도 0.326의 타율로 이들을 추격권에 두고 있다.
그런데 규정타석의 70% 이상을 소화한 선수로 범위를 넓히면 에레디아가 0.338로 리그 선두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 퇴색된 부분도 있지만, 지난해 타격왕 경력과 아우라를 고려하면 규정타석을 소화하고도 이 성적을 유지하거나 혹은 그 이상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선수다.
역대 타격왕 2연패 사례는 몇 차례 있었고, 가장 근래 사례로는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타격왕을 차지한 이정후(현 샌프란시스코·당시 키움), 그리고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타격왕 2연패를 차지한 이대호(당시 롯데)가 있다. 그렇다면 에레디아는 이 대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또 가능할 수도 있다.
KBO리그의 규정타석은 446타석이다. 에레디아는 4일까지 351타석을 소화했다. 모자란 타석은 95타석이다. 그리고 SSG는 현재 19경기가 남아있다. 경기당 5타석을 소화하면 된다. 사실 달성이 쉽지 않다. 에레디아가 3~4경기만 더 일찍 복귀했어도 가능성은 있었겠지만 매 경기 5타석을 소화하는 건 쉽지 않다. 보통 네 타석 정도고, 타선이 터진다면 5타석이다.
그러나 아예 불가능한 범주는 아니다. 최대한 타순을 앞으로 당긴다면 도전 자체는 가능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이숭용 SSG 감독은 “그럼 2번으로 쓸까”라며 흥미를 드러냈다. 리드오프는 박성한이 있는 만큼 1번으로 올리지는 않겠지만, 2번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감독은 “아예 공격으로 승부를 봐야 하는 날은 에레디아를 2번으로 쓰고 있다. 나머지 날은 상대 유형에 따라 타순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규정타석에 몇 타석 모자란 수준까지 가고 타율을 계속 쭉쭉 끌어올린다면 기적의 드라마도 벌어질 수 있다. 야구 규칙에는 ‘필요타석수(규정타석)에 미달한 타자가 그 부족분을 타수로 가산하고도 최고의 타율, 장타율 및 출루율을 나타냈을 경우에는 그 타자에게 타격상, 장타율상 및 출루율상을 준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른바 ‘토니 그윈 룰’이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길이 열릴 수도 있다.
타격도, 수비도 건재하다. 이 감독은 "KBO 좌익수 중 최고 수비수"라고 단언한다. 타격도 올해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한동안 낮게 점쳤던 재계약 가능성이 열릴 수도 있다. 올해 연봉(총액 180만 달러)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꽤 삭감된 금액에 선수가 동의할 경우가 있다. 어쨌든 에레디아의 방망이가 터져야 SSG도 3위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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