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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지뢰밭’도 이겨냈는데… 최고 유망주의 귀환, 누구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성일: 2025.12.11 15:2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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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SSG 구단과 팬들의 기대감을 다시 모으고 있는 윤태현 ⓒSSG랜더스
▲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SSG 구단과 팬들의 기대감을 다시 모으고 있는 윤태현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군 복무를 하면서 야구 생각을 할 겨를이 별로 없었다. 살기 위해서 매 순간 집중해야 했다. 문자 그대로 곳곳이 ‘지뢰밭’이었다. 주위에서 폭발 소리도 자주 들렸다. 건강하게 야구장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금 현실에 충실해야 했다.

여전히 SSG 마운드의 투수 최고 유망주로 뽑히는 윤태현(22·SSG)은 군 복무를 현역으로 했다. 최전방 모 사단 수색대에 있었다. 그렇게 위험하다는 비무장지대(DMZ)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윤태현은 “목숨을 걸고 다녀왔다. 지뢰를 밟으면 안 되니까”라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야구 선수에게 있어 야구는 엄두도 못 내는, 어쩌면 야구 생각조차 허용되지 않는 약 18개월의 시간은 사형선고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윤태현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입대 전에는 전형적으로 생각이 많은 선수였다. 모든 여건이 그 ‘깊은 생각’을 강요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인천고 시절 아마추어 최고 투수 중 하나로 뽑혔던 윤태현은 2022년 SSG의 1차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단했다. 모두가 이 투수는 반드시 팀 선발 마운드의 핵으로 성장할 것이라 기대했다. 시작도 기가 막혔다. 뒤늦게 합류한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기가 막힌 투구를 선보이며 1군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거의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윤태현은 프로 입단 후 자신의 공을 던져본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인 때 시범경기였다”고 했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자신이 만족할 만한 공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는 의미다. 긴 고통의 시간이었고, 발버둥칠 수록 발이 진흙탕 속에 깊이 빠졌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허송세월로 지나갔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겪는 시련이었다.

▲ 입단 이후 슬럼프가 길었던 윤태현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설명한다 ⓒSSG랜더스
▲ 입단 이후 슬럼프가 길었던 윤태현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고 설명한다 ⓒSSG랜더스

윤태현은 “그때는 야구가 쉬웠다고 생각했다”고 돌아보면서 너무 집착하고 고민했던 것이 결국은 긴 슬럼프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코칭스태프가 너무 자주 폼을 크게 바꿨다는 루머도 돌았지만 윤태현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스스로를 너무 사슬에 옭아맸다. 윤태현은 “코칭스태프께서는 조금씩 잡아주신 것이다. 내가 멘탈적으로 많이 불안하니까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하다가 점점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현은 “나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군 복무를 위험한 환경에서 하면서 오히려 머리를 비워낼 수 있었던 게 돌이켜보면 좋았다. 윤태현은 “야구 생각은 많이 안 했다. 군인 신분에 맞게 살았다”면서 “병장이 되면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도 체력 단련은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었고, 어느덧 ‘리셋’이 된 머리는 더 의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윤태현은 “안 좋았던 기억들은 다 비워내고 왔다. 거기서도 이겨냈는데, 야구도 이겨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역 후 강화 팀 2군 시설에서 몸을 다시 만들고 실전 피칭 단계까지 갔다. 그리고 11월 열린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합류해 힘차게 공을 뿌렸다. 불펜 투구 수가 130개까지 올라가는 과정 속에서도 최고 145㎞의 공을 던지며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옆구리형 투수로 공의 움직임이 탁월한 윤태현으로서는 지금 단계에서는 충분한 구속이다. 윤태현은 “피칭을 130개까지 해도 죽을 것 같이 힘들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제 기술적인 면을 조금씩 가다듬으며 내년 선발 경쟁을 준비한다.

윤태현은 입대 전과 지금은 밸런스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한다. 고교 때 잘 나갔던 자신은 이미 잊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로 가고시마에 갔다. 윤태현은 “그때 밸런스와 지금 밸런스가 많이 달라져서 굳이 그때의 밸런스를 다시 찾는다기보다는 새로운 밸런스를 찾아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끔 생각하고 있다”면서 “강화도에서부터 경헌호 코치님이 도와주셨고 여기 와서도 그쪽으로 해주셔서 그런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 경헌호 투수코치와 새로운 밸런스를 만들어가며 내년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윤태현 ⓒSSG랜더스
▲ 경헌호 투수코치와 새로운 밸런스를 만들어가며 내년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윤태현 ⓒSSG랜더스

경헌호 코치가 진단한 문제는 몸이 빨리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타자 몸쪽으로 깊게 날리는 공이 많았다. 윤태현은 “그래서 크로스로 많이 닫아두고, 다리의 스탠스로 원래 일자로 나갔는데 크로스 쪽의 느낌으로 나가는 것을 주문하신다”고 오프시즌의 중점을 설명했다. 스스로 영상을 봐도 예전의 자신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폼이 익는 데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감각이 워낙 좋은 선수라 기대가 모인다. 게다가 아직도 젊은 투수다.

이숭용 SSG 감독은 윤태현을 직접 지도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KT 단장 시절 드래프트 때문에 윤태현의 피칭을 자주 봤다고 했다. 이 감독의 머릿속에도 윤태현의 피칭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 감독은 “그때 SSG 상황에서 윤태현을 뽑는 게 당연했다”고 단언한다. 가고시마에서 윤태현의 잠재력을 처음 확인한 이 감독은 윤태현을 선발 후보로 분류했다. 가고시마에 들어가서야 그 구상을 안 윤태현도 의욕이 넘친다. 하지만 신인 당시 때와 비교하면 절제된 의욕이 느껴졌다.

윤태현은 “내 스스로 무너졌다. 나도 그것을 알고 입대했다. 그 부분을 알기 때문에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내 자신부터 이기고 나서 누구를 이겨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도영(KIA), 문동주(한화), 이재현(삼성) 등 자신과 순번을 놓고 경쟁했던 동기들이 멀리 도망가는 것 같지만, 윤태현은 지뢰밭을 누비던 그때처럼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어 최종 목표에 갈 생각이다. 올해는 그 시작점이 될 것이다. 누구도 늦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 내년 SSG 선발진의 경쟁자 중 하나로 합류하며 구단의 여전한 기대치를 확인한 윤태현 ⓒSSG랜더스
▲ 내년 SSG 선발진의 경쟁자 중 하나로 합류하며 구단의 여전한 기대치를 확인한 윤태현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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