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사람 아냐" 인타논 경외 고백…다른 종(種)의 배드민턴 보인다→"모든 계산 무너뜨리는" 공포의 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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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안세영의 경기는 점점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기는 방식이 아니라, 이기는 ‘상태’가 그렇다. 상대도 준비를 해 나오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준비했던 모든 계산이 무력해진다. 17일(한국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오픈 여자 단식 4강전이 그랬다.
안세영은 태국의 강자 랏차녹 인타논(세계 8위)을 32분 만에 정리했다. 스코어는 21-11, 21-7. 숫자도 일방적이지만 체감은 그 이상이었다. 흐름이 한 번도 상대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흔들림도, 주춤거림도 없었다.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사실상 방향이 정해졌다. 첫 게임 초반 안세영은 6점을 연달아 가져갔다. 랠리는 길지 않았고 길어져도 결론은 같았다. 인타논이 셔틀을 보내면 안세영은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 역전은커녕 추격 실마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두 번째 게임에서도 흐름은 달라지지 않았다. 리플레이를 보는 듯했다. 4-4 동점에서 잠깐 균형이 맞는 듯했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안세영은 이내 4연속 득점으로 간격을 벌렸고 이어진 국면에서 터진 연속 8득점은 경기 긴장감을 지워버렸다. 워낙 기량 차가 크니 인타논이 전의를 상실한 것처럼 느껴졌다.
경기 후 인타논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인도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태국 베테랑은 “오늘 안세영은 마치 기계 같았다. 어떤 각도로 셔틀콕을 보내도 그는 이미 그 자리에 가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완패 인정을 넘어 경외에 가까운 코멘트였다.
이어 “안세영을 이기려면 실력만으론 부족하다. 그의 정신력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안세영은 상대를 압도하지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경기 후에만 짧고 굵게 포효할 뿐이다. 경기 중엔 점수를 따도 크게 반응하지 않고 실점해도 표정이 바뀌지 않는다. 무표정 속에서 경기는 조용히 끝난다. 상대가 지치고 먼저 흔들린다.
이미 지난해 여자 배드민턴의 거의 모든 기록을 고쳐 썼다. 단일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 단식 최고 승률, 누적 상금 신기록 등이 안세영 이름으로 채워졌다. 다만 이러한 눈부신 '숫자들'도 인도오픈에서의 안세영을 온전히 담아내진 못하는 인상이다. 그만큼 압도적이다.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다. 전적이 일방적이다. 안세영은 왕즈이를 상대로 통산 17승 4패, 최근 9연승을 기록 중이다. 상대 전적은 과거의 기록이지만 현재의 기량과 추이, 심리를 담고 있다.
안세영은 지금 이길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 ‘지기 어려운 선수’에 가깝다. 경기를 길게 가져가도, 템포를 빠르게 올려도 흐름이 요동하지 않는다. 상대는 방법을 찾지만 안세영은 이미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랏차녹 말처럼 그는 '기계'처럼 보일 수 있다. 인도오픈 결승행은 성과라기보다 현시점 배드민턴 여자단식 생태계의 확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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