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이렇게 등을 보이다니… KIA 팬들 가슴이 찢어졌다, 1패보다 더 아픈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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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창원, 김태우 기자] KBO리그의 살아 있는 레전드이자, 송진우에 이어 역대 두 번째 200승 고지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양현종(38·KIA)은 자연스레 KIA 팬들의 자부심이다. 오랜 기간 큰 부상 없이 성실하게 마운드를 지킨 소나무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지역 연고인 광주동성고 출신으로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했고, 2007년 1군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 KBO리그 통산 561경기에서 2745이닝을 던지며 193승132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한 예비 전설이다. 훗날 KBO리그에 명예의 전당이 생긴다면 첫 턴에 입성할 선수이자, ‘영구결번’ 기준이 빡빡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에서도 당연히 유니폼이 경기장에 걸릴 선수다.
전성기에 비하면 기량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기량이 영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계산이 되는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 18경기에서도 88⅓이닝을 던지며 7승5패 평균자책점 3.87로 자기 몫은 하고 있다. 구위와 구속은 예전보다 떨어져 고전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노련하게 위기를 헤쳐나가며 최소 실점으로 팀의 승리 발판을 만들어주곤 했다.
더 좋은 구위를 가진 후배 선발 자원들이 즐비하지만, 아직도 양현종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는 없다. 폭발력보다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꾸준함과 안정성으로 여전히 획을 그어가고 있다. 그런데 31일 창원에서는 달랐다. 양현종의 구위 저하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팬들조차도 당황스러울 만한 장면이 이어졌다.
양현종은 3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⅓이닝 동안 59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6볼넷 1탈삼진 8실점(7자책점)이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마운드를 조기에 내려왔다. 그간 꾸준함을 상징으로 삼던 양현종의 경력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난조였다.
이런 부진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양현종이 선발로 나서 2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마지막 경기는 2015년 7월 4일 수원 KT전(1⅓이닝 39구 2실점)이 마지막이었다. 11년 동안 한 번도 2회 도중 등을 보인 적이 없는 선수였다. 2이닝 미만을 던지면서 6개 이상의 볼넷을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 그대로 양현종이라는 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혀 연계시키기 어려운 등판이었다.
1-0으로 앞선 1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1사 후 권희동에게 2루타를 맞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박민우 블레인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제구가 썩 좋지 않았다. 결국 박건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1-1로 맞선 2회는 최악이었다. 양현종의 경력에서 최악의 악몽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 양현종은 2회 선두 김휘집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어 김형준의 유격수 땅볼 때 유격수 하주석의 실책으로 무사 1,2루에 몰렸다. 적어도 아웃카운트 하나, 운이 조금 따르면 병살까지도 잘 수 있는 타구였기에 양현종의 아쉬움이 컸을 법하다. 이어 천재환의 투수 앞 번트가 내야 안타로 이어지며 무사 만루에 몰렸다. 뭔가가 꼬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한 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양현종은 항상 이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넘기던 선수였다. 1~2실점 정도만으로 넘어간다면 최근 물이 오른 KIA 타선을 생각하면 충분히 쫓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아니었다.
양현종은 무사 만루에서 김주원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최대한 보더라인 투구를 하려고 애 썼으나 이것이 통하지 않았다. 양현종답지 않은 투구였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결국 권희동에게 좌월 만루홈런을 맞고 돌이킬 수 없는 실점을 했다. 2B-1S로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체인지업이 가운데 몰렸다.
양현종은 이어 박민우에게도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고, 블레인에게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완전히 흔들렸다.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이우성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은 뒤 강판됐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인데 2회 한 이닝에 너무 많은 공을 던져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KIA 팬들로서는 묘한 감정을 느끼기 충분한 날이었다. 예전에는 이런 위기 상황을 구위로 틀어막기도 했고,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양현종은 그러기가 쉽지 않은 선수였다. 레전드, 프랜차이즈 스타의 무기력한 뒷모습을 보는 팬들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하루였다. KIA는 양현종의 부진을 만회하지 못하고 4-10으로 졌고, KIA 팬들의 1패보다 더 큰 아픔을 안은 채 경기장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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