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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기적', 폭염에도 디펜딩 챔피언 연천 미라클이 뿜어내는 투혼-열정-꿈[KBSA리그]

작성일: 2026.08.05 12:00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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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곡베이스볼파크는 좌우 95m, 중앙 105m로 조성됐다.
▲ 선곡베이스볼파크는 좌우 95m, 중앙 105m로 조성됐다.
▲ 선수들에게 직접 베팅볼을 던져주는 김인식 감독.
▲ 선수들에게 직접 베팅볼을 던져주는 김인식 감독.
▲ 선곡베이스볼파크 인근에는 임진강의 수위를 조절하는 군남댐이 있다. 북한 황강댐의 방류로 홍수를 막기 위해 군남댐도 방류 중이었다.
▲ 선곡베이스볼파크 인근에는 임진강의 수위를 조절하는 군남댐이 있다. 북한 황강댐의 방류로 홍수를 막기 위해 군남댐도 방류 중이었다.

 

[스포티비뉴스=연천, 이성필 기자] "차가워 너무나~. 속이시려 너무나~."

개그맨 박명수와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가 2009년 7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함께 부른 '명카드라이브'의 '냉면'이 어떤 선수의 선곡으로 미니스피커를 통해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의 한탄강변에 위치한 선곡베이스볼파크에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그런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너무나 상반된 광경들이 동시에 펼쳐져 있었다. 

스포티비뉴스가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홈경기장인 선곡베이스볼파크를 찾은 지난달 27일, 오랜 장맛비로 세 차례나 훈련 취재 시도가 연기된 끝에 이뤄진 날이었다. 비가 멈추기 무섭게 뜨거운 태양은 임진강의 윤슬로 반사됐지만, 낭만은 사치였다.  

연천군의 아이콘이자 자랑이 된 '연천 미라클'

오전 9시, 영상 30도를 이미 넘긴 날씨에 노구를 이끈 김인식 연천 미라클 감독은 직접 선수들을 향해 배팅볼을 던졌다. 인접한 임진강의 군남댐에서는 북한의 황강댐 방류로 물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열고 방류하면서 고온과 함께 엄청난 습기가 야구장으로 몰려왔다. 

흔치 않은, 방류하는 댐을 관광하는 관광객과 야구장 초입의 선곡교회와 마을로 봉사활동을 온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운정신도시 경계에 위치한 '거룩한빛 광성교회' 성도들의 땀방울에, 타석에서 더위와 싸우며 어떻게든 프로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송구하고 뛰는 상반된 광경은 기묘했다. 

봉사활동은 집중하고 가기에 좋은 이틀이었지만, 25명 내외의 선수는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개인 운동에 열중이었다. 좌우 95m, 가운데 105m로 조성된 선곡베이스볼파크에는 공을 치는 '딱~딱' 소리가 습한 공기의 파동을 타고 멀리 퍼져 나갔다. 

연천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진행 중인 KBSA리그와 경기도 독립리그에 한국야구위원회(KBO)의 KBO리그 퓨처스 팀과 연습 경기를 병행 중이다.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프로행 또는 야구를 마무리하는 상황에 내몰릴지 모르는 두 갈림길 사이에 '벼랑 끝 심정'이지만, 최대한 긍정하며 몸 만들기에 열중이었다. 

전날 화성에서 경기도 독립리그 경기를 치르고 연천으로 왔지만, 훈련이 최선이었기에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김 감독의 배팅볼을 휘두르거나 투구 연습을 하는 등 노력의 연속이었다. 누구 한 명 어두운 표정은 없었다.  

그나마 겨우 태양을 피할 수 있었던 나무 그늘에서 훈련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기자를 가장 먼저 본 이정기 코치는 "지금은 각자 훈련이고 점심을 먹고 온 뒤에는 전체 훈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코치 말대로 이날 연천은 오전 9시 개인 훈련을 시작해 11시에 끝냈고 12시에 다시 전체 훈련을 한 뒤 2시에 끝낸 뒤 운동장 정비 후 마무리 훈련을 하면 된다.  

훈련이 끝나면 공 수집에 열중이다. 타격 훈련을 하면서 경기장 밖 주차장이나 바로 옆 파크 골프장에 낙하한 볼이 너무나 많다. 얼룩으로 빛바란 공이지만, 자산이라 다 수거해야 한다. 뱀이 나온다는 외야 펜스 뒤에만 '치외법권(?)' 지대다. 

프로팀처럼 구단이 식사를 준비해 주는 것도 아니기에 각자가 챙겨야 한다. 그나마 연천군이 식비를 지원해 줘서 점심은 야구장 인근 다섯 곳 식당에 가서 먹고 오면 된다. 실내 훈련 시설도 철도 경원선 대광리역 인근 숙소에 조성 중이다. 저녁 역시 숙소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면 된다.  

김인식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오전 훈련 후 땀이 식기 전 8년 된 승합차로 이동해 군남면 중심가 '나룻배 식당'에서 '오징어제육볶음'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식당 대표가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강호 수원 삼성을 응원하는지, 수원 머플러가 걸려 있는 기묘한 풍경 속에서 김 감독과 노찬엽 코치, 이 코치 등은 식사에 열중했다.   

2015년 창단한 연천은 한국 야구계 가장 오래된 독립 구단으로 꼽힌다. 명맥을 이어온 것에는 연천군청의 의지와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 군사도시가 도시를 상징하는 전부였다. 선사유적지나 한탄강 등 관광지가 있어도 기존 도시의 성격과 충돌했다. 

▲ 연천 미라클에서 가장 자랑하는 한화 이글스 황영묵, 김인식 감독은 사인볼을 대량으로 받아 놓았다고 한다.
▲ 연천 미라클에서 가장 자랑하는 한화 이글스 황영묵, 김인식 감독은 사인볼을 대량으로 받아 놓았다고 한다.
▲ 선곡베이스볼파크는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에 위치해 있다. 군남면 중심가 '나룻배 식당'에서 식사 중인 김인식 감독(사진 왼쪽)과 코칭, 지원 스태프. 식사 중에도 업무 통화하며 일인 다역 중인 황형범 운영팀장(사진 왼쪽 위)의 모습이 애처롭다. 뒤에는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의 응원 도구가 걸려 있어 이색적이다.
▲ 선곡베이스볼파크는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에 위치해 있다. 군남면 중심가 '나룻배 식당'에서 식사 중인 김인식 감독(사진 왼쪽)과 코칭, 지원 스태프. 식사 중에도 업무 통화하며 일인 다역 중인 황형범 운영팀장(사진 왼쪽 위)의 모습이 애처롭다. 뒤에는 프로축구 K리그2 수원 삼성의 응원 도구가 걸려 있어 이색적이다.
▲ 야구공은 소중한 자산이다. 훈련 중간, 종료 후 반드시 수거해야 한다. 프로팀처럼 새 공을 자주 보급받는 것은 꿈일 뿐이다.
▲ 야구공은 소중한 자산이다. 훈련 중간, 종료 후 반드시 수거해야 한다. 프로팀처럼 새 공을 자주 보급받는 것은 꿈일 뿐이다.
▲ 훈련 종료 후 마운드에 흙을 보강하는 선수들, 익일 경기가 있어 미리 준비 중이었다.
▲ 훈련 종료 후 마운드에 흙을 보강하는 선수들, 익일 경기가 있어 미리 준비 중이었다.

 

각자 식사 해결하고 훈련 후에는 경기장 정비도 셀프로 하고 

고심 끝에 창단한 연천 미라클은 한줄기 샘물과도 같았다. 익명의 연천군 관계자는 "처음에는 연천을 알리자는 의지가 있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야구 예능에도 나오고 또 프로에 간 선수도 배출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얻은 것 같다. 도시와 구단이 같이 상생 효과를 얻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천에서 부활한 선수들은 꽤 많다. 대표적으로 한화 이글스의 황영묵이다. 쉽지 않은 프로 진출이었지만, 연천의 자랑이었다. 한화에 가기 무섭게 구단은 황영묵의 사인을 공에 가득 받아뒀다. 없는 살림에 대표하는 선수이기에 '세일즈'용으로 둔 것이다. 

김 감독은 "(황)영묵이 사인을 잔뜩 받아뒀다. 공을 받은 분들이 정말 좋아한다"라며 다목적 사랑방인 감독실 책장에 있는 황영묵 사인볼 상자를 보여줬다. 그 옆에는 야구 예능으로 이름을 알린 뒤 중국 리그 상하이 드래곤스에 진출한 선성권의 사인볼도 있었다. 

황영묵은 지난 2024년 12월 구단의 상위 단체인 연천군 체육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그만큼 연천을 알린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 감독은 "연천군에서도 정말 좋아하고 감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군의 홍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구단의 존재 가치도 그렇게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마침, 다음날에는 경기도 독립리그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천으로 여러 차례 순연되면서 경기를 연천에서 할 수 있게 됐다. KBSA리그의 경우 화성 트윈 파크에서 모여서 하는데 오전 훈련을 마치고 오후에 화성으로 이동해 '모텔'에서 숙박을 한 뒤 익일 경기를 한단다.  

지난해 KBSA리그를 더해 6관왕을 이뤄 모든 대회를 대충 치를 수 없다. 특히 올해 KBSA리그는 판 자체가 달라졌다. 연천 외에도 화성 코리요, 성남 맥파이스, 수원 파인이그스, 안산 웨이브스, 고양 PIC, 가평 웨일스, 포천 몬스터 등이 나선다. 

▲ 연천 미라클의 기동력 상징인 승합차, 8년이나 됐다고 한다. 선수들은 경기마다 자가 차량으로 오기 때문에 주로 코칭스태프 또는 훈련 용품 이동용으로 활용된다. 후진 시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꺼야 하는 애처로움이 있다.
▲ 연천 미라클의 기동력 상징인 승합차, 8년이나 됐다고 한다. 선수들은 경기마다 자가 차량으로 오기 때문에 주로 코칭스태프 또는 훈련 용품 이동용으로 활용된다. 후진 시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꺼야 하는 애처로움이 있다.
▲ 승합차는 야구를 배우려는 어린이 선수들 수송으로도 활용된다. 인근 상리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학원 차량처럼 어린이들을 태운다. 스태프(왼쪽)가 학교 관계자로부터 어린이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 승합차는 야구를 배우려는 어린이 선수들 수송으로도 활용된다. 인근 상리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학원 차량처럼 어린이들을 태운다. 스태프(왼쪽)가 학교 관계자로부터 어린이 인적 사항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 연천 미라클의 사무실, 온갖 집기 도구가 있다. 한쪽에는 직원들이 전략을 짜는 공간이 있다.
▲ 연천 미라클의 사무실, 온갖 집기 도구가 있다. 한쪽에는 직원들이 전략을 짜는 공간이 있다.
▲ 상급 단체인 연천군 체육회의 야구 교실도 충실하게 하는 연천 미라클, 구단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 상급 단체인 연천군 체육회의 야구 교실도 충실하게 하는 연천 미라클, 구단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지난해 KBSA리그 우승 등 6관왕 결실에는 희생+희망의 불꽃 시너지 

쉬운 팀이 없다. 재기를 꿈꾸는 선수들이 서울에서 먼 연천보다 가까운 성남이나 고양 등으로 가기 시작하면서 정상 전력을 꾸리기 쉽지 않다. 일정 등록 기간이 있어 붙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선수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구단으로 가도 잡기 어렵다. 그만큼 KBSA리그에서 우승하겠다는 팀들의 의지가 강하다. 

1차 예선도 쉽지 않았다. 연천은 리그1에서 회성 코리요에 1위를 내주며 4승 2패로 2위를 기록했다. 접전이었던 경기도 있었기에 선수들이 더 열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KBSA리그의 가치가 커진 셈이다. 

노찬엽 코치는 "선수단을 많이 꾸리지 않는 이유다. 보통 20명, 많으면 25명이다. 이들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프로에 가야 한다는 것, 그래서 더 가르쳐주려고 애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군에서 마련한 선수단 숙소를 사용하지 않는 선수들은 서울 등 각자 거주지에서 연천으로 출, 퇴근한다. 방식은 달라도 목표는 똑같다. 생존, 성장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프로에 재진입하는 것이다. 올해도 박상목(한화 이글스), 임태윤(SSG랜더스)이 KBO리그의 맛을 보는 그림을 그려줬기 때문이다. 

연천이 최강팀으로 자리 잡은 것은 김 감독의 표현을 그대로 붙여 "야구단 일을 하느라 장가도 가지 못한" 40대 중반으로 향한 황형범 운영팀장의 그림자 노고가 상당했다. 얼마든지 프로 구단의 프런트가 될 수 있었지만, 독립 구단의 매력에 빠져 사업 계획을 짜고 행정을 보면서 마케팅과 언론 홍보에 보도자료도 쓰고 구단 자체 상품도 만들고 경기 홍보에 어린이 회원까지 모집하는 일인 다역의 만능이다. 

황 팀장은 땀으로 샤워하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선수들도 황 팀장의 노고를 알고 있었기에 마운드를 다져야 하는 흙을 사무실 뒤로 가서 가져오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소개팅을 시켜주겠다는 선수들의 제안을 받지 않은 것이 미스터리일 뿐이다. 아마추어라면 멀티플레이어는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독립 구단의 생존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처연한 장면이기도 했다. 

물론 대충 운영하지 않겠다는 황 팀장의 의지도 있었다. 그는 "일본 독립 리그의 모델도 현지에서 학습하고 우리에게 무엇이 나을지 적용해 보고 싶었다. 독립 리그지만, 자체적인 상품도 만들고 여러 가지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게 조금씩 바꿔 가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상급 단체인 연천군 체육회가 주관하는 유소년 야구 교실 봉사도 잊지 않는다. 이 코치와 선수 몇 명이 돌아가며 강습에 나선다. 매주 화, 목요일에 두 시간 정도 이뤄진다. 후진하면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꺼야 하는 승합차가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상리초등학교와 군내 대단지인 아이파크 아파트로 이동해 야구를 배우고 싶은 어린이들을 태워 온다. 두 시간 교육이지만, 열정적으로 가르친다. 이들 중 누군가가 야구에 빠져 후일에는 연천군을 대표하는 프로 선수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연천은 다음날인 29일 경기도리그에서 성남에 10-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경기 시작 전 연천군 리틀야구 학생들과 함께 경기장에 입장하고 박종일 연천부군수, 박영철 연천군의회 의장, 윤종영 경기도의회 의원, 최용만 연천군 체육회 등 야구단의 존재에 신경을 쓰고 영향을 끼치는 이들 앞에서 거둔 승리가 더 값졌다. 구단의 정체성과 존속을 놓고 김상욱 울산광역시장의 고민과 맞물린, 시민야구단을 표방한 KBO리그 퓨처스리그의 울산 웨일즈가 참고하기에 좋은 모델이다. 

어쨌든 이 기세를 KBSA리그로 그대로 이어가고 싶은 의지가 강한 연천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2라운드부터 제대로 보여줄 태세다. 폭염중대경보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정비할 시간도 얻었다. 2차 예선에서는 디비전1에서 싸운다. 화성과 함께 리그2에서 1, 2위를 차지한 안산 웨이브스, 가평 웨일스와 섞인다. 안산은 6전 전승이라 연천 입장에서도 긴장감을 주는 구단이다. 

김 감독은 "구단 창단부터 있었고 서서히 나아지고 있지만, 독립 구단은 봉사하고 사명감 없이는 하기 힘들다. 그래도 연천을 모델로 따라오려는 구단들이 있는 것에 자부심이 생긴다. 더 잘해야겠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한 시간 반 넘게 손자뻘 선수들에게 손수 베팅볼을 던진 1953년생, 일흔셋 김 감독의 강렬한 마음이 KBSA리그의 격을 높임과 동시에 연천이 한국 야구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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