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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밑에서 핸드폰만 보고…" 작심발언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올바른 길로 가지만 더 빠를 수 있었다

작성일: 2026.08.06 07:20 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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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하던 중 구토, 두통, 미열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교체됐다.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하던 중 구토, 두통, 미열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교체됐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박승환 기자] 일찍부터 규정을 바로 잡을 기회는 있었다. 괜히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작심발언을 했던 것이 아니다. 그래도 더 늦어지기 전에 KBO가 결단을 내렸다.

KBO는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폭염 관련 종합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며 "KBO는 최근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면서 관람객 및 선수단의 안전 위험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구단 단장 및 프로야구 선수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KBO는 "이번 회의에서 관람객과 선수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향후 폭염 관련 리그 종합 운영 방침과 안전 대책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와 함께 KBO는 5~6일잠실(NC-두산), 광주(KT-KIA), 사직(키움-롯데), 인천(LG-SSG), 대구(한화-삼성)전을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장마가 끝난 가운데, 최근 한반도는 열돔 현상으로 인해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 이슈가 시작된 것은 지난주였다. 장마 기간이 있었지만, 부산과 경남 지역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이로 인해 유독 해당 지역의 기온은 더욱 치솟았다. 여름철 한국에서 가장 더운 지역으로 꼽히며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보다도 더웠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달 하순부터 부산과 경남지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된 지역에서 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일 때 발령된다.

특히 NC 다이노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창원NC파크의 경우 지난달 7월 28~30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KT 위즈와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이때부터 단추가 잘못 꿰졌다. 폭염중대경보는 주중 3연전(7월 28~30일)이 끝난 뒤 주말 3연전으로도 이어졌고, 찜통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창원(KIA-NC)과 사직(삼성-롯데)전도 정상 개최됐다.

▲ 김태형 감독 ⓒ롯데 자이언츠
▲ 김태형 감독 ⓒ롯데 자이언츠
▲ 박진만 감독 ⓒ곽혜미 기자
▲ 박진만 감독 ⓒ곽혜미 기자
▲ 2일 사직구장 인조잔디 구역 지열 온도가 78.1도까지 치솟았다. ⓒ롯데 자이언츠
▲ 2일 사직구장 인조잔디 구역 지열 온도가 78.1도까지 치솟았다. ⓒ롯데 자이언츠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창원의 경우 큰 문제 없이 경기가 진행됐으나, 31일 사직에서는 롯데 황성빈이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손성빈은 구토와 미열, 두통 증세를 보이다가 2회초 수비 중 교체됐다. 그리고 손성빈은 병원으로 이동해 수액 치료를 받은 후에야 컨디션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이 상황을 인지한 KBO는 이튿날(8월 1일)에도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자, 사직과 창원 경기를 전격 취소했다. 그런데 이후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KBO가 2일 창원 경기는 취소하면서도, 사직 경기는 강행했다. 물론 그럴 만은 했다. 창원은 경기 개시 시점에서도 35도 이상의 기온이 지속될 것으로 예보된 반면 사직은 기온이 33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까닭이다.

하지만 사직 현장의 반응은 매우 격앙됐다. 인조잔디 지면 온도가 무려 78.1도까지 상승하는 등 선수들이 훈련하는 시간 내내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몸을 풀고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사령탑들이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김태형 감독은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핸드폰만 보고 6시에 기온이 어떻다고 경기를 강행시키는데… 운동장에 나와서 한 시간이라고 서 있어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박진만 감독도 "감독자 회의를 할 때 '현장의 목소리 좀 들어달라'는 건의도 하고 견해도 요청을 하고 하는데, 실제로 경청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폭염 잠실구장 ⓒ곽혜미 기자
▲ 폭염 잠실구장 ⓒ곽혜미 기자
▲ 폭염 잠실구장 ⓒ곽혜미 기자
▲ 폭염 잠실구장 ⓒ곽혜미 기자
▲ 갑작스레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을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KBO ⓒ곽혜미 기자
▲ 갑작스레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을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KBO ⓒ곽혜미 기자

KBO가 각 구장에 경기감독관을 파견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경기감독관과 경기관리인(각 팀 단장)이 의견을 내더라도, 모든 것을 이들이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한 이야기였다. 경기관리인의 의견은 경기 개시 여부에 이렇다 할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탓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내지도 못한다. 결국 KBO에서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것.

다행히 1일 사직구장에서는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선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에 KBO도 현장에서 날선 반응이 나온 만큼 폭염과 관련해 단계별 경기 운영 기준을 세분화해 발표했다. 그리고 부산, 경남 지역에 있던 폭염이 수도권 및 중부지방으로 올라가자, KBO는 지난 4일 잠실(NC-두산), 광주(KT-KIA)전을 빠르게 취소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인천 LG 트윈스-SSG 랜더스전에서 한 팬이 폭염으로 인해 쓰러졌고 의식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대원들이 약 20초간 심폐소생술을 실시, 이후 자동제세동기(AED)까지 활용됐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선수 또는 팬들에게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요소였다.

이에 KBO는 부랴부랴 5~6일 1군과 퓨처스리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한다고 알렸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KBO가 경기 취소 결단을 내리고 논의를 시작한다는 것은 현명한 처사다. 하지만 이 논의는 조금 더 빨리 이뤄질 수도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매년 여름이 더 더워진다는 것을 고려했다면 시즌이 시작되기 전, 또는 지난달 31일 선수들이 이상증세를 호소했을 때라도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김태형, 박진만 감독, 선수, 코칭스태프가 볼멘소리를 냈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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