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호날두 만난 퍼거슨…"당장 계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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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했다. 스포르팅 리스본과 월드 투어 경기를 위해서였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맨유 관계자 어느 누구도 자신이 구단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계약이 이뤄질 현장 한복판에 있다는 걸.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리스본에 도착한 날 저녁. 선수단이 호텔서 쉬는 동안 맨유 알렉스 퍼거슨(79) 감독은 도시 외곽에 있는 한 식당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한 명이 아니었다. 두 명이었다. 그날 퍼거슨 감독과 대화를 나눈 2인은 스포르팅 리스본 고위관계자, 그리고 슈퍼 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54)였다.
퍼거슨 감독은 식사가 끝난 뒤 멘데스를 따로 만났다. 그 자리서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을 맺었다.
단순했다. 멘데스 고객 가운데 한 명을 맨유에 달라는 내용.
유럽 최대 클럽인 아스날과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가 모두 노리는 타깃이나 퍼거슨 감독은 멘데스에게 '그 선수' 맨유행을 약속 받았다.
말 그대로 신사협정이었다. 신의에 기초한 구두 계약을 즉석에서 체결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22일(한국 시간) 17년 전 호날두 맨유행에 얽힌 뒷이야기를 전했다.
매체는 호날두 맨유 합류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백미는 'CR7' 플레이를 처음 본 퍼거슨 감독 반응이었다.
리스본에서 둘째날. 맨유는 리모델링을 마친 에스타디오 주제 알바라데 스타디움에서 연고 팀과 자웅을 겨뤘다.
호날두는 스포르팅 리스본 왼쪽 윙어로 피치를 밟았다. 종횡무진. 펄펄 날았다.
그를 상대한 수비수는 존 오셰이(39, 아일랜드)였다. 역부족이었다. 오셰이는 호날두 적수가 되지 못했다.
부상한 게리 네빌 대신 선발 라이트백으로 나선 오셰이는 45분 만에 완전히 방전됐다.
블리처 리포트는 "오셰이는 호날두 뒤꽁무니만 쫓기 바빴다. 전반 내내 상대 윙포워드 등만 쫓아다녔다. 속도와 호흡 모두 현저히 밀렸다. 호날두가 뺏은 여러 프리킥 기회도 오셰이의 느리고 절망스러운 태클에 기인했다"고 적었다.
호날두는 세계 최정상급 클럽 수비진을 유린했다.
퍼거슨은 이날 18살 호날두 플레이를 '눈으로' 처음 봤다. 블리처 리포트는 "퍼기는 자기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호날두 움직임에 완전히 매료됐다"고 표현했다.
훗날 발간된 자서전에 따르면 퍼거슨은 "전반이 끝나고 바로 장비담당관 앨버트 모건을 불렀다. 빨리 (경기장) 스카이박스로 뛰어가서 (맨유 CEO인) 피터 케니언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하프타임 때 케니언에게 얘기했다. 당장 호날두와 계약하라고. 계약 체결 전까진 난 이곳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버텼다"며 긴박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 스타디움에는 바르사 스카우트 총책임자인 치키 베히리스타인(56)이 있었다. 그 역시 호날두 계약에 깊은 관심을 갖고 포르투갈을 찾은 터. 자칫 맨유가 걸물을 놓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케이넌은 망설였다. 퍼거슨만큼 호날두 잠재성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물었다. "저 선수가 그렇게 좋은 선수입니까?"
퍼거슨이 답했다. "오셰이가 (45분 뛰고) 편두통으로 쓰러졌잖소. 당장 계약하시오!(John O'Shea's ended up with a migraine. Get him signed!)"
스포르팅 리스본이 3-1로 이긴 그날 경기 후. 맨유 선수단 버스는 꼼짝않고 기다렸다. 호날두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 무한 대기였다. 세계 최고 선수진이 18살 유망주 사인을 기다린 셈이었다.
결국 공식 발표 금액으로 1900만 유로에 호날두가 사인했다. 10대 축구선수 역대 최고액으로 맨유 7번 유니폼을 물려받은 순간이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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