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김민경 기자, 영상 정찬 기자] 올 시즌 V리그 화두는 외국인 선수였다. 남녀부 모두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면서 지난 시즌까지 활약한 로버트랜디 시몬과 오레올 까메호, 괴르기 그로저 등 팀 공격과 리그 흥행을 이끈 세계적인 선수들을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트라이아웃을 실시하면서 외국인 선수 개인 기량은 떨어졌지만,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 팀 전력이 비슷하다 보니 세트마다 접전을 거듭하며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에이스'라는 공식은 유효했고,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 역시 컸다.

남자부 OK저축은행과 여자부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영입에 애를 먹으면서 리그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OK저축은행은 트라이아웃으로 뽑은 롤란도 세페다(쿠바)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렸고, 도로공사는 재계약한 레즐리 시크라(미국)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시즌 시작 전부터 대체 선수를 찾았다.

▲ 크리스티안 파다르 ⓒ 곽혜미 기자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이 시즌을 시작하면서 삐걱거렸다. OK저축은행은 대체 선수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가 팀에 적응하지 못해 고민할 때 발목까지 크게 다치자 3번째 선수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모로코)를 데려왔다. 도로공사는 케네디 브라이언(미국)을 데려왔지만 만족스러운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힐러리 헐리(미국)로 교체했다. 그러나 모하메드와 헐리 모두 후반기 반전을 이끌기에는 시간과 기량이 부족했다.

남자부 우리카드와 여자부 인삼공사는 기대하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덕을 보면서 꼴찌 반란을 일으켰다. 두 팀은 지난 시즌 남녀부 최하위였다. 크리스티안 파다르(21, 우리카드)와 알레나 버그스마(27, 인삼공사)는 팀에서 '복덩이'로 불리며 봄 배구 도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파다르는 4차례 트리플크라운을 이루며 공격력을 뽐내고 있고, 알레나는 7일 현재 득점과 공격 종합 부문 모두 1위에 오르며 맹활약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줄이면서 국내 선수를 많이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외국인 선수 공격력이 시즌 성적을 좌우하는 게 현실이다. 남녀 외국인 선수 13명 가운데 8명이 라이트, 5명이 레프트 공격수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자리에 외국인 선수가 있는 이상 외국인 선수와 팀의 성적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다.

▲ 알레나 버그스마 ⓒ 곽혜미 기자
현대캐피탈은 수비형 레프트 톤 밴 랭크벨트(캐나다)를 영입하며 외국인 선수 포지션 변화를 꾀했다. 문성민(31)을 라이트로 기용하려는 방안이기도 했지만, 수비가 좋은 외국인 선수도 활용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톤이 후반기 들어 수비와 공격 모두 흔들리는 동안 팀이 긴 연패에 빠졌고, 결국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캐피탈은 6일 크로아티아 출신 레프트 다니엘 갈리치를 영입하며 공격력 강화에 나섰다.

올 시즌을 치른 감독과 선수들은 "트라이아웃 전과 비교하면 위협적인 외국인 선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과 무게감은 떨어졌지만, 공격 점유율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외국인 선수가 팀 성적을 좌우하는 분위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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