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유현태 기자] 인천을 연고로 하는 두 팀, 대한항공과 흥국생명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고 선두를 내달렸다. 두 팀이 잘나가는 이유는 뛰어난 정신력에 있었다.
대한항공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19, 25-20)으로 이겼다. 이어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흥국생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0(25-11, 25-20, 25-19)으로 물리쳤다.
공수 모두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두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 중요한 이유다. 대한항공은 시즌 시작부터 레프트와 센터를 비롯해 선수층이 가장 두껍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는 V리그 경험이 있어 팀에 잘 녹아들었고, 국가 대표 세터 한선수는 분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흥국생명도 마찬가지다. 세터 조송화가 무르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고 이재영이 외국인 선수 러브와 함께 활약하며 좌우의 균형을 잘 맞췄다. 중앙에서 센터 김수지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V리그의 빡빡한 일정 속에 위기가 없을 수 없다. 대한항공과 흥국생명 모두 위기를 맞았지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신력에서 시작됐다.
▷우승 DNA 만들기, 끝까지 집중력 놓지 않아
대한항공은 최근 몇 년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개막 후 산뜻한 출발을 보이다가 3라운드에서 3승 3패를 거뒀다. 대한항공에 또다시 불길한 기운이 서렸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무너지지 않았다. 4라운드에서 5승 1패를 거두며 살아났다. 5일 OK저축은행전 승리로 19승 8패(승점 56점)으로 승점 7점 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승 DNA가 없다는 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 대한항공의 박기원 감독과 선수들이 문제를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박 감독은 지난달 17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한 뒤 "우승을 위해 남은 것은 이제 1%다. 그것은 바로 우승 DNA를 만드는 것이다. 선수들이 그걸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정신력을 가다듬고 있다는 의미였다.
주축 공격수 김학민은 "우승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쉬운 경기가 없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세트를 내준다. 이기는 버릇이 생겨야 팀이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대한항공에 방심은 없다. 박 감독은 경기 전후 인터뷰 자리서 선두를 달리는 심정을 물을 때마다 "아직 모른다"는 말로 대답한다. 5일 OK저축은행전 승리 뒤에도 "9경기 모두 승리하면 승점 27점을 딸 수 있다. 누가 우승할지 모른다. 빡빡한 일정 때문에 성적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는 OK저축은행전 승리 뒤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머지 모든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승점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까지 한마음이 돼 우승을 바라며 무섭도록 집중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선두 질주엔 이유가 있었다.
▷"죽지 않아", 끈질긴 추격이 흥국생명의 힘
시즌 초부터 좋은 흐름을 이어 가던 흥국생명은 주포 이재영과 주전 세터 조송화가 동시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위기를 맞았다. 둘 가운데 한 명만 없어도 흥국생명의 날개는 꺾일 수 있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세터 조송화가 결장한 2위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백업 세터 김재영이 출전한 가운데 끈끈한 수비력으로 승리를 안았다. 1세트와 4세트 25-23으로 따냈는데, 마지막 포인트를 모두 블로킹으로 얻었다. 박미희 감독은 "승부처에서 강한 것은 오로지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해부터 노력한 게 효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영이 지난달 20일 발목을 다쳐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가운데, 흥국생명은 2승 1패를 거두며 승점 손실을 최소화했다. 지난 1일 열린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지만, 빠르게 제 페이스를 찾고 5일 도로공사전에선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박 감독은 "어떤 팀이나 기복이 있다. 안되는 날은 우리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무너진 뒤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안 풀리는 경기에서도 끝까지 따라붙으려고 했던 것이 분위기 회복에 중요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전 뒤에 박 감독은 따로 선수들과 미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흥국생명이 내부적으로 얼마나 잘 결속돼 있는지 엿볼 수 있다.
흔들리지 않는 흥국생명의 뒤엔 선참 김수지가 있다. 그는 "후배들이 정신을 못 차리면 화를 낸다. 오히려 안되는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황에 맞게 대화도 하고 있다"면서도 "팀의 강점인 재밌고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한다"며 팀 내 분위기를 다지는 비결을 설명했다. 경기마다 팀의 수훈 선수에게 준다는 '수지 메달'도 팀의 조직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조송화와 이재영이 모두 돌아온 만큼 흥국생명의 우승 도전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박 감독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 똘똘 뭉친 흥국생명의 챔피언 도전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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