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NOW] 韓 승마 메달 사냥 시작…박서영 회장 “AG 넘어 올림픽까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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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 정형근, 배정호 기자] 한국 승마가 22일 종합마술을 시작으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메달 사냥에 나선다. 당초 21일부터 치를 예정이었던 종합마술 일정은 태풍 영향으로 변경됐다.
변경된 일정에 따라 종합마술은 22일 오전 8시 마장마술, 오후 1시 크로스컨트리를 연이어 치른다. 23일 오전 10시45분 장애물 경기에서 개인·단체 최종 순위를 가린다. 마장마술은 25일부터 27일까지, 장애물은 10월 1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다.
선수만 출격하는 게 아니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 12명과 이들이 호흡을 맞출 말 12마리가 함께 일본 무대를 밟는다. 수의사와 그룸, 마필관리사도 동행한다. 말 12마리를 한국에서 일본까지 운송하는 데만 왕복 약 5억원이 예상된다.
박서영 대한승마협회장은 최근 스포티비뉴스와 만나 “승마는 모든 스포츠 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 있는 동물과 함께 이동한다. 말도 선수이기 때문에 사람과 똑같이 컨디션을 관리해야 한다”며 “F1에서 드라이버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메카닉들이 함께 움직이듯 승마도 선수와 말, 수의사와 그룸 등이 하나의 팀”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마장마술 남동헌·김시우·도현우·이명석, 종합마술 강한수·김형호·박흥수·이동화, 장애물 정철희·이현규·권만준·허정훈 등 12명의 선수를 내보낸다.
한국 승마에는 명예 회복이 걸린 대회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 승마에서 금메달 15개, 은메달 13개, 동메달 6개를 수확했다. 특히 마장마술은 1998 방콕 대회부터 2014 인천 대회까지 5회 연속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석권하며 대표적인 효자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항저우 대회에서는 마장마술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6 서울 대회 이후 처음으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 메달 노리는 남동헌, 16세 김시우는 올림픽까지 본다
마장마술에서는 베테랑 남동헌이 메달에 도전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건 남동헌은 항저우 대회를 앞두고 당시 파트너 퍼스트에디션의 부상으로 출전이 무산됐다. 이번에는 지난 3년 동안 호흡을 맞춘 레오니다스와 다시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다.
박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는 남동헌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그의 시선은 당장의 메달에만 머물지 않는다.
박 회장이 한국 마장마술의 미래로 주목하는 선수는 만 16세 김시우다. 어린 나이지만 협회가 아시안게임 이후 올림픽까지 내다보며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선수다.
박 회장은 “아시안게임만 목표로 한다면 굳이 그랑프리를 뛸 이유가 없다. 그랑프리를 뛴다고 점수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는 아시안게임 이후 올림픽과 마장마술 자체의 미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솔직히 남동헌 선수의 성적이 더 높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김시우 선수가 여기서 경험을 많이 쌓아 올림픽에 나가고 앞으로 한국 승마를 대표하는 마장마술 선수가 돼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리면 한국 승마가 넘어야 할 벽은 높다. 박 회장은 유럽과 아시아의 마장마술 수준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짚었다. 당장의 아시안게임 성적에만 맞추지 않고 어린 선수들에게 일찍부터 높은 수준의 기술과 국제무대 경험을 쌓게 하려는 이유다.
◆ 말 12마리 일본 이동에 약 5억원…“F1처럼 한 팀이 움직인다”
승마는 국제종합대회에 나설 때 선수뿐 아니라 선수와 호흡을 맞춘 말을 함께 이동시켜야 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말 12마리를 일본까지 운송하고 다시 데려오는 데 협회가 예상하는 비용은 약 5억원이다.
말은 비행기로 이동한다. 장거리 이동 과정에서 컨디션을 관리해야 하고 현지에서도 수의사와 그룸, 마필관리사가 함께 움직인다. 사료와 영양제 등 말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도 필요하다.
박 회장은 “말 한 마리를 보내는 데 수천만원이 든다. 말을 누군가 보내준다고 해도 수의사와 그룸, 마필관리사가 함께 가야 한다”며 “한 사람이 12마리를 모두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명이 움직여야 한다. 다른 종목에는 없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국내에서 출발하는 말의 일본 왕복 운송비를 부담한다. 유럽에서 훈련하고 있는 일부 선수는 동선을 고려해 현지에서 일본으로 직접 이동하기로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예상보다 운송비가 크게 늘면서 협회의 부담도 컸다. 박 회장은 “항저우 때는 정말 ‘이러다 파산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했다”며 “이번에는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선수단을 보내는 것 자체를 걱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 국정농단 이후 끊긴 기업 후원…“이번 AG보다 그다음이 걱정”
박 회장이 더 크게 걱정하는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 이후다.
대한승마협회의 연간 전체 예산은 20억원대다. 대한체육회 지원 등을 포함한 전체 살림에 비해 국제종합대회에 필요한 비용이 상당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대한체육회로부터 말 운송 등에 약 1억원을 지원받았다.
한국 승마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에는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있다. 당시 승마가 사건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종목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고, 이전까지 이어지던 국내 기업 후원도 위축됐다.
박 회장은 인터뷰에서 “승마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최순실 이야기로 끝난다”며 국정농단 사태 이후 달라진 승마계의 현실을 짚었다. 협회 측도 과거에는 국내 기업의 후원이 있었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후원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협회에는 태국 에너지 기업 비그림(B.Grimm)이 후원사로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특정 후원사와 회장 개인의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박 회장의 고민이다.
박 회장은 “지금은 다음 회장을 뽑을 때도 ‘그 사람이 다음 아시안게임을 보내줄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사람 한 명에게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어떻게든 보낼 수 있다. 이번에는 비용도 예상 가능한 범위여서 파산을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제가 회장을 나간 다음이다. 그때도 협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가 솔직히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박 회장이 취임 이후 승마의 이미지 개선을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승마에 남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야 기업 후원을 다시 끌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승마가 굉장히 많은 돈이 드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는데, 취미로 처음 접하는 단계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정부나 지역의 지원을 받는 체험 승마 프로그램도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승마가 친근하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 “말도 선수다”…승마의 이미지부터 바꾼다
대중화와 함께 박 회장이 취임 이후 힘을 쏟은 분야가 말 복지다.
대한승마협회는 말복지위원회를 운영하며 학대받거나 방치된 말을 구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운영이 중단된 승마장에 남겨진 말 9마리를 구조해 보호하고 있다. 말 학대 문제가 발생한 승마장에는 현장을 찾아 개선을 요구하는 등 말 복지 문제에도 직접 대응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협회가 말 복지에 직접 나서는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저희는 말도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말이 함께 경기하는 승마에서 말을 단순한 경기 수단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선수들에게 가는 피해를 막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라면 말에게 가는 피해도 막아야 한다”며
“전국에서 말 학대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협회에 알려줬으면 한다. 말복지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말 복지와 함께 추진하는 또 다른 과제는 국제적 위상 회복이다. 내년 4월에는 아시아승마연맹 정기총회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 회장은 국제 행사를 다시 국내에 유치하는 것 역시 한국 승마의 네트워크를 복원하고 협회를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정상화의 기준은 명확하다. 특정 회장의 재정 능력이나 인맥에 기대지 않고도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국제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구조다.
박 회장은 “제가 나가도 걱정 없이 협회가 운영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화됐다고 할 수 있다”며 “이미지를 개선해 기업들이 다시 승마에 관심을 갖고 후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그때는 저도 안심하고 물러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으로 첫 경기 일정은 하루 미뤄졌지만 한국 승마가 바라보는 곳은 이번 아시안게임에만 머물지 않는다. 끊어진 메달의 맥을 다시 잇는 동시에 다음 세대를 키우고,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무너진 후원 기반과 종목 이미지를 다시 세우는 것. 박 회장이 아이치·나고야의 성적만큼이나 ‘아시안게임 이후’를 강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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