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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비싸서 펜싱 시작" 윤정현, '8년 만에 남자 플뢰레 개인전 메달..."제가 이바지 할 수 있다면"

작성일: 2026.09.22 19:50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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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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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코나메(일본), 신인섭 기자] 윤정현이 이번 동메달을 계기로 펜싱 플뢰레가 살아나길 바랐다.

윤정현은 22일 일본 아이치현 도코나메에 위치한 아이치 스카이 엑스포에서 펼쳐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 4강에서 라이언 초이(홍콩)에 13-15로 아쉽게 패했다. 펜싱 개인전은 별도의 동메달 결정전을 치르지 않아 준결승 패자 두 명에게 동메달이 주어진다.

상대는 지난해 세계 랭킹 1위. 그만큼 윤정현에게 쉽지 않은 상대였다. 실제 경기장 안에서도 라이언 초이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통해 윤정현의 빈틈을 노렸다. 결국 초반 0-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윤정현은 자신이 준비해 온 플레이들을 조금씩 펼치면서 점수를 가져왔고, 어느덧 6-10의 스코어를 만들었다. 흐름을 탄 윤정현은 12-12까지 쫓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기도 했다.

뒤집기에는 실패했다. 라이언 초이가 뒷심을 발휘하면서 결국 경기는 13-15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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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윤정현은 기쁨보다 아쉬움을 먼저 꺼냈다. 그는 “상대가 몇 개월 전만 해도 세계랭킹 1위였던 선수다. 굉장히 힘든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동메달도 저에게는 값지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아쉬운 시합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초반 열세의 원인으로는 기술보다 ‘기세’를 꼽았다. 윤정현은 “펜싱에서는 자신감과 기세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런 부분에서 밀리면서 상대에게 끌려다녔다”며 “중간에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느껴서 자신 있게 했다. 그게 잘 풀리면서 점수 차이를 좁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추격 과정에서는 판정을 두고 흔들릴 만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윤정현은 감정을 다스리는 데 집중했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 ‘이게 맞나’ 싶은 판정도 있었다. 펜싱은 직접 경기하는 선수와 밖에서 보는 심판의 시선이 다를 수 있다”며 “나는 내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심판들이 비디오 판독까지 확인하고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순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멘탈을 잡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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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상급 선수를 상대로 12-12까지 따라붙은 경험은 자신감으로 남았다. 윤정현은 “며칠 뒤 남자 플뢰레 단체전이 있다. 오늘 다 보여주지 못한 것을 단체전에서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며 “이번 대회에서 가능성을 본 것 같다. 다음 LA 올림픽까지 열심히 준비해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동메달은 윤정현 개인에게만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다. 한국 남자 플뢰레가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서 8년 만에 수확한 메달이다. 최근 국제무대에서 고전했던 남자 플뢰레에 반가운 결과가 나왔다. 다만 윤정현은 자신이 한국 남자 플뢰레의 명맥을 되살렸다는 평가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제가 명맥을 되살렸다고 하는 건 굉장히 후하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아직 저는 그 정도 레벨은 아닌 것 같다”며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남자 플뢰레의 성적이 조금 저조하다. 제가 이바지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끌어올려 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정현이 처음 검을 잡은 곳은 한국이 아닌 러시아였다. 아버지가 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가족과 함께 러시아에서 생활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펜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가능성을 발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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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펜싱 선수가 되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윤정현은 “원래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태권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태권도가 좀 비쌌다”며 웃은 뒤 “오히려 펜싱이 저렴해서 펜싱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펜싱을 시작한 나이는 15살로 엘리트 선수로서는 다소 늦은 편이었다. 부족한 시간을 메워 준 곳이 신수중학교였다. 윤정현은 “굉장히 운동량이 많은 학교였다. 그곳에서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많이 보충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렇게 시작한 펜싱으로 첫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윤정현 스스로도 대회 전까지 메달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는 “어제 자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메달을 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세계대회나 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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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남자 플뢰레의 강호로 자리 잡은 일본의 장점도 냉정하게 바라봤다. 윤정현은 “일본은 굉장히 간결하고 거리를 잘 맞추는 정석적인 스타일이다. 몸을 많이 사용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일본 선수들은 칼 싸움 위주로 간결하고 빠르게, 거리를 정확하게 맞추는 펜싱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만을 좇기보다는 세계 강호들의 장점을 흡수해야 한국 남자 플뢰레도 다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정현은 “어느 나라 스타일을 배우고 어느 나라는 배우지 말자는 것보다 어느 나라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은 흡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미국, 중국, 홍콩 등 강한 나라가 많고 각 나라만의 주특기가 분명히 있다. 그런 부분들은 우리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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