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누군가에겐 '첫 우승'의 비, 누군가에겐 쓰라린 悲

작성일: 2026.10.25 23:07 박대현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연합뉴스
▲ 연합뉴스
▲ 유해란(사진)이 안방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일본의 요시다 유리(위 사진)는 이틀 연속 쏟아진 비를 뚫고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 유해란(사진)이 안방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일본의 요시다 유리(위 사진)는 이틀 연속 쏟아진 비를 뚫고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4타 차 리드를 안고 출발했지만 끝내 우승컵을 지키지 못했다. 유해란이 안방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반면 일본의 요시다 유리는 이틀 연속 쏟아진 비를 뚫고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 홀까지 이어진 치열한 승부 끝에 한국 선수 2명을 1타 차로 따돌린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요시다는 25일 전남 해남군 파인비치 골프 링크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35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요시다는 유해란과 최혜진(이상 16언더파 272타)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24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이후 거둔 첫 우승이다. 우승 상금 35만2500달러(약 4억6700만 원)도 품에 안았다.

유해란으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결과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을 연달아 제패한 유해란은 이번 대회에서 시즌 세 번째 우승을 노렸다.

3라운드까지 4타 차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마지막 날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잃어 공동 2위로 밀려났다.

사흘 동안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던 유해란은 최종 라운드에서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티샷 정확도가 떨어졌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그사이 4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요시다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요시다는 2번 홀(파5)부터 기세를 올렸다. 칩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이글을 낚으며 단숨에 2타를 줄였다.

이어 5번 홀부터 7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쓸어 담았다. 불과 7개 홀 만에 5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러 유해란을 추월하고 1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유해란은 좀처럼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흔들리는 티샷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만회하며 파 행진을 이어 갔지만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뼈아팠다.

13번 홀(파3)에서는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가 빗나갔다. 14번 홀(파4)에서도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1.8m에 붙였지만 퍼트가 홀을 외면했다.

추격의 고삐를 당길 수 있었던 두 차례 기회를 연달아 놓쳤다.

승부는 막판까지 요동쳤다.

15번 홀(파3)에서 요시다의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빗나가 16번 홀 티잉 구역 인근 카트 도로에 떨어졌다. 무벌타 구제를 받은 뒤 두 번째 샷을 시도했지만 공은 그린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보기를 기록했다.

뒤이어 같은 홀에 들어선 유해란에게는 행운이 따랐다.

티샷이 오른쪽 페널티 구역으로 향했지만 돌을 맞고 방향이 바뀌어 그린 위에 올라갔다. 자칫 타수를 잃을 뻔한 위기에서 파를 지키며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16번 홀(파4)에서 다시 발목이 잡혔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페널티 구역의 나무 아래 떨어졌다.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약 2m 거리의 파 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흘러 보기를 범했다.

요시다는 17번 홀(파5)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홀까지 48야드를 남긴 벙커에서 피칭 웨지로 친 세 번째 샷을 홀 1.2m 거리에 붙였다. 이어 버디 퍼트까지 성공시키며 유해란, 최혜진과 격차를 2타로 벌렸다.

우승을 사실상 굳히는 듯한 장면이었다.

하나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유해란도 17번 홀에서 벙커샷을 홀 80㎝에 붙여 버디를 잡았다. 여기에 요시다가 18번 홀(파4)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면서 두 선수는 다시 동타가 됐다.

유해란에게도 역전 우승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그러나 마지막 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유해란은 18번 홀 티샷을 왼쪽 카트 도로 옆 둔덕으로 보냈다. 세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2퍼트로 보기를 적어내며 결국 요시다에게 1타 뒤졌다.

최혜진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이날 3타를 줄이며 우승 경쟁에 뛰어든 최혜진은 18번 홀에서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겼다. 성공했다면 요시다와 동타로 연장 승부를 벌일 수 있었지만 공은 아쉽게 홀을 스쳐 지나갔다.

최혜진의 마지막 퍼트가 빗나가면서 요시다 우승이 확정됐다.

유해란과 최혜진은 나란히 공동 2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김민솔은 이날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김효주와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KLPGA 투어 골퍼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우승컵을 들어 올린 요시다는 악천후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비결을 공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요시다는 우승 기자회견에서 2023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우승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번 해남 대회에서도 비가 많이 왔지만 당시 일본 대회에서는 비뿐 아니라 바람까지 심하게 불었다. 그때도 안정적으로 샷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요시다는 당시 신지애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악천후 속에서 정상에 올랐던 경험이 이번 대회에서도 빛을 발한 셈이다.

비 오는 날 자신만의 경기 운영법도 소개했다.

요시다는 "비가 올 때는 런(공이 지면에 떨어진 뒤 굴러가는 거리)을 생각하지 않는다. 캐리(공이 공중에 떠서 이동한 거리)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우승의 결정적인 장면으로는 17번 홀 벙커샷을 꼽았다.

그는 "48야드를 남기고 피칭 웨지로 쳤다. 다시 해보라고 해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이 샷은 치열한 우승 경쟁에서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마지막 홀에서 3퍼트로 보기를 범하고도 우승컵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요시다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서 장타를 치는 선수도 많고 전반적인 수준도 굉장히 높다는 걸 알았다"면서 "다음에도 한국에서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고 밝혔다.

4타 차 열세를 안고 출발한 요시다는 마지막 날 4타를 줄이며 한국에서 생애 첫 LPGA 투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반면 유해란은 4타 차 선두를 지키지 못하고 시즌 세 번째 우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마지막 홀까지 이어진 접전에서 일본 선수에게 우승컵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