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진단⑥] 최저학력제부터 중복징계까지? 대한체육회 권한 밖 학생선수 문제, 이젠 교육부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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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숫자만으로 한국 스포츠의 현재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의 국가주도형 선수 육성 시스템과 일본의 탄탄한 스포츠 저변이 경쟁력을 입증했다. 반면 한국은 학교체육의 위축과 선수 육성 기반의 약화, 변화하는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지도자 육성 체계의 필요성, 부처별로 나뉜 스포츠 정책의 조정과 실행 등 여러 과제를 확인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한국 체육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다각도로 진단하고, 국민의 체육활동 확대와 안정적인 선수 육성 기반 구축을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학생이 더 많은 제약을 받아야 할까.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운동부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용받는 기준이 달라진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라는 요구 속에서 학생선수들은 일반 학생과 다른 규정과 제재를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학교체육은 오랫동안 체육계와 교육계 사이의 '회색지대'에 가까웠다. 선수로서는 대한체육회와 종목단체의 관리·지원 체계에 속하지만, 학생으로서는 교육부의 교육행정 시스템 안에 있다.
문제는 학생선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당수 제도가 교육부와 교육당국의 권한에 있다는 점이다. 즉 대한체육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학력제다.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출전 제한과 낙인효과, 과도한 규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학습권 보호라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학업 성취도가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경기 출전까지 제한하는 방식이 과연 학생선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출석 인정 문제도 비슷하다. 학생선수들은 대회 참가와 훈련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라고 하면서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유연성은 미비하다.
대한체육회는 지난해 학생선수와 학부모, 지도자 등 4192명을 대상으로 최저학력제와 학생선수 맞춤형 교육과정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체육위원회를 중심으로 10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안을 논의했다.
설문 결과가 눈여겨볼 만하다. 최저학력제 폐지 또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초등학생 61.1%, 중학생 81.7%, 고등학생 84.5%에 달했다. 학부모 76.1%, 지도자 81.3%도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학생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되 운동할 권리까지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운동을 할지 공부를 할지 그 판단은 학생 선수에게 스스로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국정감사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학교폭력에 따른 학생선수의 중복 징계 문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오경 의원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과 이선영 국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반 학생과 학생선수가 싸우면 어떻게 되나요?"
유 회장은 "학생선수가 더 가혹하다"고 답했다.
일반 학생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에 따라 조치를 받는다. 반면 학생선수는 서면사과나 교내봉사와 같은 비교적 경미한 조치를 받더라도 별도의 경기 출전 제한이 뒤따를 수 있다.
여기에 피해자 측의 스포츠윤리센터 신고와 종목단체 징계 절차까지 이어진다. 하나의 학교폭력 사안을 두고 학교에서 한 차례, 체육계에서 또 다른 제재를 받는 구조다.
중대한 폭력 행위에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스포츠계가 폭력 근절을 위해 높은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학교폭력의 경중과 개별 사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추가 제재가 이뤄진다면 형평성 문제는 피하기 어렵다.
같은 학교에서 같은 잘못을 저질렀는데 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더 많은 불이익을 받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게 임오경 의원의 주장이었다.
이선영 국장도 학생선수가 일반 학생보다 스포츠 분야에서 두세 차례 중복 처벌을 받는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스포츠윤리를 강화한 것은 선수와 지도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개별 사안에서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부와 협의해 제도 개선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사례를 보면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교육부의 역할이다.
최저학력제와 출결 관리, 학교폭력 조치 등 학생선수의 학교생활을 좌우하는 핵심 제도는 교육행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대한체육회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안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교육부 소관 제도를 독자적으로 바꿀 권한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생선수 정책은 현재 대한민국 안에서 교육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생선수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때면 대한체육회장이 주요 질의 대상이 됐다. 현장의 문제를 전달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제도를 운영하고 변경할 권한을 가진 교육당국이 논의에 함께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법을 찾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는 학생선수 정책을 다루는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관계자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최저학력제가 실제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호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출석 인정 기준은 현장에 적합한지, 학교폭력에 따른 체육계의 추가 제재는 어디까지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교육부와 대한체육회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
교육부는 학생선수의 교육받을 권리를, 대한체육회는 선수로서 활동할 권리와 스포츠 현장의 특수성을 살펴야 한다. 두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정책의 접점을 찾아야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학생선수가 특혜를 받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일반 학생과 동등하게 존중받으면서도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합리적인 환경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책임도, 학업에 대한 의무도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운동부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제약이나 과도한 불이익을 감수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학생선수 문제를 대한체육회만의 숙제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교육부도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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