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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김연아 없이 해낸 최다빈의 '올림픽 2장' 의미는?

작성일: 2017.04.01 05:48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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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다빈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일단은 올림픽 출전권 한 장이 목표입니다. 아시안게임보다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더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출전해요. 제 단점도 드러날 수 있죠. 아시안게임 때보다 제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면 좋을 거 같았다. 겸손하며 말을 아끼며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한 최다빈(17, 수리고)은 빙판 위에서 증명했다. 최다빈은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를 차지했다. 3위부터 10위까지 오른 선수의 국가는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얻는다.

애초 최다빈의 도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이후 선수들의 점수가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일본 그리고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캐나다 선수들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클린 경기에 성공하며 목표를 이뤘다. 그것도 김연아(27)의 도움을 벗어나 스스로 해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프로그램 완성도와 몸 관리에 집중했던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최다빈은 1일(이하 한국 시간) 핀란드 헬싱키 하르트발 아레나에서 열린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9.72점에 예술점수(PCS) 58.73점을 합한 128.45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점수 62.66점과 합친 총점 191.11점을 기록한 최다빈은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10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다빈은 많은 수확을 얻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권 2장을 얻은 것은 물론 김연아 이후 ISU가 개최하는 대회에서 190점을 넘었다.

지난 2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61.62) 프리스케이팅(120.79) 총점(182.41)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경신했다.

▲ 최다빈 ⓒ 곽혜미 기자

이 대회 5위에 오른 그는 일주일 뒤에 열린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최다빈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쾌거를 올렸다.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90점을 넘으며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올 시즌 최다빈은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그는 '리틀 연아 삼총사'인 임은수(14, 한강중) 김예림(14, 도장중) 유영(13, 문원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어린 동생이 혜성처럼 등장할 때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 자격이 있는 최다빈과 박소연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다빈은 점프 성공률을 높이고 스케이팅 스킬을 보완하며 한층 성장했다. 그는 올해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와 동계 체전, 그리고 4대륙선수권대회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꾸준하게 좋은 경기를 했다. 기복 없는 활약은 세계선수권으로 이어졌다.

최다빈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하루 휴식하고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올 시즌 초반 그는 주로 미국에서 훈련했다. 좋은 환경과 크리스타 파시(독일) 코치의 지도를 받은 것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부상이 생길 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점이었다.

아시안게임을 마친 최다빈은 국내에서 훈련했다. 아픈 곳이 있으면 바로 치료받기 위해서였다. 경기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몸 관리에 집중했던 최다빈의 준비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연아의 큰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해낸 쾌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총 3명이었다. 김연아는 2013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김연아는 소치 동계 올림픽 출전권 2장을 후배 김해진(20, 이화여대)과 박소연(20, 단국대)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당시 시니어 경험이 부족했던 김해진과 박소연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김연아는 판정 논란 속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연아의 도움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해진은 16위, 박소연은 21위에 머물렀다.

김연아가 빙판을 떠난 뒤 후배들은 좀처럼 세계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없는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암흑 속에 빠졌다. 여기에 올림픽 개최국의 자동 출전권도 사라지면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궁지에 몰렸다. 잘못하면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한 명도 출전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었다.

최다빈은 이런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3년 전과 달리 최다빈은 김연아의 도움 없이 올림픽 출전권 2장을 거머쥐었다. 잘하는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위축되지 않았다. 경기에 임할 때 담대해진 그는 프로그램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 최다빈 ⓒ GettyImages

기술은 세계 5위, 지금처럼 발전하면 평창 올림픽 출전 유력

최다빈은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TES) 69.72점을 받으며 이 부문 5위에 올랐다.

최다빈의 기술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 밀리지 않는다. 약점으로 지적된 프로그램 구성 점수(PCS)는 58.73점에 그쳤다. 최다빈은 지난해와 비교해 스케이팅 스킬이 발전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일본 북미 선수들과 비교해 낮은 PCS 점수는 아쉬운 부분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카롤리나 코스트너(29, 이탈리아)는 기술점수(59.57)가 60점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PCS에서 71.03점을 얻으며 6위에 올랐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다빈은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해 10위권에 진입했다. 쇼트프로그램(62.66)과 프리스케이팅(128.45) 총점(191.11)에서 모두 개인 최고 점수를 받으며 이뤘기에 매우 값졌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할 2명의 여자 싱글 선수는 오는 7월 결정된다. 박소연은 발목 부상으로 올해 열린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7월에 열리는 올림픽 선발전에 집중한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김나현(17, 과천고)도 올림픽에 도전한다. 김나현은 올해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발목 부상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최다빈에게 양보했다.

▲ 최다빈 ⓒ GettyImages

김나현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다. 소중한 출전권을 다른 선수에게 넘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이자 경쟁자인 최다빈에게 양보했다. 최다빈은 좋은 기회를 준 김나현의 선택에 부응했다.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올림픽을 생각한 이들의 결정은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최다빈은 올림픽 선발전에서 박소연, 김나현과 경쟁한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암울하기만 했던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싱글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었다. 최다빈의 선전은 김연아가 없는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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