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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결산] 페더러, 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이유는?

작성일: 2017.07.18 08:00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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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로저 페더러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전 그저 스위스 바젤에서 평범하게 자라던 아이였습니다. 테니스를 선택하고 그저 투어에서 경력을 쌓길 원했죠. 전 꿈꿨고 믿었고 원했습니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해 온 노병들은 절대 죽지 않는다. 자신이 땀을 흘려 온 분야에서 지워지지 않는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활약하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노병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새로운 인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남자 테니스는 로저 페더러(36, 스위스, 세계 랭킹 3위) 라파엘 나달(31, 스페인, 세계 랭킹 2위) 노박 조코비치(30, 세르비아, 세계 랭킹 4위) 앤디 머레이(30, 영국, 세계 랭킹 1위)가 형성한 '빅 4' 시대다. 30대 중반인 페더러가 여전히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는 사실은 놀랍다.

나이가 들면서 오는 체력 저하와 건강 문제, 그리고 지난해 수술대 올랐던 현실은 페더러의 시대가 끝날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페더러의 의지는 이를 이겨 냈다. 올 시즌이 시작될 때 페더러의 부활을 예고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말 새로운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머레이가 빅 4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도미니크 팀(23, 오스트리아, 세계 랭킹 7위)과 밀로스 라오니치(26, 캐나다, 세계 랭킹 9위) 등 젊은 세대가 새롭게 부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남자 테니스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갔다. '황제' 페더러의 시대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 2017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로저 페더러를 응원하고 있는 아내 미르카(오른쪽)와 쌍둥이 자녀들 ⓒ Gettyimages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집념과 가족들의 헌신

지난 1월 페더러가 호주오픈에서 우승하기 전, 그가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대회는 2012년 윔블던이었다. 2013년 그는 자신의 홈 코트와 다름없는 윔블던 올 잉글랜드 클럽에서 조기 탈락(2회전)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결승에 진출했지만 모두 조코비치의 벽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성기에 보여 준 날카로운 샷과 공격과 수비에서 빈틈이 없었던 기량은 점점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하반기 많은 투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그는 은퇴설까지 나왔다. 그동안 코트에서 모든 것을 이룬 페더러에게 선수 생활을 끝낼 시간이 다가오는 듯했다.

페더러는 17일(한국 시간)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실제로 그때(지난해 하반기)는 매우 낙담해 그만두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페더러의 곁에는 뛰어난 팀이 있었고 헌신적인 아내 미르카(39)가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응원해 주는 자녀들도 있었다.

이들은 페더러가 다시 코트에 서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페더러는 건강을 되찾은 뒤 미래를 결정하겠다고 결심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부상을 털어 낸 페더러는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5년 만에 그랜드슬램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건강과 준비가 100% 되어 있고 열심히 뛰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 스타들은 누구든 위기가 찾아온다. 이 고비를 넘기고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7번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갖고 있는 페더러는 자신이 이룩한 업적에 만족하고 코트를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 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그를 불멸의 길로 안내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 미국)와 페더러의 공통점은 특별한 재능과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자기 관리에 실패한 우즈는 전성기를 오랫동안 이어 가지 못했다. 반면 코트 안에는 물론 밖에서도 사생활이 깨끗한 페더러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페더러는 "나는 항상 다음 시즌에서 더 뛸 것으로 여겼다. 가능한 많은 경기에서 뛰었고 계속 (코트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2017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관중들에게 기립 박수를 받고 있는 로저 페더러 ⓒ Gettyimages

'나도 그저 평범했던 소년' 바젤의 테니스 유망주, 불멸의 길을 걷다

페더러가 코트에서 이룩한 기록들을 보면 '비현실적'이다. 한 번도 진출하기 어려운 윔블던 결승 무대에 11번이나 섰다. 그리고 8번 우승했다. 이 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자는 페더러다. 윔블던에서 91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전적을 남겼고 올해 대회에서는 1회전부터 결승까지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 갔다.

테니스 선수로는 환갑이 훌쩍 넘은 35살 11개월에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9번이나 정상에 올랐고 전무후무한 2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위에서 열거한 페더러의 업적은 당분간 그 누구도 이룩하기 어렵다. 자신을 '테니스의 황제' 등 화려한 수식어로 칭송하는 점에 대해 페더러는 "나는 바젤에서 성장한 평범한 아이였을 뿐이다"며 "그저 테니스 투어에서 경력을 쌓기를 원했다. 나는 꿈꿨고 믿었으며 실제로 이를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자신이 부모가 세운 프로젝트로 완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영향으로 운동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자신의 의지로 길을 걸어갔다. 이런 점도 페더러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국 스포츠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앞날에 지나치게 간섭해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투영하는 것은 선수의 앞날에 바람직하지 않다.

페더러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정말 걸어온 길은 길었다. 흥미진진했고 때로는 힘들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윔블던에서 우승한 페더러는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코트에서 모든 것을 이룬 듯 보이지만 여전히 그의 목표는 남아 있다.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0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것과 세계 랭킹 1위 탈환이다.

페더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내년에도 이곳(윔블던)에 돌아왔으면 한다. 내년에는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타이틀을 방어해야 한다"며 윔블던 9번째 우승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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