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x이란전] 아직도 한국이 부러운 이란, '완벽한 복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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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이란도 '이기는 축구'를 하겠단다. 입국 때부터 3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까지 목표는 한결같다. 31일 한국전 '무실점 승리'다.
한국이 보기엔 어쩐지 야속하다. 이란은 브라질에 이어 참가국 가운데 두 번째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확정했다. 한국이 목숨걸고 싸워야 할 최종예선 9·10차전이 이란에는 '보너스 게임'인 거다. 그런데도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갖은 심리전을 구사하고 있다.
왜 저렇게까지 할까. 이란은 서아시아 맹주로, 한국은 동아시아 맹주로 사이 좋게 나란히 걸으면 안될까.
이럴 때 '역지사지'라는 말이 들어맞는다. 최고의 자리란 아버지와 아들도 나눠가지지 않는 것이거늘, 이란으로서는 '숙적' 한국과 공유할 이유가 없다. 이란은 한국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월드컵 4강 신화'는커녕 월드컵 16강 진출도 해보지 못했다. 숱한 한국전 승리를 안았지만 그 기쁨은 어제 내린 눈처럼 녹아내린지 오래고, 패배의 쓰라린 기억은 만년설처럼 쌓여있다. 과거 치열했던 역사. 이란은 이번 경기에서 완전히 우위를 점하려 한다.
◆ 중요한 시기 '악몽' 안겼던 한국…이란이 꿈꾸는 건 아마도 '완벽한 복수'
사실 져도 되는 경기는 없다. 그것도 멀리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남의 집 잔치에 '들러리'가 되고 싶은 선수와 감독도 없다. 그리고 이건 한국과 '라이벌 매치'. 설령 '가위-바위-보라도 지지 마라'고 하는 경기다.
늘 우리에겐 한일전이 가장 큰 더비로 여겨지지만, 축구로만 보면 '숙적'이란 말은 이란과 더 잘 어울린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통산 전적에서 40승 23무 14패로 '크게' 앞서 있다. 최근에야 조금 연달아 지긴 했으나 절대 우위를 보이고 있는 팀을 상대로 라이벌이란 말이 어쩐지 과분하게 보인다.
이란 정도가 돼야 진짜 이기고 싶은 상대. 통산 전적에서 9승 7무 13패로 밀리고 있고, 최근 4경기에서도 0-1로 내리지면서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리도 이란에 좋은 기억이 꽤 있었다. 가끔은 본의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 이때가 딱 그랬다.
1993년 10월, 1994년 FIFA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반전 드라마 '도하의 기적'이 펼쳐졌다. 종료 휘슬 1분여를 남기고 일본이 이라크에 동점 골을 내주며 본선 티켓을 놓쳤고, 그걸 한국이 잡았다. 당시 일본만 운 게 아니었다. 남몰래 이란도 눈물을 훔쳤다.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3-4로 진 게 결정적이었지만, 첫 경기 당시 한국에 0-3으로 대패한 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후 한국과 이란은 공교롭게도 AFC 아시안컵 8강에서 연달아 맞붙으며 만나며 본격적인 라이벌 관계를 이뤘다. 1996년 6-2 대승을 거뒀던 이란은 4년 뒤 1-2로 졌고, 또 4년 뒤엔 4-3으로 이겼다.
백미(?)는 그 유명한 '주먹 감자 사건'이다.
당시 상황은 지금과 퍽 달랐다.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진출에 청신호가 들어와 있었고 이란은 지면 조 3위 추락도 할 수 있었던 위기. 한국은 내용을 가졌지만, 이란은 결과를 가졌다. 1-0 승리 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급기야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렸고 한국 팬들에게 '밉상'으로 찍히고 말았다.
얄밉게도 '밉상'의 승승장구는 계속되고 있다.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한국을 두 번 연속 1-0으로 꺾으면서 한국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란에겐 이번이 진짜 끝장을 볼 타이밍일지 모른다. 아니면 한국이 다시 복수의 칼날을 들이밀 테니 말이다.

◆ 아시안컵도 월드컵도 신통치 않았던 이란과 케이로스…'결과' 목마르다
이란이 그토록 승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월드컵을 앞둔 특수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란과 케이로스 감독은 지금 '결과'에 목이 마른 상태다.
이란은 대회 '실전'에서 약했다. 월드컵 성적은 아주 좋지 않다. 한국과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경험한 월드컵 16강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2014년에도 1무 2패, 조 최하위로 초라하게 짐을 쌌다. 최근 아시안컵에서는 '8강 전문'이다. 2004년 대회를 제외하고는 최근 5번 대회에서 4번을 딱 8강까지만 갔다.
*이란 월드컵 성적 : 5회 진출(1978, 1998, 2006, 2014, 2018) / 본선 성적(1승 3무 8패) / 16강 진출 0회
*이란 최근 아시안컵 성적 : 2015년 8강(한국 준우승) / 2011년 8강(한국 3위) / 2007년 이란 8강(한국 3위) / 2004년 이란 3위(한국 8강) / 2000년 8강(한국 3위)
이제는 케이로스 감독도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서 삐끗하지 않아야 하고, 강팀을 상대로는 더더욱 이겨야 한다. 이란 방송 90TV의 레자 기자는 "이란 사람들에게 한국전은 아주 중요한 경기다. 언제나 한국과 경기하면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이란 사람들에게 한국전 승리는 러시아월드컵을 기대하기에 가장 확실한 증거다. 케이로스 감독이 달성해야 하는 미션이다.
소정의 목표는 이뤘다고 하지만, 이란도 이겨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늘 그렇듯 승부 세계는 냉정하고 케이로스는 밉도록 그 자신과 이란만을 생각한다. 얄밉고 화나면 방법은 하나다. 이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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