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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공수 분리된 ‘6-1-3’ 이란 구조, 한국 간격 찢어놨다

작성일: 2017.08.31 23:58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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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란 전반전 평균 움직임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한준 기자] 변칙과 연막 보다 꾸준한 정공법이 강했다. 젊은 선수들과 활기 있는 축구를 준비한 신태용호는 2011년부터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이 다져온 이란을 상대로 고전했다. 적극적으로 달려들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틀이 단단했던 이란은 공을 잡을 때 마다 위협적이었다.  

이란은 지난 여덟 번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과 다르지 않은 경기를 했다. 한국은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득점 없이 비겼다. 이란이 후반전에 퇴장 선수 발생으로 수적 열세를 겪지 않았다면 질 수도 있었다. 구조와 개인 모두 이란이 강했다. 

#한국 간격 찢은 케이로스의 방식: 6-1-3

특히 한국을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를 해왔던 이란은, 한국 원정을 맞아 10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이원화한 구조를 선보였다. 공격 능력이 좋은 좌우 풀백 모하마디와 레자이안은 전반전에 오버래핑을 자제했다. 킥오프와 동시에 구자철의 패스에 이은 황희찬의 돌파로 득점 의지를 보인 한국의 전략을 간파했다. 포백이 위험 지역 부근에 도사렸다.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하지사피와 에자톨라히고 포백을 보호하며 중앙 공간을 메웠다.

이란 수비 라인과 공격 라인은 간격이 넓었다. 세 명의 공격수는 굳이 중원 수비를 지원하러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한국의 후방 빌드업을 괴롭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했다. 전방 압박에 실패해 공이 통과되면, 후방에 배치된 6명의 선수들이 내려서서 막았다. 한국 공격을 차단하면 롱볼로 다시 전방에 머물러 있는 공격진에 배급했다. 

현대 축구의 공격 트렌드는 공수 간격을 좁혀 짧은 패스 플레이로 빌드업하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도 공격수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미드필더 구자철 이재성, 풀백 김진수가 근거리에서 공을 주고 받고 위치를 바꿔가며 경기했다. 전반 3분 김진수가 전진해 중거리 슛을 시도했을 때 구자철이 두 센터백 사이로 내려가고, 2선 공격수 권창훈이 그 자리를 채우는 등 스위칭 플레이가 있었다.

▲ 공중볼 경합으로 승부 건 이란 ⓒ한희재 기자


한국은 권창훈과 이재성도 자주 자리를 바꿨고, 장현수가 센터백 영역과 공격형 미드필더 영역을 넘나드는 등 라인 사이 유기성이 좋았다. 이란의 롱볼 전략은 한국의 계획은 어그러지게 했다. 롱볼로 때려 놓고 전진하자 공수 전환 상화에서 선수들의 이동거리가 길어졌다. 기본적으로 롱볼은 부정확하지만, 이란은 세컨드볼 확보 과정의 협업이 좋았고, 공을 확보한 이후 간수하고, 연결하는 기술력이 뛰어났다. 

이란은 세 명의 공격수와 6명의 수비적 선수 사이에 아슈칸 데자가가 연결 고리 역할을 했다. 중원의 프리롤을 맡은 데자가는 운반과 패스, 컨트롤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 중 가장 우월한 기량을 보였다. 왼쪽 측면 공격수 아미리도 돌파 과정에서 저돌성과 안정성을 보였다. 좌우 풀백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시도하는 얼리 크로스는 한국 풀백의 뒷 공간을 노렸고, 이로 인해 한국 풀백의 오버래핑을 제어했다. 

▲ 이란 퇴장 후 후반전 한국-이란 포진도


#이란 역습 무서웠던 한국, 수적 우위 활용 못한 이유 

풀백의 오버래핑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국의 스리톱 공격수들이 고립되었다. 한국도 롱볼로 전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란이 원하는 흐름으로 경기가 전개됐다. 이란은 공을 잡으면 두 세번의 패스로 문전까지 도달할 수 있는 패턴 플레이가 확실했다. 한국은 열정과 간절함을 갖고 달려 들었으나 이란도 많은 수비 숫자와 적절한 태클과 커팅, 커버 플레이로 한국에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이란은 일부 주력 선수가 빠진 문제가 드러났다. 사르다르 아즈문이 없는 이란은 공격 기회에서 마무리 정확성이 부족했다. 쇼자에이가 빠진 미드필드지는 데자가 의존도가 컸고, 호세이니가 없는 수비 라인은 이번에 두 번째 A매치 출전을 기록한 안사리가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안사리은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에서 권창훈의 돌파를 위험한 파울로 저지했던 선수다. 문전에서 결정적 슈팅도 하늘로 날렸다.

전반전을 잘 지킨 이란은 후반전에 두 풀백의 위치를 높였다. 전반전에 많은 힘을 쏟은 한국을 상대로 골을 노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후반 1분 만에 라이트백 레자이안이 윙어 영역까지 치고 올라가 슈팅했다. 이란의 계획은 후반 7분 미드필더 에자톨라히가 퇴장 당하며 틀어졌다. 케이로스 감독은 스트라이커 구차네자드를 빼고 만 20세의 미드필더 유망주 누라프칸을 투입했다. 에자톨라히의 자리에 그대로 넣었다.

▲ 케이로스가 준비한 수비 구조는 빈틈이 없었다. ⓒ한희재 기자


이란은 구차네자드 없이 4-2-3-0 전형을 이뤘다. 스리톱 뒤에서 프리롤을 맡던 데자가가 최전방 여역까지 커버했는데, 체력의 한계가 빨리 찾아왔다. 이란은 후반 19분 데자가를 빼고 187센티미터의 장신 공격수 타레미를 투입했다. 4-4-1 전형으로 바꾼 이란은 10명으로 뛰며 발생할 체력 손실을 줄이고, 장신 공격수를 통해 역습 상황의 위협성을 유지했다.

수적 열세에도 이란의 수비 조직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공격 전개시 수적 열세가 분명히 드러났다. 이란은 세 명의 공격수가 한 쌍을 이뤄 유인, 침투, 마무리로 이어지는 협력 플레이를 구사하는 데, 올라갈 때 마다 퍼즐 조각 하나가 부족했다. 한국은 후반 28분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했지만 이란 수비는 공중볼 경합과 세컨드 볼 경합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후반 44분 황희찬 대신 들어간 이동국도 허공을 가른 중거리 슈팅을 한 번 시도하는 데 그쳤다. 

신태용 감독은 의도적으로 공격을 자제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을 막 나가는 것 보다, 항상 카운터 어택을 조심하면서 공격했다. 일단 이란에 선제 실점을 하게 되면 상당히 힘들어 질 것으로 생각했다. 한 명 앞서 때 골을 넣었다면 좋겠지만, 한 명 더 많을 때 0-1로 진 기억도 있다. 조심스러웠다.”

#새로 구성된 신태용호, 혁신 보다 숙제만 재확인

간절함이나 절박함, 열정으로 무너트리기에 이란의 조직은 강했다. 이란의 견고함에 한국은 과감함으로 맞서지 못했다. 실력 차이를 느꼈다. 이란은 전술적 규율이 확실했고, 선수 간의 약속이 분명했다. 무엇보다 케이로스 감독의 계획을 이행한 선수들의 기본기와 기술력이 탄탄했다. 몸을 이용해 공을 지키고, 공을 향해 정확히 태클하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터치로 쉽게 압박을 벗어나 공격을 전개했다. 

이란은 롱볼 뿐 아니라 짧은 논스톱 패스를 여러 번 연결한 장면도 있었다. 이란 축구의 전반적 수준이 한국 보다 위였다. 승점 1점을 나눠 가졌지만, 이란이 한국 보다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 첫 경기 만에 혁신하기는 어려웠던 신태용 감독 ⓒ한희재 기자


신 감독의 팀은 이제 막 소집된 ‘새 팀’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임 감독 시절의 조직적 문제가 여전했다. 신 감독도 인정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실제적으로 공격진 선수들은 28일 소집해서 하루 훈련했다. 30일은 웜업에 그쳤다”고 했다. K리거 조기 소집 효과도 극대화하지 못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배고픔이 더 크게 남은 경기였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이겨지 않았다면, 러시아로 가는 길은 더 험난해졌을 것이다. 6만여 관주의 붉은 물결은 적장 케이로스 감독이 “환상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뜨거웠지만, 한국 축구의 위기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글=한준 기자(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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