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CRITIC] 이동국 제외…아름다운 이별인가, 토사구팽인가
작성일: 2017.10.31 13: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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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신태용(47)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 감독은 10월 30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11월 A매치에 나설 대표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38, 전북현대)이 자신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구상 안에 없다고 밝혔다.
“이동국 선수가 내년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시점)까지, 골 넣는 것(능력)은 가지고 있겠지만, 뛰어주고 싸워주고 부딪혀줘야 하는데, 그런 것까지 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나 생각해서, 이제는 놔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신 감독의 발언은 논리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11월 명단 발표 회견에서 신 감독은 중원 지역에도 이창민, 주세종 등을 새로 발탁하며 1,2선에서 많이 뛰어줘서 3,4선의 수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선수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나이로 인한 신체 능력의 한계로 ‘상대 보다 한 발 더 뛰자’는 신 감독의 방향성에 이동국이 맞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동국을 뽑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부연 설명 과정은 사족이었다.
“이동국 선수는 제가 춘천에 가서 강원전을 보고, 어제(29일) (전북이) 우승할 때 경기(제주전)도 직접 가서 보고, 다 봤다. 물론 이동국 선수가 골도 넣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이동국 선수가 200골을 넣으면서 K리그의 영웅이지 않나 생각한다. K리그의 영웅을 마지막에 아름답게 보내줘야 하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만약 지금 아주 좋은 모습 보이고 있는 데, 예를 들어 2년전 우리 홈 경기에 (대표 팀에) 들어와서 동국이가 좋은 찬스에서 골 못 넣었다. 그러면 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영웅을 잃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동국 선수 이제 아름답게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동국 놔주겠다”…누구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인가
신 감독은 이동국이 지금 K리그에서 레전드로 예우를 받고 있는데, 대표 팀 경기에 나서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여론의 비판을 받는 것이 우려된다며 ‘아름다운 이별’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 것은 평소 이동국이 국가 대표 팀에 대해 가져온 마음가짐과 상충된다. 물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시점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동국은 자신의 자서전 ‘세상 그 어떤 것도 나를 흔들 수 없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시밭길을 가더라도 대표 팀에서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을 내고 싶다. 대표팀이 나를 밀어낸다면 순순히 받아들이겠지만, 내가 먼저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하루 뒤의 삶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미래를 내 스스로 섣불리 예단하고 싶지 않다.”
이동국인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대표 팀은 선수가 먼저 은퇴를 선언할 무대는 아니라고 했다. 지난 8월과 9월, 대표 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경각에 달렸을 때 이동국이 신태용호 1기의 부름을 받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만약 이동국이 앞서 대표 팀 은퇴를 선언하고, 은퇴식까지 치렀다면 선발의 폭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당시 신 감독은 이동국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선발했다. 당시 팀의 정신적 지주로 뽑는다면, 이동국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신 감독은 당시 대표 팀의 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며 이동국의 이름을 1기 명단 선발 전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1기 명단에 대해 신 감독은 원포인트 대표팀이라고 했다. 본선까지 내다본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를 뽑겠다며 베테랑 선수 중용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금은 8개월 뒤에 가장 잘할 선수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준이 달라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 '최정예'를 좁히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 이동국, 아직은 활용가치 있는 한국 축구 최고 베테랑
조기 소집을 실시한 신태용호 1기에서 이동국은 분위기 메이커였다. 염기훈, 이근호 등 베테랑 선수들도 이동국의 존재로 든든하다며 부담을 덜었고, 젊은 선수들은 노장 이동국의 의욕적인 모습에 한 발 더 뛰었다. 무게를 잡지 않고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훈련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동국은 차두리 코치의 선배이고, 김남일 코치의 동기다. 선수와 코칭 스태프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이동국은 전북에서도 선발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동국은 5회 우승을 확정한 뒤 내년에 그라운드에 있을지 알 수 없다며 현역 은퇴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이동국은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도 8득점 5도움을 기록, K리그 70-70 클럽 가입과 사상 첫 프로 200호골 대기록을 썼다. 특히 강원 원정의 터닝 슛, 제주전의 헤더 득점 등은 이동국의 결정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동국은 빠르거나, 많이 뛸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회를 포착하고 확실하게 해결했다. K리그에서만 200골을 넣으며 쌓인 노하우는 현재 한국 국적의 축구 선수 중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이동국보다 어린 나이이기는 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당시 만 36세의 나이로 가나전, 브라질전에 두 골을 넣어 독일의 우승에 기여했다. 클로제는 주전 공격수 자리를 잃었지만 2002년, 2006년, 2010년, 2014년 월드컵에 모두 나선 경험을 통해 조커 임무를 수행했다.
이동국의 신체 능력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시점에 더 떨어질 수 있다. 활용이 어려운 옵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본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 속단하고 배제할 필요는 없다. 12월 동아시안컵에 조커 투입시 활용도를 점검하거나, 1,2월 중 있을 유럽 전지훈련에서 효과를 재고해볼 수 도 있다. 아직 외국인 코칭 스태프가 합류해 의견을 다 나눈 상황도 아니다. 이동국이 본선에서 필요해질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동국과 아름다운 이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단 1분의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호쾌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드는 장면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대표 팀이 이동국을 위해 운영될 수는 없지만, 이동국이 그때까지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선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동국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10대의 나이로 치렀으나, 2002년 한일월드컵에 제외됐고, 절정의 컨디션으로 준비하던 2006년 독일 월드컵은 부상으로 나가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나섰으나 우루과이전에 결정적 기회를 놓쳤고,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는 제외됐다. 누구보다 월드컵에 대한 간절함을 갖고 있는 선수다. 때로는 젊은 패기나 신체 능력 보다, 경험과 간절함, 정신력과 노련함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은 2017-18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다. 다만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룰 경우 FIFA클럽월드컵 참가까지 은퇴를 미루겠다고 했다. 선수경력의 숙원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이동국에게도 월드컵은 그런 존재다. 이동국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고민하고 있지만,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면 운동화 끈을 한 번 더 조일 수 있는 동력을 가질 수 있다.
월드컵 본선은 이동긱 본인도 현실적으로 크게 집착하고 있는 미션은 아니다. 하지만, 주어질 기회를 마다할 생각도 아니다. 대표 팀이 줄 수 있는 동기부여는 이동국의 마지막 능력까지 꺼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신 감독의 이번 발언은 그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

◆ 토사구팽 된 대표 선수들…10월 대표팀 ‘반쪽 표현’의 악영향
스포츠경향은 30일자 대표 팀 명단 발표를 전하며 “이동국, 200골 대기록 다음날 ‘대표팀 강제은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200호골 대기록, 전북의 5회 우승 달성 등 경사를 맞은 다음 날 이동국은 대표 팀이 자신을 밀어내는 상황을 맞으며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신 감독은 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발언으로 이동국의 경험과 결정력, 정신적 지주 역할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을 제한시켰다. 홍명보 전 감독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상징적 의미로 박지성을 선발하고자 했다. 무릎 통증을 이유로 은퇴한 박지성이 고사했으나, 박지성과 같은 경험을 가진 선수는 경기에 몇 분을 나서더라도, 벤치에서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선수단에 도움을 준다. 지금 한국 축구계에선 이동국이 그럴 수 있는 선수다.
물론 꼭 필요한 상황이 되면, 신 감독이 최근 발언을 철회하고 이동국을 다시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발언 자체가 이동국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의 사기를 꺾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신 감독이 7월 부임한 뒤 이동국을 언급하며 나이와 관계 없이 선수를 뽑겠다고 했을 때 베테랑 선수들의 실적이 좋아졌다. 알게 모르게 동기부여 효과가 있었다. 지금 이동국을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은 아름다운 이별이 아니라 토사구팽의 감정을 느낄지 모른다.
신 감독이 거듭 해외파로만 나선 10월 A매치 대표 선수들에 대해 ‘반쪽 짜리’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소집 가능한 최고의 선수들로 나선 국가 대표 팀이다. 국가 대표의 자부심을 심어주고, 전력을 다해 최고의 경기, 최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술 실험은 좋지 않은 결과의 이유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를 전제하고 경기를 해선 안 된다.
당시 경기에 나서기 전 신 감독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라고 했다. 지려고 하는 경기는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 선수들에게 ‘반쪽’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놓으면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그 반쪽 선수들도 대표 선발 경력이 많은 선수들이며, 대표 팀의 중심적 지위를 차지하던, 앞으로도 차지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국내에서 잘 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간 선수들이 다수였다. '반쪽'은 선수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표현이다.
10월 대표팀을 반쪽으로 만든 것은 신 감독 자신이다. 불가피한 상황 속에 원하는 선수를 부르지 못했다며 미리 부진할 결과에 대해 변명하기 보다, 가능한 최고의 선수를 모았다며 동기부여하고, 자신감을 주는 것이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효과적이었다. 비록 참패하고 비판을 받더라도 팀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수사를 쓸 수 있었다.

러시아전 2-4 패배 이후, 신 감독은 모로코와 경기에도 같은 전술과 원칙을 고수했다. 하지만 모로코전에 10분 만에 2골을 내주자 전반 27분에 3명의 선수를 빠르게 교체했다. 그 뒤로 경기는 안정됐지만 선수들의 마음은 요동쳤다. 경기를 마친 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력이 그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며 다음에 대표 팀에 뽑지 않을 선수가 드러났다고 했다. 조기 교체와 인터뷰 이후 적지 않은 대표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팀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소집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 팀 선수단이 사분오열되어 있다는 축구계 내부 인사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마음이 떠난 선수, 기준에 못 미치는 선수는 배제하면 된다. 하지만 본선까지 8개월의 시간이 남았고, 향후 일정에 그런 선수들을 소집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감독의 역할을 선수가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시너지 효과로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표 팀의 전력은 선수 개별 능력의 총합이 아니다. 그보다 떨어질 수도, 그 보다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한 첫 번째 미션은 끈끈하게 뭉치는 것이다.
◆ 협회, 본선까지 신태용과 신의 지킨다…변수는 선수단의 믿음
협회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11월 평가전이나 12월 동아시안컵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도 신 감독의 계약을 조기에 종료할 명분은 없다. 어디까지나 평가전이다. 본선 진출 실패 위기에 2경기를 앞두고 맡기면서 약속한 부분이다. 평가는 본선 결과로 내린다. 협회와 신 감독의 계약은 신의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그동안 중도하차한 감독들은 월드컵 예선 혹은 본선 기간 치명적인 실패라는 근거로 경질됐다. 신 감독은 지금 평가전으로 팀을 만드는 와중이다. 결과가 필요하지 않은 경기에 결과에 집착하면 본선 로드맵을 그르칠 수 있다.
하지만,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각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팀이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 개선, 발전되고 향상되며,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과 11월 14일 친선 경기로 격돌하는 세르비아는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도 감독을 경질했다.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진행 중인 몇몇 나라도 감독 교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들이 감독을 믿고 따르지 않는 상황이 표출되면, 협회도 감독을 지킬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된다. 팬심의 심판은 월드컵 본선에서 받을 수 있지만,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당장 수습이 필요하다. 관계자도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가 발생하면 협회의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전의 대표 팀 감독 경질 과정에는 선수단과의 갈등 표출도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

신 감독은 솔직하고 소탈하며 낙천적인 성격이 매력이다. 그동안 프로 감독, 연령별 대표팀 감독으로 일하며 선수들은 물론 여론과 언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대표 팀 감독직은 그보다 무거운 언행을 요구한다. 비록 속마음이 그럴지라도, 틀린 말은 아닐 지라도,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신중해야 한다. 선수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에 대해선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숙고해야 한다.
부진한 경기력이 논란의 근원이지만, 신 감독의 말처럼 본선을 목표로 개선해야 하는 장기 과제다. 지금의 성난 여론을 키운 것은 부진한 경기력 이후의 몇몇 발언이다. 신 감독은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말을 하고 있지만, 대표 팀 운영이 흔들릴 수 있는 표현과 설명으로 안팎의 잡음을 야기하고 있다.
기성용은 과거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썼다. 대표 팀은 더 이상 한국 축구계 안에서 적을 만들어선 안된다. 2018년 여름 러시아에서 만날 외부의 적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신 감독은 말과 행동으로 대표 팀 감독의 자격을 보여줘야 한다. 11월과 12월, 신 감독은 여전히 가시밭길을 앞두고 있다. 한국 축구의 정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 감독은 진단은 정확하다. 결과가 아니라 투혼을 통해 가능성과 믿음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해야 한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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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jh@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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