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인터뷰] 정갑석의 시즌 복기, 부천 승격도전 '마지막에 좌절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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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수로서 경력이 없는 지도자라는 희귀한 존재. 정갑석 감독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기았다. 두 시즌 연속 승격의 문턱에서 좌절한 부천. 스포티비뉴스는 급박하고 치열했더 10월, 최종전을 앞둔 시점, 그리고 최종전을 마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정 감독과 인터뷰했다. 2017시즌을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주축 선수들 이적, 시간이 필요했다
챌린지 팀들은 매년 선수 변화 폭이 크다. 이번 시즌에도 새로운 선수들과 조직력을 다지느라 고생했다. 공격적인 축구를 지향해 전방 압박과 패스를 강조하며 동계 훈련을 보냈지만, 결국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 역습 축구도 병행해야 했다.
"지난 시즌의 주축 선수 3명이 팀을 나갔다. 그 3명의 자리를 메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동계 훈련부터 전방 압박을 시도하려고 했다. 선수들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 한 선수가 바뀌면 새로 전술적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 지금 와서야 멤버 구성이 (전방 압박에) 맞아 떨어진다."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하기 시작하면서 부천은 공격 축구를 시도했다. 스리백은 유지했지만 윙백들을 적극적으로 전진시키면서 공격력 극대화를 노렸다. 때에 따라서 4-2-3-1 전술을 쓰기도 하면서 공격적인 전술로 나서기도 했다. 빠르고 부지런한 스리톱, 중원에서 성실하게 뛰는 주장 문기한의 존재가 힘이 됐다.
연패를 하다가도 다시 상승세를 타면서 3,4위를 유지한 것은 부천의 저력이었다. 시즌 중반 영입한 닐손 주니어, 김형일, 정성훈과 제대한 공민현 등 새로운 선수들이 활력소가 됐다.
"어쨌든 다시 쫓아갔다. 우리 팀의 저력이다. 감독이 1년 동안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송선호 감독님을 비롯해 전임 감독들께서 부천FC만의 끈끈한 무언가를 만들어두신 것 같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공민현이 들어오면서 반전을 줄 수 있었다. 아산 무궁화에 있을 때 중앙 공격수로 뛰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포워드 되겠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더라. 정성훈 영입해 2경기 효과를 봤고, 김형일 영입해서도 효과를 봤다."
◆ 시즌 후반 부진, 서두른 것이 실패로 이어졌다
몇 차례 위기를 잘 극복했던 부천이 무너진 계기는 32라운드 FC안양전이었다. 정 감독은 "문기한이 예상치 못하게 다쳐 경기에서 빠지면서 안 좋은 흐름, 0-0 상황으로 가더라. 그 분위기가 안산 그리너스전까지 연결됐다"면서 홈 2연전에서 승점을 잃은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2경기에서 1승만 거뒀더라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하필 만회할 시간이 많지 않은 시즌 막판에 5위로 떨어졌고 끝내 순위 상승에 실패했다. 압박감 속에서도 유지했던 순위에서 밀려났을 때 선수들의 정신력이 무너지는 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3,4위를 유지하다가 5경기를 남기고 5위로 떨어졌을 때 허탈해 하는 것이 보였다. 시즌 후반 들어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선수들 재계약, 군문제 등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것이 보이더라. 선수들도 사람이니 어쩔 수 없더라."
서울이랜드전 무승부는 두고두고 아쉬울 결과였다. 서울이랜드의 순위는 8위였고 결과도 어느 정도 확정된 상황. 간절한 부천의 승리가 예상됐다. 부천은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펼치긴 했지만 선수들이 서두르는 것이 눈으로도 쉽게 보였고, 뜻밖의 중거리 슛 2번에 무너지고 말았다.
"마지막 경기도 마음이 쫓겼다. 급하게 경기를 운영한 것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나도 선수들도 배운 점이 많았다. 바그닝요가 컨디션도 좋고 선수들과 발도 잘 맞았는데 4경기 출장 정지를 당한 뒤, 팀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강해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그 이후 밸런스가 무너졌다."

◆ 선수를 육성하고 성적도 높인다, 부천의 클래식 승격 방책
부천은 2016 시즌을 마치고 한희훈, 강지용, 이학민 등 포백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클래식 클럽으로 이적했다. 부천의 전력 약화가 예상됐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해 빈자리를 메웠다.
정 감독은 유소년 팀과 대학 팀을 모두 이끈 지도자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이번 시즌에도 선수들이 성장하며 부천의 경기력도 자연스레 발전했다. 이번 시즌 부천의 수비진을 이끈 것은 임동혁, 고명석, 안태현, 김한빈 등 어린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4살. 정 감독은 "임동혁, 고명석, 이정찬 이런 선수들은 부천의 미래다. 그 선수들이 성장하면 우리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성장의 첫 걸음을 떼줘야 한다"며 선수들의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선수 육성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성적도 높이려고 한다. 팬들은 클래식 승격을 원한다. 하지만 클래식에 간다면 100억 정도 예산이 필요할텐데 부천시에서 그정도 지원이 가능할까. 클래식 수준에 근접한 선수들을 많이 길러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올라가자마자 내려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선수들의 성장을 꾀하는 것은 예산이 풍족하지 않은 시민구단 운영에는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정 감독은 2017 시즌 승격 팀으로서 잔류한 대구FC의 예를 들었다. 새로운 얼굴의 성장은 클래식 승격 그리고 그 이후까지 노리는 훌륭한 복안이다.
"대구FC가 아주 잘했다. 기존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큰 틀은 잘 유지하고 외국인 선수들만 새로 영입했다. 부천은 이대로 2년 정도 팀을 다지고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하면 클래식에서도 버티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 감독이 선수를 키우기 위해 당장의 성적에 연연해선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선수로서 성장을 위해 신뢰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펼친 선수로 중앙 수비수 임동혁을 꼽으며 믿음이 선수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실수할 때 선수를 질책하면 그 선수는 끝난다. 절대 성장할 수 없다. 그것을 최강희 감독님한테 배웠다. 충북대를 이끌 시절 최철순을 1학년 마치고 전북에 보냈다. 일본 원정을 떠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는데 초반 10분 동안 공도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라. 10분이 지나서야 공이 보이고 또 10분이 지나니 선수가 보였다고 한다. 최강희 감독님이 ‘내가 이 한 경기를 버리는 한이 있어도, 저 선수를 빼면 선수 생활이 끝난다’라고 말하시더라. 전화 통화를 했는데 아마 기억은 못하실 거다. 선수 1명 만들면 리그 운영 등에서 더 많은 것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임)동혁이가 시즌 초반에 얼마나 실수 많이 했나. 내 앞에서 고개를 못 들더라. 그래서 '절대 실수하더라도 빼지 않을 것'이라며 용기를 줬다. 임동혁이 누가 이번 시즌처럼 잘할 줄 알았나. 클래식에 가서도 잘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1년만 더 실력을 다지면 클래식에서도 잘할 것이다."
◆ 감독도 선수들도 배운 1년, 정갑석 감독의 눈은 2018년으로 간다
정 감독은 플레이오프 탈락이란 결과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1년의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바로 부천의 공격력이 발전한 점이다. 그는 시간을 들여 팀을 꾸리고 조직력을 다진다면, 적극적인 전방 압박 전술과 유기적인 패스를 중심으로 한 공격 축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성향으로 득점도 늘리고 경남, 부산 다음으로 득점이 많았다. 도움도 2위에 오를 정도로 공격을 잘한 점들은 좋다.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긍정적이었다. 실점이 많았던 것은 문제지만 주축 선수들이 이적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정 감독은 빠르게 2018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팀의 주축 선수들을 잡고, 취약했던 포지션을 보완하기 위해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오늘도 이미 한 선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며 "프로 감독이 되니까 휴식이 따로 없다. 내년에 대한 준비에 대한 생각이 크다. 리그 운영 못지않게 힘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의도대로 된 경기도 있었고, 경기 내용과 다르게 이기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동계훈련에서 실점에 대한 보완을 하고, 슛과 마무리도 더 가다듬을 것이다."
"계약 기간은 2년이었지만 올 한 해만 생각했다. 기대와 실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다. 내년 시즌도 부천과 함께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팬이 원하는 축구를 보여줄 것이다. 리그 탈락의 허탈감보다도 지금부터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엔 실패했지만 부천 구단은 정 감독에게 신뢰를 보냈다. 정 감독은 이제 실패를 딛고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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