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르포] 전남-인천, 최고의 혈투 최악의 폭행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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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양, 조형애 기자] 이러려고 광양까지 갔나. 누구 말을 따라 '자괴감'이 드는 하룻밤의 광양 출장이었다. 광양축구전용구장은 승강 PO를 피하기 위한 혈투, 그리고 그보다 더 뜨거웠던 한바탕 소동이 공존했다.
광양은 교통편이 좋지 않다. 서울에서 4시간여를 달려 겨우 도착한 광양구장이다. 결과는 2-2. 전남드래곤즈와 인천유나이티드는 5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7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에서 비겼다.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결과다. 두 팀은 '결과'를 바랐지만, 결국엔 리그 최종전에서 '운명'을 가리게 됐다. 뜨거웠던 경기, 경기 후엔 다른 이유도 더 뜨거웠다. 그건 참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이었다.
◆ 경기 전 : '둠칫 두둠칫' 인천 vs '정적' 전남
전남과 인천, 두 팀 모두 승리가 간절한 경기였다. 이날 이기면 클래식 잔류를 확정할 수 있는 상황. 그렇지 못할 시에는 승강 PO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한동안 승리 맛을 맛보지 못한 사령탑들은 부쩍 수척해져 있었다.
그래도 인천이 훨씬 나아 보였다. 잔류에 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인천은 날카로운 칼날 위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먼저 만난 인천 이기형 감독은 "승리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이기면 강등권 탈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준비했다"고 했다. 전남에 최근 이긴 게 2년이 다 돼 가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부담이 있긴 한데, 그게 선수들에게 '해보자'는 동기부여가 된다. 사실상 단판승부다. 얼마나 집중력을 가지고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때 인천 라커룸에서는 경쾌한 음악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 긴장 속 그들은 오히려 볼륨을 높이고 있었다.
반면 전남 라커룸 쪽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노상래 감독은 "이야기하며 핑계만 되는 것 같다"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시즌을 운영하다 보면 좋지 않은 상황이 오래가기도 한다. 분위기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많은 것을 느끼는 시기"라면서 시즌을 돌아보기도 했다. 선수단에 전한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자'는 것이다. 여전히 고요했던 전남의 라커룸. 정적을 깬 건 짧지만 우렁찼던 파이팅 소리였다.

◆ 경기 중 : 반전의 반전, 퇴장 또 퇴장, 골대 아 골키퍼!
우스갯소리로 뭘 해도 뚫리는 방패와 아무것도 뚫지 못하는 창의 대결이라 했다. 전자가 리그 최다 실점을 기록 중인 전남, 후자가 리그 최소 득점을 기록 중인 인천이다. 두 팀의 방패와 창은 초반부터 치열하게 부딪혔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전반. 요즘 말로 '순삭(순간 삭제)'된 45분이었다. 전남 김영욱의 골이 전반 2분 만에 터졌고, 인천이 전반 17분과 26분 각각 골을 기록하며 역전을 일궈냈다. 4경기 만에 터진 인천의 창이 상대를 뚫은 순간이다. 하지만 곧이어 인천 부노자의 경고 누적 퇴장. 경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후반 역시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전반 3분 만에 전남이 동점 골을 뽑아내면서 광양축구전용구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후반 26분 인천 웨슬리가 경고 누적 퇴장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자 조금 더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전남은 11:9 수적 우위 속에서도 좀처럼 역전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이진형 골키퍼가 내리 막아냈고, 그렇지 못한 건 골대가 튕겨냈다.
피 말렸지만 제3자가 보기엔 이만큼 재밌는 경기도 또 없었던 전남과 인천의 리그 마지막 맞대결. 종료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시작된 "심판 눈 떠라" 콜은 이후 이어진 한바탕 소동의 서막과 같았다.

◆ 경기 후 : 신경전-난입-폭행으로 이어진 한바탕 소동
소란스러운 바깥 상황에 인터뷰실에서 나와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을 땐 이미 '일'이 벌어난 뒤였다. 전남 구단 측 주장을 종합해보면, 판정에 불만을 품은 인천 서포터 측이 안전 요원을 폭행했고 이를 그라운드 매니저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매니저는 팔꿈치에 가격 당했고 서포터 2명은 그라운드에 난입해 매니저 핸드폰을 뺏었다가 경찰의 저지에 돌려줬다. 인천 서포터 측은 사진을 발단으로 들었다. 신경전 속에서 한 여성이 머리를 향해 손가락을 대고 빙빙 돌리는 제스처를 취해 일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웨슬리 퇴장 당시부터 과열 양상을 보였던 만큼, 이 사건에 대한 '팩트'는 양측 조서를 면밀히 살펴보기 전까진 단정해 말하기 힘들다. 발단이 무엇이던지 간에 중요한 건 불미스러운 일이 어린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어났다는 점이다. 욕설 섞인 고성이 수차례 오갔고, 장내 아나운서의 저지에도 멈추지 않았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간 뒤 경기장 밖에서도 거친 언행은 이어졌다.
어린 팬들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흥분해 몸과 말로 싸운 어른들. 그들은 구경거리가 된 줄도 모르고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그라운드에 난입한 일부 팬들도 있었다. 난간에서 함께 지켜보고 있던 어린 팬은 "막 싸웠어요. 저도 (그라운드에) 들어가 봐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안된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도 들어가 있다"며 그라운드를 가리켰다. 할 수 있는 말은 '그래도 안된다'는 말 뿐이었다.
경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도 소란이 진정이 된 뒤에야 짤막하게 열렸다. 클래식 생존을 향한 선수들의 혈투는 K리그의 민낯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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