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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작전판 in 도쿄] '북한 돌격' 무력화한 신태용 5백 맞불…본선 대비 실리전략

작성일: 2017.12.13 04:3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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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은 북한과 경기를 앞두고 ‘정보전’을 강조했다. 중국과 2017년 동아시안컵(EAFF E-1 풋볼 챔피언십) 첫 경기는 물론, 지속적으로 지적 받은 측면 수비 불안을 “포메이션으로 대비하겠다”고 했다. 꼭꼭 숨긴 비기는3-4-3 포메이션이었다.

1차전에서 문제가 나왔다고 새로 선수를 뽑을 수도 없고, 한국 축구의 풀백 자원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신태용 감독은 11월 A매치에 선발한 수비라인을 그대로 이번 대회에 소집하며 본선까지 갈 선수들이라고 암시했다. 8월 이란, 9월 우즈베키스탄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도 소집되었던 선수들이다. 

신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스리백 수비를 내세워 무실점 경기를 했다. K리그 선수를 제외했던 10월 유럽 원정에서 진행한 스리백은 이청용을 오른쪽 윙백으로 기용하며 문제를 드러냈다. 11월 A매치에는 4-4-2 포메이션으로 공수 균형을 회복했다. 

중국과 경기에는 김신욱와 이명주를 변형 투톱으로 두고 좌우 측면에 염기훈과 이재성을 배치했는데, 11월 보다 완성도가 떨어졌다. 공격 전개는 좋은 장면이 여럿 나왔지만 측면 수비는 너무 쉽게 크로스 패스를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1월 A매치에서 만난 콜롬비아와 세르비아가 내려서지 않고 달려 들어 한국이 역습을 하며 유리하게 경기했다면, 동아시안컵에선 한국이 반대의 자세로 경기해야 한다. 

▲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가동할 수 있는 5백-3백을 북한을 상대로 가동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신태용호는 라인을 내리고 북한을 무력화시켰다. 경기도 무력해졌지만…

북한는 노골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역습하는 팀이다. 원톱 김유성에게 뻥 차고 달려든다. 볼을 소유하고 간격을 좁혀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가는 일본과 상성을 따지면 북한이 유리하다. 일본은 처음 발을 맞추는 선수들이 많아 패스 워크도 좋지 않았다. 북한은 0-1로 졌으나 일본 취재진에게 박수를 받았고, 예른 안데르센 북한 감독도 일본전 패배를 “불운했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은 북한전을 실리적으로 접근했다. 라인을 내리고 상대의 전투적인 압박과 돌격을 아예 못하도록 전략을 짰다. 불안정하다는 지적을 받은 수비는 권경원과 장현수의 오른쪽에 정승현을 배치해 스리백을 구축하며 커버했다. 공격적인 스리백이 아니었다. 수비 상황에 왼쪽 윙백 김진수, 오른쪽 윙백 고요한이 내려와 5백을 이뤘다.

"(정)승현이가 오늘 너무 잘해줬다. (장)현수가 가운데서 리더 역할을 잘해줬다.  나 역시 스리백을 고교나 대학 때 해봐서 적응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권경원)

정승현은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렀으나 스리백 간 유기적 협업이 잘 이뤄졌다. 북한이 고공 패스를 보내면 정승현이 수비형 미드필더 지역으로 치고 올라가 헤더로 커트했다. 그러면 장현수가 그 뒤를 커버했다. 장현수가 전진하면 정승현이 그 뒤를 지켰다. 장현수가 오른쪽으로 벌릴 때 매끄럽게 위치를 바꿨다. 세 명의 수비수 모두 전방 패스 공급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다. 

북한이 공을 잡고 공중볼로 때리고 오면 정우영까지 밑으로 내려와 6명이 일자로 섰다. 여기에 4인 블록을 앞에 배치해 6-4-0 형태로 수비했다. 한국은 전방 압박을 포기 하고 자기 진영에 수비진을 쳤다. 마찬가지로 라인을 내린 북한은 한국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기술과 창조성이 없었다. 보는 이들에겐 수비하는 두 팀의 대결이 답답하게 보였을 수 밖에 없다. 전반전에 양 팀모두 유효 슈팅이 없었다.

"북한이 수비에 집중하다가 역습을 하는데, 우리에겐 북한 선수들이 낯선 선수가 많다. 우리도 긴장하고 있었다. 역습을 막 걷어내면서 들어오니까. 그런 부분을 준비했는데 (수비적으로) 큰 문제가 안나서 다행이다. 다만, 상대가 너무 내려서서 우리가 전진 패스 쉽게 할 수 없었다. 감독님이 분석 많이 하시고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해주셔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기회를 만들었고 무실점 경기를 했다." (권경원)

사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지루한 경기였고, 아마 2017년에 치른 한국의 모든 경기 중 가장 지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 팀의 의도를 읽을 필요도 있다.

신태용 감독은 철저히 상대의 강점을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썼다. 공격 전개시 김진수와 고요한이 활발하게 전진했다. 특히 북한 공격수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정일관을 지치게 만들었다. 오른쪽 윙백 고요한은 의도적으로 사이드 라인을 타고 배후 공간으로 달려드는 플레이를 여러 번 시도했다. 레프트백 김진수나 정우영, 권경원, 장현수 등이 후방 혹은 반대 편에서 크게 가로 지르는 패스를 고요한에게 보내거나, 보내는 시늉을 했다.

고요한을 막아야 하는 북한 레프트백은 강국철. 하지만 고요한 방어에 집중하면 이재성이 가운데로 좁혀 들어올 때 막을 수 없다. 왼쪽 측면 공격수 정일관이 따라 내려와야 숫자가 부족하지 않다. 고요한이 계속 침투하자 정일관은 공수를 오르내리는 빈도가 늘어 지쳤다. 라인 자체가 뒤로 쳐지면서 신 감독이 일본전에 인상적이라고 했던 원톱 김유성이 고립됐다.

▲ 고요한의 측면 플레이가 정일관의 공격을 제어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전략으로 북한 역공을 무력화시켰다. 다만 한국이 공격으로 전개할 때도 라인이 낮아 이동 거리가 길었다. 북한도 라인을 내리고 경기했기에 한국도 공격 숫자가 충분하지 않았다. 콤팩트한 공격이 되지 않아 김민우와 이재성의 개인 돌파나 크로스, 좌우 윙백의 전진이나 이창민, 진성욱의 문전 쇄도 등 개인 차원의 공격이 여러 번 시도되고 끊겼다. 중국전과 비교하면 공격 유기성이 떨어졌다. 북한도 육탄 수비를 펼쳤다.

라이트백 자리에 비해 레프트백은 공격 전개 시 고민이 덜하다. 김진수와 김민우 모두 돌파력과 킥력이 좋은 공격 성향의 선수다. 두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좋은 돌파와 크로스를 뿌렸다. 특히 김민우는 풀백과 센터백 사이를 파고 드는 저돌적 플레이와 얼리 크로스로 북한 수비를 괴롭혔다. 결국 후반 19분 리영철의 자책골을 유도한 것은 김민우의 크로스 패스와 진성욱의 쇄도였다. 진성욱은 전후반 각각 한 차례 문전에서 슈팅 기회를 맞았으나 결정력이 아쉬웠다. 자책골 유도 상황에서 열심히 뛴 보상을 받았다.

◆ 답답했던 공격, 북한전 포인트는 본선 대비 수비 전술 보완


"월드컵 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월드컵에서 4백, 5백을 쓸 수 있다. 현실적으로 만들면서 동아시안컵을 준비한다. 월드컵에 나가게 되면 분명 우리보다 강한 팀이니 스리백도 써야한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무실점을 칭찬해주고 싶다. 축구가 수비에 무게를 두면 공격은 무뎌질 수 밖에 없다. 공격에 무게를 두면 수비가 약해진다. 차이는 있다. 우리가 골을 넣기 위해 공격 나가다 보면 수비가 약해질 수 있다. 오늘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무게를 밑으로 가져왔다. 공격수들의 움직임이나 인원이 부족해서 무딘 것은 인정할 수 있다." (신태용)

신 감독은 공격이 무뎠던 점은 인정했지만 경기 계획 측면에서는 원하는 대로 된 경기였다고 자평했다. 한국은 5경기 만에 무실점 경기를 했고, 9경기 만에 원정 승리를 했다. 이번 경기는 결과를 꼭 가져오겠다고 했고, 억지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전술적 준비로 가져오려고 했다. 경기 흐름은 답답했지만, 무모하게 달려들어 수비 허점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인내심을 보인 경기였다. 

중국에 이어 북한을 상대로도 팬들의 기대를 채울 수 있는 확실한 경기를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신 감독의 입장에서 본다면, 개별적으로 선수들이 범하는 실수를 모두 통제할 수 없고, 상대 역습의 위협성과 한국 공격의 결정력 문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실리적인 전략을 준비한 것이다.

"골 결정력에서 좀 더 우리가 집중력을 갖고 해야 한다. 오늘 상대 실책으로 우리가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도 중요하고, 경기 결과도 중요하다.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선 분명 골 넣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공격진이 좀 더 집중해서 전후반 찬스, 기회가 왔을 때 하나씩 넣어줘야 승리할 수 있다." (신태용)

물론 북한이 FIFA 랭킹 114위에 불과한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비적인 경기를 하면서 상대 자책골로 1-0 신승을 거둔 것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신 감독은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결정력이 좋았다면 더 쉬운 승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결정력 문제는 유럽파가 다수 합류할 본선 멤버가 되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신태용 감독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전술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북한전과 마찬가지로 수비적으로 경기하면서 공격 기회를 노리는 패턴의 경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신 감독도 “본선에서 5백을 써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니 쓴 것”이라고 했다. 꼭 이번에 북한을 잡아야겠다는 것을 너머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는 대회라는 점에서 지루했던 경기라는 이유로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다. 신 감독은 중국과 경기에서 공격 콤비네이션에 중점을 둔 경기를 했고, 북한전에는 수비 보완에 집중했다.

두 경기 모두 드러나는 아쉬움은 후반전에 선수 교체를 통해 경기 흐름을 반전하고 전환하는 타이밍이 아쉬웠다는 점이다. 중국전, 북한전 모두 교체 카드를 두 장 만 썼다. 북한전에는 중국전에 좋은 효과를 낸 김신욱과 이명주를 투입했으나 리듬을 타지 못했다. 

이번 대회 참가 팀 중 한국 선수단의 완성도가 가장 높고, 미리부터 우승을 천명한 팀도 한국이다. 그 점이 한국에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3차전을 남기고 우승 가능성을 살린 두 팀 중 한 팀으로 남았다. 이번 대회의 최종평가는 3차전 내용과 결과로 내려질 것이다.

한일전은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전에 좋은 플레이를 한 중국의 3-5-2 포메이션을 잘 간파하고 공략했다. 전술 준비가 탁월하고 치밀하다. 신 감독은 일본전 대비에 더 많은 머리를 써야 한다. 동아시안컵은 분명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 위한 좋은 모의고사가 되고 있다. 

"100%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하지만 축구공은 항상 움직인다. 사람도 같은 행동만 나오는 게 아니다. 문제가 나오면 배우고 대비하고, 순간 미흡한 대응이 나오면 고칠 것이다. 월드컵 위해 잘 준비하겠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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