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SPO in 레스터, 르포] 동화의 땅에서 이뤄진 기성용의 ‘한국인 EPL 역사’(영상)

작성일: 2018.02.04 12:00 한준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스포티비뉴스=레스터(영국), 글 한준 기자, 영상 배정호 기자] “저기, 기성용 선수 좀 불러줄 수 있나요? 사인을 받고 싶은데…”

영국 레스터시 킹파워스타디움. 경기를 뛴 선수들은 믹스트 존을 거쳐 경기장 밖으로 나간다. 선수단 출구와 미디어 출구가 연결돼 있다. 이 앞에 쳐 있는 바리케이트 뒤로 스완지 시티 유니폼과 훈련복을 입은 팬들이 적잖이 모여 있었다. 한국 기자를 보고 부탁한 이는, 스완지 시티 팬이었다. 기자는 그 부탁을 들어 줄 수 없었다.

버스로 3시간 여 거리의 레스터 원정을 온 스완지 시티 팬들이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평소보다 늦게 믹스트 존에 나타난 기성용(29)은 한국 언론과 인터뷰까지 진행하고 이동하느라 곧바로 선수단 버스에 올랐다. 주중 아스널과 경기를 치렀고, FA컵 재경기 일정까지 생긴 스완지는 일정이 빠듯하다. 빠르게 안방으로 복귀해야 했다. 

▲ 클루카스(왼쪽)와 기성용 ⓒ스포티비뉴스


◆ 스완지 시티의 이방인 아닌 터줏대감, 어시스트로 자축한 한국인 EPL 최다 출전 

레스터 시티와 원정 경기는 기성용에게 의미가 컸다. 2017-18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경기에서 통산 155번째 출장을 기록했고, 이는 역대 한국인 선수가 기록한 최다 출전 기록이다. 

스완지 시티도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축하했다. 이 경기에서 기성용은 자신의 올 시즌 리그 1호 도움을 올리며 0-1로 뒤져 있던 경기를 1-1 무승부로 끝냈다. 승점 1점을 안긴 어시스트. 기성용은 자신의 신기록을 자축하는 포인트를 올렸다. 

포인트가 전부는 아니다. 사실 이 포인트보다 90분 내내 헌신적으로 공수 양면에 걸쳐 부지런히 움직였던 플레이가 더 중요했다. 

아스널을 3-1로 꺾은 경기에서도, 카를루스 카르발랄 스완지 감독은 "기성용이 많이 뛰어 줬다"고 특별히 언급했다. 한국 기자의 질문 없이, 그 스스로 자유 발언을 하는 가운데 꺼낸 말이었다. 카르발랄 감독은 올 시즌 스완지 시티의 목표를 프리미어리그 잔류와 기성용 재계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레스터 시티와 경기에서도 카르발랄 감독은 기성용을 불러 지시를 내렸고,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 선수들 전체를 다독이고 리드했다. 그는 스완지 시티의 '한국인 용병'이 아니라, 입단한 지 6년이 된 팀의 상징이다.

많은 원정 팬, 평소보다 많은 한국 취재진이 모여 기성용의 경사스러운 날을 북적이게 했다. 축하 사절은 또 있었다. 한국인 선수들과 친분이 깊은 일본 대표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가 레스터  시티 소속이다. 이날 후반 34분 교체로 들어가 경기를 뛴 이후 기성용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기성용은 평소 상대 선수와 자주 유니폼을 교환하는 편이 아니다. 아시아 출신으로 같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험난한 생존 경쟁을 하고 있는 오카자키의 교환 요청에는 흔쾌히 응했다. 기성용의 ‘신기록 출전 기념 유니폼’은 오카자키가 소장하게 됐다. 



◆ 부지런히, 묵묵히, 날카롭게…기성용의 동화 같은 EPL 성공기

레스터 시티는 2015-16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됐다. 킹파워스타디움은 레스터 시티의 동화 같은 우승이 완성된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가운데 하나다. 현지 시간 3일에는, 동화의 주인공이 원정 팀 중심 선수 기성용이었다. 전반전에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며 리드를 잡은 레스터 시티는 기성용의 코너킥 한 방에 동점 골을 내주고 1-1로 비겼다.

경기 전 스완지 시티의 순위는 19위. 레스터 시티는 8위였다. 레스터 시티를 잡은 스완지는 17위로 뛰어올라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자력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스완지 시티는 2017-18시즌 후반기에 자신들만의 동화를 쓰고 있다. 레스터 시티 원정 1-1 무승부에 앞서 리버풀에 1-0, 아스널에 3-1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은 2017-18 시즌 리그 우승을 사실상 예약한 맨체스터 시티에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이다. 아스널 역시 프리미어리그 전통의 강호다. 스완지 시티가 레스터 시티와 비긴 날 에버턴에 5-1 대승을 거두는 위용을 발휘했다. 



스완지 시티는 수비적인 5-4-1 대형과 역습, 세트피스에 집중해 결과를 내고 있다. 강등권에서 사투를 벌이는 팀 처지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기성용은 불안정한 스완지 시티에 꼭 필요한 배후 안정감, 볼 소유력, 수비 때 라인 컨트롤을 전담하는 ‘사령탑’이다. 최근 지지 않은 세 경기의 동화 같은 결과에, 기성용의 영향력이 막대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출전 역사를 이루는 순간에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극적이었다. 때로는 현실이 더 동화 같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필연처럼 상상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질 때가 있다. 지난 일주일은 기성용과 한국 축구에 그런 시간이었다. 

이 시기에 영국을 찾아 현장에서 취재를 할 수 있었던 기자에게도, 동화 같은 경험이었다. 런던을 근거지로 잡고, 스완지 시티로 왕복 8시간, 레스터 시티로 왕복 5시간을 오갔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플레이를, 기성용이 펼쳤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