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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근거 있는' 김봉길 경질, 감독 선임 '시스템' 개혁 신호탄

작성일: 2018.02.08 06: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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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판곤 위원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문로, 유현태 기자] 대한축구협회가 객관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감독 선임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봉길 감독이 물러나는 과정이 그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는 6일 오후 한국 축구 23세 이하(U-23) 대표 팀의 김봉길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알렸다. 사실상 경질이다. 7일 오전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객관적으로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준'과 '프로세스'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길호는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4위를 차지했다. 4위라는 결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투박한 경기력이 비판을 받았다. 

김 감독 선임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 지난해 9월 김호곤 전 기술위원장 체제에서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당시 기술위원회는 U-23 대표 팀 감독 선임을 미루다가 뒤늦게 김 감독이 팀을 맡았다. 정정용 18세 이하(U-18) 대표 팀 감독 대행 체제로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예선을 치렀다.

"전남과 인천에서 코치를 잘 수행했고, 2012년부터 3년 동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은 기간에도 지도 능력 발휘했다. 강인한 면도 있지만 부드러운 성격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친화력이 있다. 23세 이하 젊은 선수를 잘 지도할 거라고 기술위원들이 평가했다."

당시 김호곤 위원장이 밝힌 선임 배경이다. 김 감독의 선임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해야 할 지도자로선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프로 무대에서 남긴 족적도 뚜렷하다고 보긴 어려웠다. 표류하던 U-23 대표 팀 감독직이 돌고돌아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답으로 찾아낸 것이라기보단, 어쩔 수 없이 써낸 답안지였다.

▲ 윤승원이 공을 다루고 있다. 슬픈 결말을 맞은 김봉길호. ⓒ대한축구협회

김 감독과 계약 해지는 김판곤 위원장 체제에서 첫 번째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번엔 '시스템'이 작동했다. 김 위원장은 "감독 유,해임에 관한 프로세스를 만들었다"면서 이번 김 감독과 계약 해지를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를 도운 것은 소위원회다.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는 대회 내용에 대한 평가를 했고, 스카우트 소위는 선수 선발 과정, 스포츠발전소위는 선수들의 창원 훈련부터 본선까지 체력 상태를 확인했다. 각자의 임무에 맞게 자료들을 받아 해석해,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이번 결정에 대해 김 위원장은 상당히 구체적인 기준을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대표 팀 감독으로서, 시즌 중에 뛰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 해외에서 직접 합류하는 선수, 나이가 많은 선수를 데리고 위기를 넘을 수 있는가. 짧은 시간 내에 체력을 분석해 체력 회복, 향상, 휴식을 취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컨디션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매의 눈으로 선수들을 바라보아 선수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포메이션을 선택해 최고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지. 상대 편을 빠르게 파악하고 리허설로 선수들에게 정확한 방향을 줄 수 있는가. 선수들과 스태프들과 플랜B, 플랜C를 준비하고 선수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가, 경기를 뒤바꿀 결단력이 있는가.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분에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새 감독 선임 과정도 객관적으로 하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그래도 객관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있다. 결국 이번에도 '시스템'이 해답이다. 명확한 기준을 정하고, 미리 정해놓은 절차를 따르면 최소한의 객관성을 얻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감독 인재풀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재풀을 이미 구성하고 있었고, 그 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감독을 3,4명으로 압축한 뒤에 결과를 추적해보겠다. 프로 경력 유무가 아니라 매 시즌 결과를 살펴보겠다. 우승 경험, 해외 경기 경험, 단기 대회 경험 등을 세세히 살필 예정이다. 3,4명 추린 후보는 직접 만나서 축구 철학, 팀 운영 철학, 현대 축구에 대한 지식, 체력과 스포츠과학에 대한 이해, 선수선발 철학, 단기 대회 운영 노하우, 아시안게임 선수들에 대한 정보, 아시안게임에 대한 계획, 애국심, 리더십을 알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할 것이다. 위원회에 보고해 다시 한번 동의를 구해서 최종 우선 협상 순서를 정해서 선정하겠다."

▲ 신태용 감독도 '소방수'로 월드컵에 간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홍명도 당시 감독은 소방수였다. ⓒ한희재 기자

한국 축구의 대표 팀 선임 과정에선 언제나 설왕설래가 있었다. 최근까지도 감독 선임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최강희 현 전북 현대 감독이 최종예선까지만 팀을 맡고, 이후엔 급작스럽게 홍명보 현 협회 전무이사가 소방수로 등판했다. 지난해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선 신태용 감독이 안익수 감독의 뒤를 이어 급작스레 팀을 맡았다. 그리고 신 감독은 지난해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뒤 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 

어영부영 눈치만 보다가 결단을 내릴 '골든타임'이 지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유임이든 해임이든 판단의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김 위원장처럼 감독 선임, 해임, 유임 등 거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는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 그게 어렵다면 최대한 많이 공개하려고 하겠다"면서 이후 선임 과정도 상세히 밝힐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감독 선임이 객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뜻이고, '인맥 논란'이나 '외압'을 피하겠다는 뜻이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리면 객관적 판단이 어려워진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체계'가 필요하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주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성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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