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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재신임 ‘피할 수 없는’ 김학범, 신뢰 보내달라는 김판곤

작성일: 2018.03.01 09:01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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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판곤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신문로, 한준 기자] “얼마든지 아시안게임의 결과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아시안게임에서 평가를 피해가지 않겠다고 하셨다.”

대한축구협회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을 모두 김학범 감독에게 맡겼다. 지난해 23세 이하 대표 팀 감독을 고민할 때 전략은 각각 대회를 이끌 감독을 따로 선임하는 ‘투 트랙’을 택했다. 먼저 김봉길 감독이 아시안게임 수장으로 선택됐으나 첫 참가 대회였던 2018년 AFC U-23 챔피언십에서 결과와 내용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아 계약을 중도해지했다.

김봉길 감독은 전임 기술위원회 체제의 선택이었다. 협회는 조직을 재정비하고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체제로 각급 대표 팀의 로드맵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학범 감독 선임은 시스템으로 사람을 뽑고 관리하겠다는 김 위원장 비전의 첫 작품이다. 김 위원장은 2월 28일 축구회관에서 “과정이 공정하다고 금메달을 따는 것은 아니지만, 팬들과 축구인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회복해야 할 신뢰는 지도자들에 대한 부분도 있다. 김 위원장은 협회가 판단을 바꿔 두 대회를 한 감독에게 맡기기로 한 이유를 묻자 “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사실 투 트랙으로 갈 고민을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고백했다. 

“지난번에 저희들이 이번 감독 선임은 올림픽까지 염두에 두고 한다고 말 했고, 그 부분을 고려했다. 너무 짧게, 짧게 계획하는 것 보다는 조금은 장기적 계획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후보들의 장단점이 뚜렷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 후보 분들 중에 단기적으로 갔으면 좋을 분도 있었다. 그러면 투트랙으로 갈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 최종적으로는 한 분이 정말 쭉 가는 게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좋겠다 싶었다. 위원들께서도 그런 부분을 많이 피력했다. 협회가 방향을 제시하고 비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이번에 결단력이 있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했다.”

▲ 김학범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대회 마다 감독 교체 지양
◆ 아시안게임-올림픽 겸임, 장기 비전 메시지

김 위원장은 지도자를 소모품처럼 쓰고 버리는 문화도 이번 기회에 바꿔보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취지에 괴리되는 발언이 있었다. 김 감독의 선임 이유 중 하나로 “아시안게임에서 평가를 피해가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 감독의 계약 기간에 대해 “기본적으로 올림픽까지”라면서도 “아시안게임에선 서로 한 번 평가하자고 했다. 감독님도 원하셨고, 자신은 피해가지 않겠다고 했다. 결과와 과정을 통해서 우리 위원회의 평가를 받으시겠다고 하셨다”며 올림픽까지 함께 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암시했다.

축구 감독의 세계에서 계약기간은 ‘위약금을 보조할 뿐’이라는 게 정설이다. 명시된 계약기간이 채워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 하면 연장하고, 못 하면 언제든 중단된다. 애매할 때 새 계약을 다 채운 뒤에 다음 계약을 구성한다. 김 감독도 잘 하면 올림픽까지 가고, 못 하면 아시안게임에서 멈춘다. 길게 보겠다고 했지만, 성과 없이 장기 신뢰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 점에 대해 스포티비뉴스와 전화로 만난 김 감독도 “시켜준다고해도 아시안게임에서 못하면 계속 할 수 있겠냐”며 웃었다. 김봉길 전임 감독의 경우에도 AFC U-23 챔피언십에서의 결과가 임기를 지속할 판단 근거가 될 예정이 아니었으나, 예상을 벗어난 부진과 비판 속에 하차했다. 

김 감독은 “무조건 금메달을 걸겠다”고 했다. 물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좋은 과정을 보인 가운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면 올림픽까지 갈 근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아시아 무대에서 손흥민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와일드카드까지 뽑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지간해서 재신임을 받기가 쉽지 않다. 

김 감독은 “감독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다른 말은 필요 없다”며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협회가 장기 비전을 제시했지만, 냉정히 말하면 올림픽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기간도 5개월 여. 3월 A매치 기간 처음 소집해 제한된 시간 동안 준비해야 한다. 유럽 구단 소속 선수는 상시 차출이 어렵고, 국내 구단 선수도 협조를 구해야 가능하다. 

▲ 김판곤 위원장 ⓒ한희재 기자


◆ 김판곤 위원장 “싸움터 나간 장수 흔들지 말자” 
◆ 감독에 대한 신뢰는 치밀한 자기평가에서 나온다

쉽지 않은 여건 속에 김 위원장은 여론과 언론에 당부했다. 대표 팀 감독이 결과로 평가 받을 수 밖에 없지만, 그 결과를 내는 과정에서 힘을 보태주느냐, 흔들릴 때 더 흔드느냐에 따라 파생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가 혹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지난 대회를 통해, 제가 지원하는 사람으로 대회 중에 같이 지내면서 보니까, 대회 중에 한번씩 일어나는 결과를 가지고 우리가 싸움터에 내보낸 장수를 너무 흔들어 대기 때문에 (더 부진했던 것은 아닌가). 요즘은 선수들이 방에 앉아서 그걸 다 보니까. 힘들어 하신 것 같더라. 감독님들께서. 대회 기간 중에는, 이왕 추대하고 선발했다면, 되도록이면 격려해주고, 되도록이면 정말로 큰 문제가 아니면 기다려주고. 대회가 다 끝났을 때 평가하고. 그때는 정말로 건전한 발전적인 것을 표현해주시는 것도 좋은데. 난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제 감독을 선발했고,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내서 감독을 통해 팀이 하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혹시 여러분께서도 가능하면 그렇게 한 번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절절한 마음을 담은 김 위원장의 당부는, 사실 회견장에서 공허한 메아리처럼 울렸다. 축구는 감정적이고 격정적인 스포츠다. 하는 이들도 보는 이들도 뜨겁다. 물론, 경기가 끝나고 하루 지나 차분히 복기하면, 조금 더 냉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의 문제라는 큰 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 때도, 김봉길 감독 때도, 신태용 감독 부임 초기에도, 아시아권 대회에서는 그런 ‘여유’와 ‘인내’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 축구의 비약적 성장에도, 한 수 아래로 여긴, 혹은 최소한 근소 우위라고 여기는 팀들을 상대로 전술적으로, 기술적으로 고전할 때 찾아오는 실망감과 분노를 잠재우기기 쉽지 않다. 이제 아시아도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런 상황 속에 결과를 내라는 게 감독의 임무라는 점을, 여론과 언론은 비판의 근거로 삼는다.

김학범호가 금메달을 못 딸 수 있다. 내용도 안 좋을 수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안방에서 열린 대회고, 남자 축구 금메달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대대로 금메달이 보장된 대회가 아니다. 대회가 후텁지근한 동남아시아에서 열리고, 동남아시아 팀들의 준비 상황이 좋다는 점에서도 만만치 않다. 

김 감독 선임을 치밀한 프로세스로 진행하고, 설명한 만큼, 아시안게임 이후 재신임이 이어질 때도 김 위원장의 치밀한 평가 과정과 투명한 공개가 따른다면, 당부 없이도 여론과 언론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신뢰는 부탁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얻을 수 밖에 없다. 김 감독 선임 현장에서 보여준 대로, 김 위원장이 신뢰를 얻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믿음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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