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FC 정문홍 대표와 5R 인터뷰 "日대회 100% 적자" [이교덕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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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기자] # 1라운드 선공(先攻)
"인터뷰는 됐고, 식사나 합시다."
지난 15일 원주에서 만난 로드FC 정문홍 대표에게 시작부터 허를 찔렸다. 사각에서 날아온 선제공격, 당황스러웠다. "무슨 할 말이 있겠어요? 그냥 (대회)여는 거죠." 그는 일본대회가 특별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 대표는 인터뷰하기 쉽지 않은 격투기계 인사 중 하나다. 일단 약속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 어찌어찌 같은 테이블에 앉더라도 원하는 답변을 얻으려면 가드 위를 수차례 때려야 한다.
그는 종합격투기 선수시절 아웃파이팅을 즐기는 스트라이커였다. 인터뷰할 때도 그 스타일이 나온다. 상대의 질문 공세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대화 흐름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오곤 한다.
그래서 재차 스케줄을 확인하고 질문지를 촘촘하게 준비해 로드FC 본사가 있는 원주로 내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선공은 아예 시나리오에 없었다.
'질문 두 개에만 답해 달라'면서 한참을 승강이 벌인 뒤에 겨우 정 대표와 마주 앉았다. 못 이긴 척, 그는 망설이다가 인터뷰에 응했다. 일단 정 대표에게 선수(先手)를 내줬다.
# 2라운드 허허실실(虛虛實實)
로드FC는 올해를 '글로벌화 원년'으로 삼았다. 첫 번째 거점은 일본이다. 오는 7월 25일 도쿄 아리아케 콜로세움에서 '로드FC 24 인 저팬(ROAD FC 024 In JAPAN)'을 개최한다. 최홍만, 최무배, 윤동식 등 우리나라 대표 파이터들이 전면에 나선다.
40일을 남겨둔 국내 종합격투기 브랜드의 첫 해외진출 이벤트. 하지만 기치를 들고 앞장서는 대장 정 대표의 입에선 부정적인 말들만 튀어나왔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홍보를 제외하고 대략 준비는 끝난 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허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우리나라엔 격투기 컨텐츠가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오지 않습니까? 일본은 아무리 유명한 선수가 경기를 뛰어도 포털사이트 메인에 뜨지 않아요. 아주 침체된 분위기입니다. 이거 잘못 건드렸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K-1, 프라이드, 센고쿠, 드림 등 대형 격투기 대회사가 사라진 일본. 종합격투기의 관심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웅크리고 있던 프로레슬링이 다시 득세했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로드FC를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윤동식과 맞붙는 타카세 타이쥬도 거기에 포함된다. 정 대표가 타카세 이야기를 꺼냈다.
"타카세가 한 일본 매체와 이상한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뭐라고 했더라. '로드FC는 100% 망할 거다. 그래도 용기가 대단하다. 그래서 도와주고 싶다'라고 말했다나. 그래요. 열심히 도와주면 좋죠."
그는 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대회가 열리는 아리아케 콜로세움은 1만2000석 규모의 대형 경기장이다. '그렇게 침체된 분위기라면 과연 관중을 채울 수 있겠는가?' 물었다.
역시 그에게 "문제없다"는 대답은 듣지는 못했다. "일본이 한국의 인구 두 배니까 경기장 크기도 장충체육관의 두 배는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뿐입니다"고 답한 뒤 "그런데 남아있는 격투기 관심이 한국의 반도 안 되는 분위기네요"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결국 정 대표는 "이번 대회는 절대 수익이 날 수 없어요. 무조건 적자입니다. 100% 적자를 예상합니다"고 하더니 "사실 목표도 100% 적자죠. 목표도 100% 적자, 예상도 100% 적자"라는 폭탄선언을 했다.

# 3라운드 장기전(長期戰)
요즘 우리나라 격투기 관계자들과 대화하다보면 꼭 듣는 질문 하나.
"도대체 로드FC는 왜 일본으로 진출하는 겁니까?"
정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적자 날 것을 알면서 왜 일본으로 가는 것인지. 그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위빙과 더킹. 또 다시 발휘되는 회피능력.
"말을 해놓은 건 꼭 지키려고 해요. 안 지키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놓은 말이 있어서 가는 겁니다. 뭐, 먼저 벌여놓고 시작하는 게 전공이라…. 어떻게든 하겠죠. 사실 로드FC도 그렇게 시작했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그냥 고(GO)입니다. 가다보면 오아시스가 있지 않을까요. 어느 땐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방향을 헤맬 때도 있고…. 언젠가 좋은 날 오겠죠. 그렇지 않습니까?"
말만 들으면, 빵점 경영자다. 정말로 앞뒤 안 가리는 불나방 같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정 대표는 꽤 치밀한 설계자다. 자신은 감에 따라 움직인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여러 장의 청사진을 머릿속에 빼곡하게 담아놓고 있다. 밖으로 꺼내놓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이날은 어느 정도 풀어보기로 마음먹은 것 같았다. 즉, 여기까지는 반전을 위한 서막. 초반 탐색전이 긴 도널드 세로니처럼, 몸이 풀린 정 대표가 가드를 열고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어쩌면 이 인터뷰 대화도 그의 설계대로 흘러가고 있었던 건지 몰랐다.
"일본에 파트너사는 따로 없습니다. 전부 저희 손으로 대회를 치르게 될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 일본의 모든 단체가 도와주려고 합니다. 저하고 10년이 넘은 관계니까 적으로 보진 않더라고요. 글쎄요.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해코지는 안 합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관계자 분들을 만났죠. 대부분이 큰 어르신들이더라고요. 그분들과 홍보나 협력에 대해 이야기 나눴고, 안토니오 이노키 씨도 뵙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영향력 있는 분들과 만나 우리의 방향을 설명드렸습니다."
"UFC도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게 현실입니다. 격투기가 일본 지상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요. 아예 취급을 안 해주는 그런 현실…. 그런데 로드FC는 어떤 방식으로든 지상파 방송국에서 중계되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어떻게든 계약을 해보려고 해요. 메이저 신문사와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어요. 공격투기, MMA플래닛, e파이트 등 전문지들과는 이미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인 상황들을 술술 이야기했다.
그제야 정 대표는 '100% 적자가 예약된 대회'를 앞두고 진짜 속내를 밝혔다.
"해보는 데까지 해보는 겁니다. 어차피 이번 대회 기대치가 정말 낮아요. 욕심이 없습니다. 경기장 대관료만 1억입니다. 당연히 적자죠. 하지만 이 대회에서 적자가 난다고 다음 대회를 안 한다?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내년에 또 합니다. 분명히 또 합니다. 연 4회가 목표입니다. 안 되면 3회가 될지도 모르고. 적어도 2회 이상은 하겠죠. 제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정 대표는 장기전(長期戰)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2~3회 대회까지는 수익 생각 안 하려고요. 내년에 정기적으로 대회를 열면 일본에서도 진정성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본 돈을 벌어 오려는 게 아니에요. 일본 격투기계 인프라를 키우고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한다는 걸 분명 알아주시겠죠."

# 4라운드 대망(大望)
"원래 이런 인터뷰는 제게 해가 됩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안 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일단 말을 하면 해가 돼요. 뱉은 건 지켜야 되니까요. 아시지 않습니까? 똑똑한 사람들처럼 똑똑한 계획을 잡아서 진행하는 게 아니어서…. 제가 너무 떠드는 것 같아요. 말한 걸 수습하는 게 일입니다."
정 대표는 웃었다. 갑자기 한 발 빼는 분위기. 하지만 그는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는 진짜 히든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
'중국.'
챔피언십 라운드에 들어서면서 꺼낸 단어가 바로 '중국'이었다.
이틀 전 중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그는 "그곳에서도 올해 하반기에 대회를 열어보려고 합니다. 조금 앞서가는 내용인데, 중국 개최는 사실상 확정이 돼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회주의 국가라 제도적으로 절차가 복잡하지만 다 풀어놨다는 얘기입니다. 대회만 개최하면 될 정도로 진척돼있습니다. 일본보다 상황이 더 좋다고 봐야죠. 어느 정도 (수익)구조가 만들어져 있으니까요"라고 '깜짝' 발언했다.
'로드FC 글로벌화'를 선언했을 때부터 일본과 중국의 진출을 동시에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정 대표.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동남아시아도 진출합니다. 먼저 TV로 중계가 될 것이고 추후 대회도 열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앞서 내년 국내에서 최홍만, 최무배 등이 출전하는 헤비급 8강 토너먼트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외 쪽으로는 일본·중국·동남아 시장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할 계획인 것.
공격적인 영역 확장, 무리는 아닐까? 정 대표는 로드FC 컨텐츠, 즉 경기 퀄리티가 충분히 아시아시장에서 먹힐 것이라고 확신했다. 거기서 나온 자신감이었다.
"솔직히 로드FC 경기는 재밌습니다. 대중들이 보면 재밌어 합니다. 스탠딩 타격전이 많이 나오잖아요. 직접 경기장에 오셔서 UFC 경기와 로드FC 경기를 비교해보세요. 전 로드FC 수준이 절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재미있다고 믿습니다. 분명히 통합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한 방을 꺼내 들었다.
인간 정문홍의 대망(大望), '로드FC를 UFC와 경쟁할 만한 단체로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비행기 타고 10시간 걸리는 그곳(미국)에서도 내년에 대회를 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건 100% 확정이 아니고, 꼭 그러고 싶다는 바람이죠. 하지만 몇 년 안에 정말 어찌될지 모릅니다."
정 대표는 자세를 고쳐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 일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10시간 걸리는 그곳 진출까지 해놔야겠습니다. 1등을 넘진 못해도 1등과 비등하게는 만들고 싶어요. 좋은 선수를 키워서 UFC에 진출시키는 그런 단체가 아니라, UFC와 경쟁하는 단체가 되고 싶습니다. 결국 세계 최고의 대회를 만들고 싶은 겁니다. 나중에 미국에서 '아무개가 한국의 로드FC에 드디어 진출했다'는 뉴스가 나오도록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도대체 로드FC는 왜 일본으로 진출하는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이 돌고 돌아 드디어 나왔다.
'일본 진출이 로드FC가 세계적인 단체로 가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표현이면 적당할 듯.
정 대표는 "해외로 나가면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일본 한 군데 진출하면서 꽤 말도 많네 이러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일본으로 갈 때는 이미 중국과 동남아까지 같이 보고 있던 겁니다. 일본은 시작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축구, 야구의 세계 최고 리그가 나오기 힘들더라도 격투스포츠에서만큼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우리나라 리그를 전 세계 최고 중 하나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브랜드가 커져야 되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 대표는 '수습(?)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힘들어질 약속들'을 하고 있었다.

# 5라운드 타락(墮落)
전문성 vs 대중성.
격투기의 본질 vs 상업적 흥행.
로드FC는 그 중간에서 답을 찾고 있다.
과거 일본의 프라이드나 K-1 등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던 문제. 모든 격투기 단체들이 가지고 있었고, 또한 안고 가야할 정답이 없는 문제.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는 말을 부탁했을 때, 정 대표는 이 무거운 주제를 꺼냈다.
"이번에 배우 김보성 영입도 그렇고…. 로드FC의 겉모습은 격투기 팬들에게 고깝게 보일 수 있어요. 그런데 선수들이 먹고 살려면, 대중에게 알려지고 대중의 돈을 버는 게 맞다고 봅니다. 솔직히 (실제 소비를 통해)도움을 줄 수 있는 격투기팬들은 우리나라에 1000, 2000명도 안 됩니다. 그분들이 자기 월급을 다 토해낸다 해도 우리나라에 있는 선수들이 다 먹고 살 수가 없어요."
정 대표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격투기의 본질만 지키려 하면 선수들을 죽이는 일이 됩니다. 결국에 말이죠. 격투기에 관심이 없던 분들에게 격투기의 재미를 알리고, 그분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경기를 볼 수 있게 만들어야 선수들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게 정말 격투기를 사랑하는 것인지 팬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로드FC가, 또 정문홍이 격투기의 본질을 지키고 있지 않나요?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 일본대회 메인이 총 8경기면 한두 경기가 대중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마니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경기들이죠. 근데 그 한 경기만 가지고 지적을 해주시니까,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워요."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로드FC를 같이 만들어가자'고 부탁했다.
"잘못된 부분 따끔하게 지적해주세요. 달게 받겠습니다. 고쳐 나가겠습니다. 하지만 격려도 필요한 법입니다. 선수들에게 파이트머니 등 금전적인 대우가 중요합니다. 그건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해외선수들도 뛰고 싶어 하는,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대회로 만들겠습니다. 그런데 선수들에게 또 필요한 것이 관심과 응원입니다. 선수들은 팬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어요. 거기서 기운을 받습니다. 팬들이 그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정 대표는 "이상입니다"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결과적으로 그의 게임이 됐다. 밀당 고수 정 대표가 인터뷰 흐름을 장악하고 대화를 리드했다. 완패 인정.
카메라가 꺼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정 대표는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기자님은 너무 타락하신 거 아닌가요? 제가 무슨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저 그런 거 없습니다. 의심하지 말고 순수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세요."
10년 넘게 격투기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로드FC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필자에 대한 일종의 가벼운 핀잔. 그 마음을 알기에 정 대표의 말에, 함께 껄껄 웃었다.
정 대표는 로드FC를 이끌어오면서 약속을 지킨 것도, 지키지 못한 것도 분명히 있다. '수습하기 힘든 약속'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기도 했다. 매치업의 불균형, 심판판정 미숙, 연예인 기용 등으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는 많다. 하지만 해외진출까지 실현시킨 그의 추진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말처럼 한·중·일을 아우르는 아시아 대표 대회사로 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타락'한 기자는 정문홍 대표가 이날의 약속들을 어떻게 실현시켜 나가는지 '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다. 그래도 이왕이면 로드FC가 세계적인 단체로 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기록했으면 한다.
물론 고쳐나갈 것은 지적하면서. 그것이 필자의 애정 어린 후수(後手)일 것이다.
[영상] 촬영 및 편집 배정호 기자 ⓒ 스포티비뉴스
[사진] 정문홍 대표 ⓒ 로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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