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시선] 1년 전을 돌아보면…신태용호 '최선'의 오답 노트를 썼다
작성일: 2018.03.30 06:00
유현태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한국 축구 대표 팀은 3월 A매치 2연전에서 2패를 안았다. 24일(이하 한국 시간)엔 영국 벨파스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북아일랜드에 1-2로 졌다. 28일엔 FIFA 랭킹 6위 폴란드를 상대로 2-3 석패했다.
결과에는 만족할 수 없다. 북아일랜드는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팀이고, 폴란드 역시 후반전엔 주전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다. 한국은 폴란드전에서 후반 41분에야 만회 골을 넣고 뒤늦게 추격을 했다.
하지만 신태용호가 발전의 여지가 없었는가. 불과 1년 전 한국은 더 깊은 어둠 속에 있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9개월 여, 신태용호의 경기력은 분명히 발전했다.

◆ 경기력이 나빠졌나…불과 1년 전 한국은 탈락 위기였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리자. 2017년 3월 27일 한국은 시리아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1-0 승리.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다. 홍정호가 세트피스에서 이른 득점을 터뜨렸지만, 추가 골은 터지지 않았고 시리아의 역습에 고전했다. 시리아전 5일 전인 3월 23일엔 중국 창사에서 중국에 0-1로 패배했다. 중국전 역사상 2번째 패배이자, 원정에서 거둔 첫 패배. '전임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6월 카타르에도 2-3으로 패했다.
'답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고수했지만, 밀집수비 앞에선 골대 앞까지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면서 손흥민은 측면에 고립됐다. 김신욱의 높이가 아니었다면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할 뻔 했다.
신태용 감독은 7월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았다. 일단 결과가 중요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 2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하면서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10월 A매치에선 K리그 선수들을 빼고 유럽 원정을 치렀다. 이청용이 측면 수비수로 나설 정도로 선수 구성이 어려웠다. 대신 11월 A매치에선 다른 결과를 냈다. 새로운 전술인 4-4-2를 들고와 콜롬비아(2-1 승), 세르비아(1-1 무)전을 치렀다. 짜임새 있는 경기력에 호평이 이어졌다.
신태용호가 해외파 선수들, K리그 선수들을 모두 모은 것은 지난해 11월 A매치 이후 처음이다. 심지어 11월 A매치는 신 감독이 새로운 전술을 4-4-2를 처음으로 선보인 경기들이었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에서도, 1월 터키 전지훈련에서도 유럽파 없이 훈련과 경기를 했다. 손흥민, 기성용 등 핵심 선수들과 함께 전술 실험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 전술 실험은 끝났고, 오답 노트를 남겼다
3월 A매치에서는 할 수 있는 실험을 여럿 시도해야 했다. 일단 포메이션을 두루 가동했다. 4-4-2 외에 4-2-3-1, 3-4-3을 실험했다. 신태용호는 공수에서 몇 가지 정답과 오답을 발견했다.
"사실 이번 유럽 2연전은 가상 스웨덴과 독일을 상대했다. 스웨덴과 독일을 생각해서 경기를 치렀다. 실전이 아니기 때문에 손흥민이 파트너가 되고, 어떤 포지션에서 뛰는지에 따라 경기력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려고 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 신태용 감독
우선 손흥민 활용법을 어느 정도 찾았다. 공격적인 경기를 치른 북아일랜드전에서 측면 공격수와 투톱에 배치된 손흥민을 확인했다. 폴란드전 전반엔 원톱 손흥민을 확인했다. 손흥민은 폴란드전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스리톱을 섰을 때는 혼자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다려야 하고 나가서 받기보다는 공간을 움직여야 했다. (황)희찬이가 움직임이 좋고 수비 뒤 공간으로 움직이면서 공간을 내줬다. 희찬이가 들어오면 서로 좋아하는 플레이가 뭔지 안다. (투톱 전술을) 좀 더 세밀하게 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분명히 투톱을 선호한다.
2선 침투도 공격적으로 나아진 점이었다. 손흥민, 권창훈, 이재성, 황희찬 등이 후방으로 물러났다가 수비 뒤 공간으로 침투해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었다. 손흥민과 매끄러운 호흡이 나오지 않은 점이 문제지만, 신 감독 체제에서 '완전체'로 모인 것은 지난해 11월과 이번 3월 두 번뿐이다. 시간과 연습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다. 위협적인 공격 시도가 있었다는 점 자체가 고무적이다.
기성용의 중원 파트너도 실험했다. 이제 선택이 남았다. 고요한, 정우영에 이어 박주호까지 기성용의 파트너로 나섰다. 고요한과 박주호는 기동력이 좋아 기성용과 시너지가 났다.
"분명히 문제점 3,4가지를 느꼈다. 실점할 때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나름대로 파악했다. 5월에 소집된 뒤엔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신태용 감독
수비적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있는 결론을 얻었다. 수비수들의 힘만으로 공격을 억제하기 힘들다는 것. 미드필더나 공격수부터 적극적으로 달라붙어 상대를 뒤로 물러나게 해야 하고, 전진패스와 크로스의 질을 떨어뜨려야 한다. 문전으로 공을 투입되는 것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다.
폴란드전에서는 스리백을 실험했다. 단순히 숫자를 늘려 센터백 3명을 둬도 당장 실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란 점을 확인했다. 유럽 최정상급 클럽의 수비수들도 쩔쩔 매는 상대인 레반도프스키를 보유한 폴란드를 만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오답'이다. 스리백을 쓰더라도 전술적 이해와 조직력이 필요하다. 신 감독은 "플랜B로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나가기 전에 시간을 두고 준비하면 좋은 옵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북아일랜드전에서는 높이와 힘을 활용한 단순한 공격에 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선수들 개개인의 능력이 단번에 좋아질 순 없다. 타고난 신체적 한계도 있다. 단순한 롱볼에 더 치밀하게, 그리고 전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스웨덴전을 앞두고 좋은 경험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6위 팀을 만나서 선제 골을 넣고, 또 2골을 뒤지다가 쫓아가기도 했다. 경기 내용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마지막 실점하면서 노출한 문제점, 왜 실점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봤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 신태용 감독

◆ '최고'가 아닌 '최선'을 찾는 단계…선수 기량은 단번에 상승하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의 꿈이고 나라를 대표해서 뛸 수 있는 최고 권위의 대회이기 때문에 그 어떤 상대와도 쉬운 경기가 없을 것이다." -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영국 신문 '미러'는 "한국이 조별 리그 최하위를 차지하지 않는다면 놀라울 일"이라고 평가했다. 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조별 리그에서 만날 스웨덴, 멕시코, 독일 역시 자신들의 저력을 증명하기 위해 월드컵에 출전한다. 애초에 FIFA 랭킹 59위의 한국은 도전할 위치에 있다.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할 처지가 아니다.
한국의 전력이 스웨덴, 멕시코, 독일에 비해 열세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손흥민은 조 추첨 직후 "어떤 팀이든 우리보다 강팀이고 어려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단번에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순 없다. 팬들이 원하는 '최고의 결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가진 것들을 조합해 '최선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극대화해야 한다. 그래서 여러 실험이 필요했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 말할 때라고 한다. 하지만 과정이 부실한데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지금도 비슷한 정도로 생각한다. 가서 문제점을 노출한 점도 있었다. 20%는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채워가야 한다.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신태용 감독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관련 추천 기사
축구 관련 기사
-
"사과하는데 카메라는 왜 들고 가나, 이걸 콘텐츠로 만드네" 조원희, 월드컵 옌스 비판→독일 찾아가 사과...오히려 역풍 맞았다
2026-08-20
-
[SPO 현장] 조성환 감독 “스탠드에서 바라본 선수들, 오늘 경기보고 많이 느꼈으면”…A팀에 쓴소리 작심발언 쓴소리일까
2026-08-19
-
[SPO 현장] 코리아컵 8강 진출하고 팬들께 “죄송하다…” 이영민 감독이 고개 숙인 이유는?
2026-08-19
-
[현장 REVIEW] 부천, 코리아컵 8강 진출! 부산에 ‘승부차기 혈투 끝 짜릿승’
2026-08-19
-
[오피셜] 나라망신! '대한축구협회에서 성 접대 받았나'…중국축구협회 "관련자 3명 조사 착수, 결과 곧 공개" 공식 발표
2026-08-19
-
'죽음의 조 탈출→1위 16강' 동의대 캡틴 이우창의 무쇠 리더십 "계속 이긴다는 생각, 목표 4강 잡고 왔다"
2026-08-19
추천 콘텐츠
-
‘충격 오피셜’ 세계랭킹 13위 ‘코카인 마약 양성 반응’…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 “큰 실수, 전적으로 내 책임” 테니스계 발칵
2026-08-20
-
"2000만 달러 가장 잘못 쓴 사례" 145년 전 선수와 비교라니, 김하성 기록 어떻길래…그래도 희망 있다, 가을야구에서 뒤집는다면+경쟁자도 부진
2026-08-20
-
[오피셜] '대충격' 현역 선수가 마약 적발이라니, '윔블던 준우승 스타' 코카인 양성 반응…"엄청난 실수, 모든 책임 지겠다" 선수 생활 최대 위기
2026-08-20
-
[SPO 현장] 조성환 감독 “스탠드에서 바라본 선수들, 오늘 경기보고 많이 느꼈으면”…A팀에 쓴소리 작심발언 쓴소리일까
2026-08-19
-
[SPO 현장] 코리아컵 8강 진출하고 팬들께 “죄송하다…” 이영민 감독이 고개 숙인 이유는?
2026-08-19
-
'걸그룹 비주얼' 더 빛난다…日 배드민턴 천년돌, 2주 연속 우승하더니 세계선수권까지 → 첫판부터 32분 만에 완승
2026-08-19
많이 본 기사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문동주 걱정에 울었던 왕옌청, 10승 후 또 MOON 떠올렸다…참 멋진 두 남자의 우정
2026-08-05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