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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 만루, 늘 상상했어요"…무명 타자는 기다렸다는 듯 초구를 때렸다

작성일: 2018.06.04 11:15 이교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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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윤호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난타전이었다.

KIA 타이거즈는 17안타, 두산 베어스는 15안타를 쳤다. 9회까지 11-11. 승부는 연장 10회까지 이어졌다.

10회말 2사 만루, 타석에 8번 타자 황윤호가 들어섰다. 황윤호는 앞선 9회말 공격에서 이범호 대신 1루 주자로 나선 교체 선수로 시즌 타율 0.200이었다.

9회말 1사 만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해 안타까운 탄성을 내뱉은 광주 팬들은 다시 한 번 숨죽였다. 10회말 무사 만루에서도 한승택이 유격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쳤던 터라 마음을 더 졸였다.

두산 투수 박치국의 초구. 황윤호는 기다리지 않았다. 과감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딱" 하는 소리, 타구가 1, 2루를 가르자 "와" 야구장이 들썩였다.

6-0→6-3→9-3→9-5→9-6→9-9→9-11→11-11까지, 두산과 시소게임을 펼쳤던 KIA의 재역전 드라마가 신인 작가 황윤호의 손에서 쓰였다. 최종 스코어 12-11.

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리그 두산과 9차전에서 황윤호는 1루 베이스를 밟고 포효했다.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기쁨을 만끽했다.

부담감을 느낄 만한 승부처, 하지만 황윤호는 늘 이런 기회를 꿈꿨다고 했다. 스포티비와 인터뷰에서 "평소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어떨까 상상했다. 기회를 잘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말했다.

상상 속 기회가 현실이 됐을 때, 그는 기다렸다는 듯 과감해졌다. "박치국과 승부에서 병살타를 친 적이 있다. 초구부터 직구 승부를 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잘 맞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황윤호는 2012년 NC 다이노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10경기, 2016년 33경기, 2017년 36경기를 뛰었다. 타석에 드문드문 나섰다.

올 시즌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진짜 시작"이라고 되뇌고 있었다. "부모님께 늘 감사하다. 올해 KIA로 오면서 야구 인생을 꽃피우겠다고 약속했는데…. 계속 노력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힌 이유다.

KIA는 28승 29패로 6월 4일 현재, 5위다. 4위 LG와 3.5게임 차로 갈 길이 멀다. 6위 삼성이 1게임 차, 7위 넥센이 1.5게임 차로 뒤쫓고 있어 연승이 필요하다.

황윤호는 "지금은 우리 팀 성적이 조금 안 좋지만, 우승을 경험했던 팀이라 언제든 다시 올라갈 수 있다. 오늘이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많은 신인들이 2군에서, 더그아웃에서 2사 만루에 타석에 나서는 자신을 상상한다. '히어로'가 될 기회를 기다리면서.

야구를 시작하면서 늘 꿈꿔 왔던 '2사 만루', 황윤호는 이제 주전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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