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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시선] 4년 짓는 농사를 1년에 지은 신태용호…'유종의 미'는 아직이다

작성일: 2018.06.28 11:3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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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을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시킨 뒤 어깨를 모은 태극전사들.
▲ 독일전 승리의 기쁨만큼 잘 거둬야 할 것은 멕시코전에서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과 땀들이 아닐까. 왜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이 힘들었을까.
▲ 독일전 승리의 기쁨만큼 잘 거둬야 할 것은 멕시코전에서 흘렸던 아쉬움의 눈물과 땀들이 아닐까. 왜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이 힘들었을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시작하기 전부터 경쟁자들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절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데도 준비 과정은 짧고 또 힘겨웠다. 독일전에서 이룬 '기적'에 취할 때가 아니라 다음 4년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 리그 3차전에서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잡았다. 멋진 승리에도 한국은 1승 2패로 16강 진출엔 실패했다.

부진했다지만 독일을 잡았다. 독일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시작으로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4강 이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팀이다. 요아힘 뢰브 감독의 지도 아래 팀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고, 새로운 유망주들이 등장해 신구 조화도 잘된 팀으로 평가를 받았다. FIFA 랭킹 57위 한국이, 그것도 월드컵 무대에서 독일을 꺾었다니. '유종의 미'라며 러시아 월드컵은 두고두고 회자될지 모른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볼 때다. 최고로 싸워도 부족한 무대에서 한국은 빈틈이 너무도 많았다. 월드컵은 전 세계의 축구 강자들이 모인다. 한국보다 강한 팀들도 컨디션을 최고로 맞추고, 조직력도 극대화해서 본선에 나선다. 더구나 한국은 절대 열세의 팀이다. FIFA랭킹만 따져도 6월 현재 독일은 1위, 멕시코는 15위, 스웨덴은 24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순위는 57위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고' 들어갔다. 본선을 1년 정도 남긴 시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지난해 3월 중국 원정에서 0-1로 무기력하게 패한 뒤 경질 기회가 있었지만 유임을 선택했다. 카타르에 2-3으로 패하면서 본선 진출이 위험해지고 나서야 칼을 빼들었다. 

신태용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년도 되지 않았다. 최종 예선 통과에 힘을 싣느라고 귀중한 지난해 10월 A매치를 K리그 선수들을 제외하고 치러야 했다. 지난해 11월 A매치와 올 3월 A매치 기간, 그리고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소집된 5월부터 1달 정도의 시간을 함께했을 뿐이다. 최종 예선부터 차근차근 조직력을 다진 경쟁자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한국 대표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전북 현대 감독은 대표 팀의 어려움을 '시간 부족'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은 월드컵 예선은 5일, 평가전은 3일. 회복 훈련하고 그림, 전술, 세트피스 하루 하고. 그 다음날 몸 풀고. 경기하면 오후에 돌아가야 한다"면서 대표 팀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신 감독이 뭘하겠나. 시간이 주어지긴 했지만 최종 예선부터 만들었는데. 팀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처음이 아니다. 4년 전의 재판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조광래 감독을 경질하고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임시 소방수로 올려 최종 예선을 통과하는 데 일단 목적을 뒀다. 본선 성적을 사실상 도외시한 선택. 본선을 1년 남긴 시점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지휘봉을 잡았고 브라질에서 참패를 겪었다. 감독과 선수의 역량이 어떻든 이미 상황은 한국을 향해 불리하게 돌아갔다. 만반의 준비를 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한국은 허술하게 본선에 나섰다.

불운도 있었다. 권창훈, 이근호, 김민재, 김진수, 염기훈 등 월드컵 참가가 유력했던 선수들의 이탈로 플랜A 수정 가능성이 제기됐다. 스리백을 비롯해 다양한 전술 실험이 본선을 앞두고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 멕시코전은 '증명'과 함께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 멕시코전에서야 기존의 플랜A '4-4-2'가 가장 낫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 시점이 늦었다.

경기에만 집중해도 부족한데 외부 여건도 도와주질 않았다. 신태용호는 본선을 준비하면서, 또 본선을 치르면서도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력이 좋지 않으니 선수 선발이, 감독의 인터뷰가, 한 선수의 실수가 모두 논란이 됐다. 선수들은 경기장 위의 적과 싸우고, 등 뒤에서 오는 비난에도 버텨야 했다. '뻗치고, 버티는' 정신력은 피치는 물론 밖에서도 필요했다.

월드컵은 4년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장인데 한국은 1년 만에 모든 농사를 정리해야 했다. 그래서 바쁘고 분주했지만, 결실은 바라던 바에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 월드컵의 끝은 다음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시작이다. '유종의 미'라며 단순히 마무리하기엔 러시아에서 거둔 실패들이 결코 작지 않다. 브라질에선 미처 갈무리하지 못한 것들을 이번엔 주워담을 수 있을까. 잘못된 점들을 발견하고도 고치지 못한다면, 4년 뒤에도 한국은 외부의 적, 내부의 적, 시간 부족을 비롯한 각종 변수에 휘둘리고 말 것이다.

"분명히 잘못됐다. 4년 전에 실수를 반복한 것은 한국 축구의 8년이 안타깝게 흘러간 것이고 선수들은 그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어쨌거나 선수들은 주어진 상황이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 구자철, 독일전을 마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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