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녹슨 전차’ 캐터필러에 명중한 김영권-손흥민의 결정타 두 방
작성일: 2018.06.28 11:31
신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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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독일과 결전을 하루 앞둔 26일, 글쓴이는 “‘늙은 전차 군단’? ‘녹슨 전차 군단’이란 말도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대 목표, 1라운드 통과. 최소 목표, 승점 획득. 27일 밤(이하 한국 시간) 2018년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조별 리그 F조 독일과 경기에 나서는 한국 축구 대표 선수들에게 떨어진 과제다. 그러나 글쓴이는 선수들에게 이 목표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다.
이를 악물고 뛴 후반 45분에 더하기 6분 다시 더하기 2분, 2018년 현재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최대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디펜딩 챔피언이자 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꺾고 1라운드 통과에 버금가는, 소중한 승점 3을 기록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1990년 스페인 대회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전패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서 대표 선수들이 겪었을 마음고생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무거운 짐을 벗은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독일의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만한 경기를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는데 먼저 독일 축구를 간략하게 살펴본다.
독일은 첫 출전한 월드컵인 1934년 이탈리아 대회에서 오스트리아를 3-2로 물리치고 3위를 차지했다. 독일은 지역 예선에서 룩셈부르크를 9-1로 대파하고 16강이 겨루는 본선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가 없었다.
독일은 193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16강이 겨루는 1회전에서 스위스와 겨뤄 1-1로 비긴 뒤 재경기를 치러 2-4로 져 탈락했다. 승부차기 같은 제도를 꿈도 꾸지 못할 때이다. 이 대회에서도 조별 리그 없이 녹다운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렸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1950년 브라질 대회 출전이 금지됐던 독일(이때는 동독 서독 분리 상태)은 1954년 스위스 대회 우승(서독, 동독은 예선 출전 포기) 이후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다. 이는 1990년 이탈리아 대회까지는 서독과 동독이, 1994년 미국 대회부터는 통일 독일이 세운 기록이다.
동독은 1974년 서독 대회 때 딱 한번 월드컵 본선에 올랐는데 1차 조별 리그에서 우승국인 서독을 1-0으로 꺾는 등 2승1무, 조 1위로 2차 조별 리그에 올랐으나 브라질에 0-1, 준우승국인 네덜란드에 0-2로 지고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겨 3위 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독일은 월드컵에서 서독 시절을 포함해 4차례 우승(서독 3번 통일 독일 1번)과 4차례 준우승(서독 3번 통일 독일 1번) 그리고 4차례 3위(서독 1번 통일 독일 3번)의 빛나는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독일과 한국은 월드컵에서 3차례 만나 2-3(1994년 미국 대회), 0-1(2002년 한일 대회) 연패 끝에 역사적인 첫 승리를 거둔 것이다.
독일전 승리를 보면서 떠오른 첫 번째 기억은 2006년 독일 대회 스위스와 경기다. 조별 리그 G조에 든 한국은 1차전에서 토고를 2-1로 누른데 이어 강호 프랑스와 1-1로 비겨 원정 대회 첫 16강 진출 가능성을 품게 됐다.
그렇게 맞이한 스위스와 3차전에서 한국은 전반 23분 필리페 센데로스에게 헤딩 선제골을 내줬다. 이어 후반 32분 알렉산데르 프라이에게 쐐기 골을 허용했다. 승패를 가르는 결정타였다. 이때 오프사이드 문제가 터졌다.
프라이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고 한국 수비수 발을 맞고 ‘패스’가 된 공을 골로 연결했다. 이때 선심은 오프사이드를 표시하는 깃발을 들어 올렸지만 주심은 이를 무시하고 프라이의 골을 인정했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s)이 없던 때이니 주심의 판정이 뒤집힐 일은 사실상 없었고 한국은 1승1무1패로 대회를 마쳤다.
27일 경기에서 한국은 왠지 날카롭지 못한 독일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 내면서 90분을 버텼다. 그냥 버티기만 한 게 아니고 역습 기회를 살려 독일을 괴롭혔다.
후반 추가 시간 전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하는 골이 터졌다. 손흥민의 짧은 크로스가 정우영 뒷발에 맞았고 공이 골문 쪽으로 흐르자 김영권이 구석으로 차 넣었다. 이때 부심의 깃발이 올라갔다. 오프사이드 판정이었다.
이번 대회부터 월드컵에서도 VAR이 활약하고 있다. 영상 판독 결과 김영권은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패스’한 이는 한국 선수가 아니었다. 공을 걷어 내려던 토니 크로스가 자신의 골문 쪽으로 공을 결과적으로 밀어 주고 말았다.
오프사이드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주심은 두 손으로 큰 네모를 그린 뒤 오른손으로 센터서클을 가리켰다. 한국의 골이니 그곳에서 경기를 속개하라는 신호였다.
이어서 아이스하키처럼 골키퍼까지 나온 가운데 손흥민이 텅 빈 독일 골대에 승리를 결정 짓는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이 두 골이 모두 추가 시간에 나왔다는 사실에 24년 전 그때 일이 떠올랐다. 26일 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 리그 C조에 든 한국은 페르난도 이에로와 루이스 엔리케, 훌리오 살리나스 등이 포진한 스페인과 1차전에서 서정원의 경기 종료 직전 멋진 골로 2-2로 비겼고, 요즘도 축구 팬들 사이에서 무승부가 아쉬운 경기 가운데 하나로 회자되는 볼리비아전에서는 0-0으로 승점 1을 따는 데 그쳤다.
그리고 갖게 된 독일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미 월드컵 3차례 정상(서독 시절)에 오른 독일은 누구나 두려워하는 상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맹위를 떨친 에르빈 롬멜 장군이 이끈 무적의 탱크 부대에서 따온 ‘전차 군단’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도 갖고 있었다.
월드컵 3회 출전에 승리가 없는 한국은 전반 내내 독일에 밀리며 순식간에 0-3으로 뒤졌다. 그러나 댈러스의 초여름 무더위에 잔뜩 달궈진 코튼 필드의 지표면 온도가 섭씨 40도에 육박하면서 위르겐 코흘러(34) 등 평균 나이 32세의 독일 수비진은 점점 스피드가 떨어졌고 후반 종반에는 거의 걷다시피 했다.
한국은 볼리비아전에서 그렇게 터지지 않던 황선홍이, 찍어 차는 슛으로 독일 골키퍼 보도 일그너를 무너뜨리면서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홍명보는 벼락 같은 장거리에 가까운 중거리 슛으로 일그너의 왼쪽 구석 독일 골망을 흔들어 2-3으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때 많은 축구 팬들이 했던 말, “(추가 시간 외에) 5분만 더 (경기를) 했으면…” “전차 군단? 녹슨 전차군단이네.”
27일 경기에서 주심은 모든 이의 눈을 의심케 6분이라는 꽤 긴 추가 시간을 ‘독일에 부여했고’ 이것도 모자라 2분을 덤으로 줬다. 24년 전 모자란 경기 시간에 땅을 쳤던 한국은 8분의 시간을 활용해 녹슨 전차 군단에 김영권과 손흥민이 결정타 두 방을 날렸다. 독일은 무승부로 끝났을 수도 있는 경기에서 추가 시간이라는 독을 마시고 월드컵 출전 사상 아시아 나라에 처음으로 지는 역사를 남겼다.
24년 전 독일에 맞서 물러서지 않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친 선수들은 골키퍼 최인영 수비수 김판근 박정배 최영일 홍명보 미드필더 이영진 신홍기 공격수 김주성 조진호 황선홍 고정운이고 교체 멤버는 이운재(GK) 정종선(DF) 서정원(FW)이다.
그리고 선배들 뒤를 이어 이번에는 기어코 독일을 무너뜨린 선수들은 골키퍼 조현우 수비수 이용 윤영선 김영권 홍철 미드필더 문선민 장현수 정우영 이재성 공격수 손흥민 구자철이고 교체 멤버는 주세종(MF) 황희찬(FW) 고요한(DF)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2018년 현재 축구 팬들은 이 명단을 미래 어느 날 기분 좋게 추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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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 기자 smc@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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