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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VIEW] 위기 이겨 낸 수원, 서정원의 세 가지 유산

작성일: 2018.08.30 07:05 조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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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삼성이 3-0 완승을 거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조형애 기자] 이제 보니 '그날' 서정원 감독은 좀 달랐던 것 같다. 사퇴를 결심했다던 경남FC전. "내가 부족하면 나가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경기 전 말했고, 경기 후엔 전북현대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 각오를 이야기했지만 뭔가 많이 내려놓은 듯 해 보였다.

"쉽게 물러날 생각 없다. 만발의 준비를 하겠다."

서정원 감독은 이 말을 하고 이틀 뒤 사퇴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행 버스에는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이틀 뒤인 29일, 사령탑 없이 치른 첫 경기서 수원삼성은 이변을 일으켰다. 올시즌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전북현대를 3-0으로 꺾었고 4강에 부쩍 가까워졌다. 결과론적이지만, 서정원 감독의 용단은 수원삼성의 아시아 챔피언 꿈을 보다 간절하게 했다. 포백 전환 결정이 내려졌고, 선수들은 한 발 더 뛰었고, 그 아래서 마지막 영입이 된 이들이 활약을 펼쳤다.

◆ 드디어?!…스리백→포백 전환

수원의 스리백은 언젠가부터 서정원 감독의 '시그니처'처럼 보였다. 그래서 줄곧 고수해 왔고 경기가 안풀릴 수록 포백 전환에 대한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서정원 감독이 떠난 뒤 첫 경기. 수원은 곧장 포백을 들고 나왔다. 조성진 곽광선이 센터백에 섰고 좌우 윙백을 각각 이기제 최성근이 봤다.

포백 전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시즌 전북과 경기 첫 무실점+승리라면 말 다했다. 경기 후 이병근 코치는 '경기 총평'을 묻는 질문에 먼저 포백 전환에 대해 이야길 꺼냈다. 그는 누가 묻기도 전에 결정은 서정원 감독이 내린 것이라 했다. "경남전 마치고 서정원 감독이 '다음 경기는 포백으로 가자'고 말을 미리 했다. 그래서 자신있게 포백을 사용하게 됐다"고 이 코치는 설명했다.

▲ 사퇴 의사를 밝힌 서정원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 한 발 더, 수원의 '악바리 정신'

2차전 홈경기를 앞둔 수원은 무승부만 거둬도 어느정도 소득을 안고 돌아가는 셈이었다. 안방에서 급해지는 건 되려 전북이었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말따라 '모험'을 강행했다. 연이어 공격적인 카드를 쓰며 사실상 전방 공격수 숫자를 4명까지 늘렸다.

위기 속 수원은 흔들렸지만 버텨내고 역습 한방으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리고 선제골 이후 전북을 내내 밀어붙이며 완승을 거뒀다. 베테랑 염기훈은 선수단이 달라진 마음가짐이었다는 것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이겼지만 환희 웃지 못하면서 "어떻게 보면, 감독님께서 악바리처럼 뛸 수 있게 해주신 건 맞는 것 같다. 선수들도 사퇴하신 것을 듣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한발 더 뛴 밑바탕에는 부채의식이 있었다. 염기훈은 "죄송하다는 말을 (서정원 감독께) 하고 싶다"면서 "선수들도 책임있다고 생각한다. 경기 뛰는 건 선수들이다. 오늘 같은 경기 보여드리지 못한 것, 사퇴하신 것. 죄송하다는 말 드리고 싶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 79번을 단 한의권. 쐐기 골을 신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마지막 유산, 사리치-한의권의 활약

가히 완승, 대승이라고 불릴 만한 수원의 승리 뒤에는 '언성 히어로' 사리치가 있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영입된 사리치는 경기 흐름을 뒤엎은 데얀의 선제골을 도왔고 전북 관중들이 일찌감치 경기장을 떠나게 한 쐐기 골을 어시스트했다. 공격포인트 뿐만 아니라 경기 내내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이가 사리치였다.

여기에 여름 이적생 한의권도 조커로 제몫을 다해줬다. 한의권은 사실 아산 1079기 동기들과 함께 전역 후 79번 등 번호를 달기로 했었다. ACL에는 79번으로 등록을 했지만 리그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동기들이 '배신'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서정원 감독이 14번을 추전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반영 된 번호를 단 경기는 아니었지만 한의권은 기대에 부응했다. 원정 한 골, 한 골이 소중한 ACL에서 0-2와 0-3은 체감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수원은 이제 2차전으로 눈을 돌린다. 내달 19일 이면 4강 진출 팀이 확정된다. 비온 뒤 단단해진 수원에 밝은 빛이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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