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에 은하수, 한국 축구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작성일: 2018.09.12 08:0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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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수원은 경기 전부터 북적였다. 수원역에서 '빅버드'라는 애칭을 가진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는 오후 5시 30분 경부터 꽉 들어찼다. 택시들 역시 모두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하면서 경기를 1시간 정도 앞두고는 아예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실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 축구는 오랫동안 우울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위업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룬 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거둔 성공도 이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악의 부진에 묻혀버렸다.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좋은 출발을 했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그 밑천이 완전히 드러났다. 밀집 수비에 고전하고 역습에 시달렸다. 신태용 감독을 소방수로 기용해 최종 예선을 겨우 통과해 본선행에 성공했지만 떠나간 팬들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선 상대와 싸우고 팬들의 돌아선 마음과도 싸웠다. 잘 싸웠다는 격려보단 실수를 지적하는 채찍에 익숙했다. 조별 리그 1,2차전에서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 연패할 때까지만 해도 '역시나'였다. 경기력 측면에서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긴 어려웠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상대는 'FIFA 랭킹 1위' 독일이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태극전사는 마지막 희망을 되살렸다. 독일의 맹공을 버티더니 경기 막판 2골을 몰아치며 승리를 낚았다. 16강 진출을 이루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결과까지 낸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가 이어졌다.
뒤이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여러 악재를 딛고, 강력한 상대를 넘고, 하나로 똘똘 뭉쳐 이룬 성과. 드디어 팬들도 다시 마음을 움직였다. 그 마음은 만원 관중을 기록한 고양종합운동장 그리고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모인 40127명의 관중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파도타기 응원은 그 증거 같았다. 경기장에 빈 좌석이 있으면 할 수 없는 파도타기 응원. 최근 몇 년간 A매치라고 해도 쉽사리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수많은 팬들을 '모시고' 치른 경기. 결과는 천신만고 끝에 0-0 무승부였다. FIFA 랭킹 12위를 달리는 칠레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아르투로 비달은 한 단계 높은 경기력을 뽐냈다. 칠레 팀 전체는 코스타리카를 여지없이 몰아치던 한국이 뜻대로 경기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압박을 선보였다. 무승부에도 팬들은 환호로 고생한 선수들을 격려했다.
피치를 향한 팬들의 불빛은 한국 축구에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았다. 선발 11명의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 '빅버드'는 어둠에 휩싸였고 팬들이 머리에 쓴 머리띠에서 나오는 붉은 불빛만이 빛났다. 경기 종료를 5분 정도 남겼을 시점 사방에서 모두 함께 켠 휴대전화의 플래시도 경기장을 흐르는 은하수처럼 느껴졌다. 불과 3달 전과 확 달라진 응원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도 팬들의 열기를 느낀다. 정우영은 "많은 팬들이 기대를 하고 계셔서 좋은 경기를 하려고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패하지 않아서 부정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황희찬 역시 "팬들의 힘을 받아서 좋은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선수들이 더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반면 2002년 세대의 뒤를 이어 한국을 이끈 대들보 기성용은 더 신중하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분위기가 좋다가도 고비가 왔다. 항상 그랬다. 좋은 분위기를 좋은 경기력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안게임에서 감동을 줬기 때문에 팬들도더 늘었다고 생각한다. 어린 스타 선수들이 성장하는 것이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된다. 앞으로도 잘 이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를 향한 관심은 분명히 돌아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대표 팀의 젖줄이라는 K리그는 여전히 관중 감소와 싸우고 있다. 또 성적이 곤두박질하면 팬들의 관심 역시 식을 수 있다.
지금 잡은 기회는 하늘에서 떨어진 기회가 아니다. 월드컵에서, 또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이 이를 악물고 뛴 결과 얻은 값진 열매다. 당장의 인기를 더 큰 축구 열기로 이어 가야 한다. 부진한 경기력에 계속 환호를 보낼 팬들은 없다. 팬들이 원하는 정답은 기성용의 말처럼 '경기력'이 아닐까. 돌아온 관심에 안심하는 대신 감사하며 더 멋진 경기를 펼쳐야 한다.
사족처럼 조금 더 바라자면 K리그가 더 멋진 경기를 펼쳤으면 한다. K리그에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다. 이용과 홍철이 맞대결을 펼치고, 황인범과 주세종이 함께 중원을 지키는 무대가 바로 K리그가 아니던가. A 대표 팀의 성장과 선전이 한국 축구가 다시 힘을 내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면 과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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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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