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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레사마 육성법: 빌바오 ‘순혈 정책’ 가능한 이유

작성일: 2018.10.26 09: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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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틀레틱의 레사마 훈련장 전경 ⓒ아틀레틱클럽

[스포티비뉴스=빌바오(스페인), 한준 기자]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을 대표하는 팀 아틀레틱클럽 빌바오(이하 아틀레틱)의 자부심은 트로피 진열장에 있는 우승컵이 아니다. 올해로 창단 120주년을 맞는 아틀레틱은 지금까지 지역 출신 선수로만 운영해왔다. 이 정책을 지키면서 단 한번도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았다. 


스페인 내에서 2부리그 강등 경험이 없는 팀은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외에는 아틀레틱이 유일하다. 유럽 주요 4대리그로 영역을 확정해도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인터밀란 정도만 추가된다. 

▲ 순혈주의로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쓰지 않는 아틀레틱은 부채 없이 새로운 홈 경기장 산마메스를 지었다. ⓒLFP

기술축구의 본산으로 불리는 스페인 라리가에서 가장 ‘터프한’ 축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틀레틱은, 팀의 강점이 지역 출신 선수의 강인함과 끈끈함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틀레틱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철학을 유지하며 성적을 내고 있는 원동력은 ‘정신력’이 전부는 아니다. 스포츠산업, 스포츠과학의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는 요즘 정신과 철학 만으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과거에도 프로였지만 지금 시각으로 보면 아마추어적이었다. 플레이 측면에서도, 전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요즘은 축구 전술과 전략에 대한 훈련과 준비가 더 많아졌다. 기술 지원, 장비 등 모든 것이 현대화됐다. 경기장 환경도 오래 전부터 훨씬 더 좋아졌다. 바뀌지 않은 것이라면 경기장 규격이 같다는 것뿐이다. 골대 크기와 22명의 선수가 뛴다는 것만 같고 다 달라졌다.” (호세 앙헬 이리바르, 아틀레틱클럽 회장 고문)

지역의 가치를 공감하면서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오랜 노력이야말로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있는 현대 축구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비결이다. 아틀레틱의 생존 원동력은 라리가 경기가 열리는 화려한 산마메스 경기장이 아니라, 시 외곽에 위치한 레사마 훈련장에 있다. 

아틀레틱의 비밀이 숨어있는 레사마 훈련장을 직접 방문해 순혈주의 정책이 가능한 이유를 알아봤다. 

▲ 레사마 훈련장 매니저로 구단 레전드 산티 우르키아가가 일하고 있다. ⓒLFP
▲ 레사마 훈련장의 2군 및 여자 팀 메인 경기장 ⓒ한준 기자


◆ “육성 목표는 판매가 아니야” 스타 이적료를 시설에 투자한 빌바오

대개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팀은 유망주를 스카우트해 육성하고 키워서 판매하는 것을 구단 수입의 주요 원천으로 삼는다. 아틀레틱이 선수를 키우는 목표는 키워서 파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기 위해서다. 아틀레틱의 선수 관리를 총괄하는 호세 마리아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우리 클럽은 회사가 아니”라는 상징적인 말을 했다. 

일반적으로 축구 클럽의 기술이사는 이적 시장에 선수를 사고 파는 일의 비중이 높은데, 아틀레틱에서는 그보다 유소년 팀과 1군 팀을 연계하는 과정에 더 힘을 쏟는다. 아틀레틱은 기본적으로 키운 선수가 1군에 올라와 은퇴할 때까지 활약하기를 선호한다. 

아틀레틱 관계자는 “우리에게 이적 협상은 없다. 이 팀을 나갈 때는 다른 팀에서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뿐이다. 그렇게 나가면 우리는 2군 팀과 유소년 팀 안에서 해당 포지션의 선수를 찾고 키워야 한다”고 했다.

아틀레틱은 지난 2013년 옛 산마메스 경기장을 헐고 현대식 산마메스를 새 보금자리로 삼았다. 부채 없이 경기장을 건설했는데, 동시에 1군 훈련장이자 유소년 육성시설인 레사마 훈련장도 재정비했다. 아틀레틱의 스타디움 비즈니스 매니저로 일하는 보르하 곤살레스 빌바오씨도 “레사마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고 해다. 

“우리는 선수를 보낸 돈으로 경기장과 레사마에 투자했다. 우리는 재정 문제 없이 새 경기장을 지을 수 있었다. 우리는 필요한 돈을 이미 다 냈다.” (보르하 곤살레스 빌바오 스타디움 비즈니스 매니저)

유럽 빅클럽이 새 경기장을 지으면 재정 위기를 겪는다. 핵심 선수를 팔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이적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틀레틱은 해당 사항이 없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팀을 떠난 선수들의 자리를 바스크 출신 선수 영입으로 메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카데미 출신 선수를 키워 기용한다.

▲ 아틀레틱클럽의 1군 팀 훈련 현장 ⓒ한준 기자


선수 이적료에 많은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프리미어리그로 떠난 선수들이 남긴 이적료로 새 경기장 건설과 훈련장 보수 작업을 부채없이 진행했다. 아틀레틱은 바스크 지방 정부, 비스카야 지방 정부, 빌바오 시의 지원을 받았지만 직접 5,000만 유로(약 650억 원)을 투자해 새 경기장을 지었고, 훈련장 개보수에 2,000만 유로(약 260억 원)를 썼다.

선수단을 순혈주의(본인이 바스크 태생이거나 바스크 혈동을 이어받은 바스크 지역 출신 선수, 바스크 지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유소년 팀에서 자란 선수만 입단이 가능하다)로 운영하는 아틀레틱은 클럽 레전드를 프런트에 적극 기용하고 있다. 레사마 훈련장을 방문하자 시설을 소개하러 나온 산티 우르키아가는 유로1984 대회에서 스페인을 우승시킨 라이트백 출신으로, 1980년대 아틀레틱클럽에 두 차례 라리가 우승을 안긴 레전드다.

“레사마 훈련장에는 4개의 인조 잔디 구장, 4개의 천연 잔디 구장이 있다. 4개의 잔디 구장 중 2개는 하이브리드 구장이다. 하이브리드 구장에 최신 기술이 반영되었다. 2군 팀과 여자 팀이 사용하는 훈련장 메인 경기장은 지금 2,300명을 수용한다. 공사를 마치면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바뀔 것이다. 옛 산마메스를 상징하던 아크가 지붕이 생기면서 필요없게 되어 2군 경기장으로 옮겨왔다. 전통과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다. 아틀레틱 팬들에게는 이 아크에 많은 추억이 있고, 의미가 있다.” (산티 우르키아가 레사마 훈련장 매니저)

레사마 훈련장에는 팬들이 자주 방문한다. 2군 경기, 여자 경기도 열리고, 유소년 팀도 중요한 경기가 TV로 중계될 때는 여기서 경기한다. 여자 경기도 적게는 7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의 관중이 방문할 정도로 지역 내에서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1군 팀뿐 아니라 아틀레틱 안에 있는 모든 팀이 지원과 관심을 받고 있다. 

▲ 호세 마리아 아모로투 아틀레틱 클럽 기술 이사 ⓒLFP
▲ 호세 앙헬 이리바르, 아틀레틱 역대 최다 출전 선수, 현 회장 고문. ⓒ한준 기자


◆ 아틀레틱은 비스카야의 대표, 150개 지역 클럽과 연계 육성

빌바오가 바스크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자치권을 갖고 있는 바스크 지방은 크게 비스카야주, 기푸스코아주, 알라바주, 나바라주 등으로 나뉜다. 바스크 지방의 인구는 230만 가량이고, 비스카야주는 바스크 지방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인구 130만, 주도가 빌바오시다.

아틀레틱은 순혈주의를 표방하는 데, 기반은 비스카야 지역이다. 아틀레틱 기술이사 호세 마리아 아모로투는 “비스카야 지역에는 150개의 클럽이 있다. 이 모든 팀이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 아틀레틱은 지역 내 150개 클럽과 계약 관계다. 경제적으로 계약한 것은 아니다. 정신적으로 계약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아틀레틱에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역 150개 클럽에서 왔다. 우리의 첫 스카우팅은 이 150개 클럽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레사마 훈련장을 사용하는 선수들은 1군 선수단을 포함해 250여 명. 2018-19시즌에 새로 들어온 30여 명의 선수가 비스카야 지역 150개 클럽에서 합류했다. 아틀레틱의 순혈주의는 비스카야 지역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인근 기푸스코아, 나바라, 알라바 그리고 프랑스 내 바스크 지방에서도 온다. 하지만 핵심 기반은 비스카야다. 

아틀레틱은 게임 모델과 훈련 방법론에 대해 비스카야 지역 150개 클럽과 교류하고, 정보를 나눈다. 지역 클럽에서 키운 선수가 아틀레틱에 오면 향후 활약에 따라 지역 클럽에도 경제적 이익이 돌아간다. 아틀레틱 외 지역 150개 클럽은 지역 리그를 통해 경쟁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비스카야 지역을 대표하는 아틀레틱 1군에 들어가는 선수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 비스카야의 대표이자 바스크의 대표인 아틀레틱이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바스크인들의 자부심이 되는 것이다.
 
“아틀레틱의 특징은 다른 축구 클럽과는 다르다. 아틀레틱에는 사람이 녹아 있다. 4만 5000명의 사람들이 소시오로 클럽을 구성하고, 의사결정도 함께한다. 나 역시 51년차 소시오다. 모든 이들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소시오가 평생 회원 개념으로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틀레틱의 정서를 강화하고 확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선수들도 이런 충성심을 갖고 있고, 선수의 가족, 그리고 지역민과 다양한 지역 사회 활동을 통해 아틀레틱의 정서와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 (호세 마리아 아모로투 기술이사) 

▲ 아틀레틱의 발전 영역 구조도 ⓒ아틀레틱클럽
▲ 아틀레틱의 선수 육성 철학 ⓒ아틀레틱클럽


◆ “경기를 읽을 줄 아는 선수, 스스로 비평할 수 있는 선수로 키운다”

“클럽의 최대 가치는 선수에게 있다. 우리의 철학은 선수를 가르치는 기반이다.”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레사마 훈련장의 주된 이상과 최대 목표는 선수를 훈련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유명한 유소년 육성 시스템은 패스 플레이의 극한을 보여준 FC바르셀로나의 라마시아다. 지역 정서와 충성심, 정신력을 강조한 아틀레틱이 레사마에서 실시하고 있는 육성 방법론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우리는 선수들을 가르치고, 선수들은 스스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연결되어 있다.”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축구 기술만 가르쳐서도 안되고, 주입식으로 가르쳐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인성과 정신, 문화 교육을 병행해야 하고, 선수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지역 문화를 전수하고 가르친다. 물론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승리자의 태도를 갖추도록 가르치고 있다. 1군 팀은 지금 80%의 선수가 아카데미 출신이다. 그래서 아카데미가 아주 중요하다. 선수를 키우는 프로세스가 우리 팀에는 아주 중요하다.”

아틀레틱은 레사마 훈련장에 선수 육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발전 영역’은 질적 영역, 개인 및 프로 발전 영역, 의료 영역, 채용 영역, 스포츠 영역, 비스카야 축구 영역, 정체성 및 재능 개발 영역 등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이 영역은 개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적용된다.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이 영역은 1군 팀과 유소년 팀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레사마 훈련장에는 12세 어린 선수부터 1군 팀의 30대 베테랑 선수가 함께 머무르고 생활하고 훈련하고 있다. 

▲ 투지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틀레틱클럽 선수들 ⓒ한준 기자

질적 영역 중 선수 축구 기술적 측면에서 아틀레틱은 “빠르고, 강하고, 거칠어야 한다”는 특성을 이야기했다. 라마시아 스타일과 비교하면 직선적이고 파워풀한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를 키우는데 집중하다. 그렇다고 ‘뻥 축구’에 높이를 통한 축구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를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기본이다. “선수들은 기술적인 솔루션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술과 운동 능력은 기본이다.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아틀레틱이 키우고자 하는 선수의 능력은 자율성, 책임감 그리고 판단능력이라고 했다. 정신없이 이어지는 90분 경기를 선수가 스스로 운영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수준높은 축구를 할 수 있다. 

“훈련은 경기의 지식을 갖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들의 개별적인 발전도 하고, 전체적인 훈련도 한다. 이 개개인을 연결하는 작업을 동시에 한다. 우리가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은 판단력이다. 현대축구에서 분명한 것은 자각 능력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판단력이 아주 중요하다.” (아모로투 기술이사)

자각능력 및 성찰능력을 위해 강조하는 것이 심리학과 사회적 책임이다. 아틀레틱은 유소년 선수 육성 과정에 심리와 사회적 책임 항목에 신경쓰고 있다.

“선수들이 심리적인 측면에서 발전하고 심리 컨트롤을 배우도록 하는 게 레사마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수에겐 경기장 안에서뿐 아니라 경기장 밖과 선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선수와 선수 가족과 함께 이 부분을 신경쓰고 있다. 선수가 심리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시스템도 레사마에 있다. 현대축구에선 일반적인 일이다. 선수들이 훈련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직접 파악하고, 설명하고,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토론시간과 상담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형태의 육성을 위해 중요한 것은 지도자들이다.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우리가 원하는 축구 코치들은 동시에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선수들의 축구기술을 훈련시키고, 사람으로도 교육한다. 이 방법이 함께가야 한다. 좋은 선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좋은 프로 지도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아틀레틱은 선수 중심 철학의 정체성을 갖고, 선수를 훈련시키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끄는 지도자가 되도록 지도자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 아틀레틱클럽은 지도자 영역에선 개방주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준 기자
▲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비엘사의 방법론을 이어받은 베리소 감독 ⓒ한준 기자


◆ “유연성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선수는 순혈주의, 감독은 개방주의

아틀레틱은 선수 영입은 바스크 지역 순혈주의 정책을 고수하지만, 지도자 영입에는 개방적이다. 유소년 지도자는 지역 출신 인물이 자리잡고 있지만, 1군 팀에는 스페인 내 다른 지역은 물론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사례가 많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 축구를 강화하는 과정에 아르헨티나 출신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부임 기간 인상적인 발전을 이뤘다.  

아모로투 기술이사는 “유소년 과정과 프로 과정은 다르다”며 “유소년 과정은 철학과 연결성이 크지만, 프로 팀의 경우 더더욱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유연성을 갖는 것 역시 우리에겐 아주 중요하다. 그 점에서 우리는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외부 세계의 다양한 이들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급변하는 세계 축구의 최신 전술을 도입하려면, 이 방법론을 가진 이들에게 직접 배워야 한다. 아틀레틱이 스페인에서 가장 ‘영국적인 축구’를 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아틀레틱의 초대 감독이 잉글랜드 출신 셰퍼드였고, 빌리 반스를 비롯해 클럽의 첫 번째 전성기를 이끈 잉글랜드 출신 감독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틀레틱 역사상 최다 출전 기록(614경기)을 보유한 전설적인 골키퍼 호세 앙헬 이리바르는 “경기 방식에 대한 혁명적 변화들이 있었다”며 다양한 국적의 감독들로부터 다양한 유형의 축구를 배운 것이 아틀레틱의 발전에 도움을 줬다고 했다. 

“물론 선수들이 가진 성향에 따라 팀의 플레이 방식은 바뀐다. 우리는 과거에 잉글랜드 스타일의 축구를 했다. 초기에 잉글랜드 출신 감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많은 성공을 거뒀다. 하비에르 클레멘테는 이런 클럽의 선수 성장 방식을 유지했는데, 마르셀로 비엘사는 다른 방식의 축구를 통해 좋은 결과를 냈다. 여러 감독이 와서 다른 방식으로 팀을 발전시켰다. 기본적으로 우리 팀은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기고, 이기고, 이기는 것이다. 지금 팀을 지휘하는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은 비엘사 스타일에 가깝다. 베리소 감독은 비엘사 감독의 코치로 일했던 지도자다.” (이리바르)

▲ 지역 팬들이 훈련을 지켜보고 선수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매주 수요일 정례화하고 있는 아틀레틱 클럽 ⓒLFP
▲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빌바오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산마메스 경기장. ⓒLFP


◆ 새 경기장 입지, 훈련장 개방: 승리, 이윤보다 지역 사회의 가치가 중요하다

아틀레틱은 선수의 몸값이 폭등하고, 나라간 선수 교류가 활발해진 요즘 시대에 우승컵을 드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 강등은 면해도 라리가에서 우승을 노리거나, 꾸준히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전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코파델레이에서는 꾸준히 선전했으나 2009년, 2012년, 2015년 결승전에서 모두 바르셀로나에 완패하며 전력 차이를 절감했다. 그럼에도 아틀레틱은 우승과 승리를 위해 철학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런 토론도 논의도 전혀 없었다. 우리 팀의 기반은 팬, 소시오다. 한 명의 소시오가 한 표를 행사한다. 팬들은 철학 변화를 원치 않는다. 이 철학으로 오랜 기간 이겨왔다.”  (호세 앙헬 이리바르)

“최근 2-3년 전 설문 조사에서 95%가 이 철학 유지를 원했다. 우리에겐 이기는 것만큼 이기는 방식도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 방식으로 이기길 바란다. 더 어렵지만, 하고자 한다.” (보르하 곤살레스 빌바오)

아틀레틱은 클럽이 회사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흑자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사회와 상생, 공존을 기반으로 운영한다. 새 산마메스를 지을 때 다양한 가능성이 있었지만, 120년간 팀을 지지하고 응원해온 팬들의 생활방식을 더 존중한 결정을 내렸다. 네르비온 강을 따라 구겐하임 미술관, 이베르드롤라 타워를 잇는 도심 핵심 지역에 경기장 입지를 유지했다.

“경기장을 시 밖에 세우면 클럽 비즈니스에 더 도움이 됐겠지만 내부에 세우기로 했다. 모든 사람들이 옛 경기장과 같은 거리를 와서 같은 바, 같은 가게를 가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옛 스타디움은 이 골대 뒤 스탠드에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세 스탠드를 세 시즌 동안 만들었고, 그 다음 여기를 허물고 새로 지었다.” (보르하 곤살레스 빌바오)

아틀레틱은 아무리 중요한 경기가 있어도 매주 수요일 지역민과 팬을 위해 훈련장을 개방하고 1군 선수들과 감독이 지역 사회 활동을 하는 전통을 멈추지 않는다. 매주 수요일 레사마 훈련장은 팬에게 개방되고, 미리 신청한 지역 단체가 방문해 선수들의 훈련을 전체 공개로 지켜보고 훈련 뒤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10월 초 바스크 더비를 앞두고, 팀이 최근 5연속 무승, 15위까지 추락한 시점에도 베리소 감독과 선수들은 팬에게 최소한 하루의 제대로 된 훈련을 보여주고, 웃으며 맞이했다. 아틀레틱의 성공을 위해선 경기 결과도 중요하지만 지역민과 팬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게 더 중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축구 팀을 진정으로 위대하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걸 내재화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가 레사마 훈련장을 방문한 날에는 빌바오시의 한 양로원이 훈련장을 방문했다. 마리카르멘 에체바리아(83)씨는 “우리 할아버지부터 남편과 자식까지 모두 응원하는 아틀레틱클럽은 우리 가족”이라며 웃었다. 또 다른 고령의 여성 팬은 "여기 22명의 선수가 다 내 남자친구"라고 농담했다. 

아틀레틱이 빌바오시와 비스카야주의 바스크인의 생활에 활력소이자,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승컵이 있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우승컵이 없어도 자부심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싸우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아모로투 기술이사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아틀레틱은 120년간 같은 방식으로 행복하고,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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