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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축구환상곡] ‘그리즈만 배출’ 소시에다드, 순혈 포기하고 얻은 것

작성일: 2018.10.27 11: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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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알소시에다드 유소년 팀에서 성장한 최고의 선수, 그리즈만 ⓒLFP

[스포티비뉴스=산세바스티안(스페인), 한준 기자] 바스크 지방에서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받는 팀. 이천수가 뛰었던 팀. 바스크 순혈 정책을 폐기한 팀. 한국의 축구 팬들에게 알려진 레알 소시에다드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바스크 더비를 이루는 지역 라이벌 아틀레틱클럽 빌바오와 대척점에 있는 팀으로 알려졌지만, 생각보다 두 팀의 사이는 친밀하다. 레알 소시에다드 역시 지역 사회와 밀착도가 높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과거 스페인 왕실의 휴양지로 알려진 산세바스티안을 연고로 하지만, 바스크 지방에서 두 번째로 큰 기푸스코아(Gipuzkoa)주의 구심점이 되는 축구 클럽이다.

▲ 레알 소시에다드 수비에타 훈련장에 진열된 트로피 ⓒ한준 기자

무엇보다 유소년 육성 성과 측면에서 아틀레틱 클럽 못지 않다는 자부심이 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지난 몇 년 사이 사비 알론소(소시에다드→리버풀→레알마드리드→바이에른뮌헨), 앙투안 그리즈만(소시에다드→아틀레티코마드리드), 이니고 마르티네스(소시에다드→아틀레틱클럽), 아시에르 이야라멘디(소시에다드→레알마드리드→소시에다드), 알바로 오드리오솔라(소시에다드→레알마드리드) 등을 유소년 팀에서 키워내며 주목 받고 있다. 

“아틀레틱 클럽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왔나요? 순혈주의를 자부하지만, 지금 아틀레틱클럽 1군 선수단의 35%에 달하는 선수가 우리 지역에서 키워낸 선수들입니다.” 레알 소시에다드 훈련장 수비에타에서 만난 로베르토 올라베(Ronerto Olabe) 기술이사와, 그리즈만이 만 13세의 나이로 수비에타에 왔을 때 첫 번째 감독이었던 루키 이리아르테(Luki Iriarte) 현 유소년 총괄 디렉터로부터 레알 소시에다드의 선수 육성 철학을 들었다. 

시즌을 치르며 보수 공사 중인 아노에타 경기장에선 레알 소시에다드 역대 최다 출전 기록(599경기)을 보유한 ‘원클럽맨’ 알베르토 고리츠(Alberto Gorriz)로부터 순혈 정책을 폐기했던 이유와 효과도 들었다. 아틀레틱 클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스크 축구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 수비에타 훈련장 입구 ⓒLFP
▲ 수비에타 훈련장 지도 ⓒLFP


◆ 우리가 몰랐던 기푸스코아, “빌바오 순혈? 35%는 우리 지역이 키운 선수”

인구 72만의 기푸스코아주는 빌바오가 속한 비스카야주와 맞닿아 있다. 기푸스코아주의 주도가유럽 3대 해변으로 꼽히는 콘차를 보유한 산세바스티안이다. 산세바스티안은 지난 2016년 스페인에서 네 번째로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된 아름다운 도시다. 

바스크어로는 도노스티아(Donostia)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산세바스티안은 푸른색과 하얀색으로 이뤄진 문장이 상징이고, 이 색이 산세바스티안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레알소시에다드의 상징색으로 설정되어 있다. 산세바스티안은 인구 19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기푸스코아주 전체의 지지가 없다면 운영이 쉽지 않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부유한 이웃 아틀레틱 클럽과 달리 경기장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다. 아노에타 경기장은 산세바스티안시 소유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을 위해 건립해 1980년 개장한 수비에타 훈련장에 꾸준히 투자하며 제한된 예산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는 1980-81 시즌과 1981-82 시즌 라리가 연속 우승을 이뤘고, 창단한 1909년 코파델레이에서 처음 우승했고, 1986-87 시즌 코파델레이 우승 후에는 메이저 트로피와 인연이 없다. 1989년 바스크 지역 선수만 영입하는 순혈주의 정책을 포기한 뒤 2002-03 시즌 라리가 준우승을 차지하며 반등했고, 21세기 들어 꾸준히 유럽클럽대항전에 나서며 라리가를 대표하는 팀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도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팀이다. (주/ 1909년 창단해 109주년. 2019-20 시즌에 110주년을 맞이하며, 아노에타 경기장 보수 작업이 마무리된다.)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지난 몇 년간은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지만, 다시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영감을 갖고 있다.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은 단지 우승컵으로만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 경기를 떠나 우리 지역에서 팀이 갖는 가치와 의미를 봐야 한다.”

▲ 로베르토 올라베 기술이사 ⓒ한준 기자


소시에다드 최다 출전 기록을 보유한 고리츠는 “축구가 많이 바뀌었고, 이제 축구에 돈과 중계권이 아주 중요해졌다”며 "메이저 타이틀 경쟁의 문이 모든 팀에게 열려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서로 다른 생존법과 지향점을 통해 성과를 내고 행복할 수 있다. 물론, 패배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칸테라(cantera, 채석장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축구용어로 쓰일 때 유소년 육성을 의미한다)를 중시하는 팀이다.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 우승 경쟁은 아주 어렵다.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일이 있다. 칸테라를 통해 차이를 만들고, 유럽 대항전에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알베르토 고리츠)

수비에타 훈련장은 레알 소시에다드가 TV 중계권료 배분 방식 변경으로 늘어난 수익을 통해 지속적으로 투자해 유럽 최고의 훈련장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2018-19 시즌을 준비하던 레알 소시에다드는 기후 조건과 훈련 시설면에서 수비에타 만한 곳을 찾지 못해 프리시즌을 타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수비에타에서 보내기도 했다. 인프라 측면에서 레알 소시에다드는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다.

외국 선수 영입으로 문호를 개방했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근 레알 소시에다드가 배출한 최고의 선수 그리즈만은 레알 소시에다드가 유소년 시기에 영입해 직접 키운 선수다. 2006-07 시즌 충격의 강등 이후 3년 간 2부리그에서 고전하며 2010-11 시즌 라리로 돌아온 레알 소시에다드는 유소년 육성에 더 큰 힘을 쏟고 있다.

“비록 팀을 떠났지만 그리즈만이 거두고 있는 성공은 레알 소시에다드에도 좋은 일이다. 그리즈만은 우리 팀에 아주 어릴 때 왔다. 선수로나 사람으로나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는 프랑스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출신이 그런 활약을 펼쳤다는 것은 우리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다.” (고리츠)

“앙투안은 여기서 자라서 큰 선수가 된 경우다. 우리 철학과 가치 등을 체득하며 큰 선수다. 그런 선수를 보유한 것은 우리에게 좋았던 일이다. 다른 국적의 선수가 와서 우리의 방식으로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은 자부심이다. 그 외에도 알론소, 오드리오 솔라처럼 팀을 나가는 선수들이 있었다. 상대 팀 소속으로 다시 만나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이런 최고의 선수를 배출하는 것은 목표이고, 자부심이고, 이곳 아이들의 꿈이 되고 있다.” (올라베)

▲ 앙투안 그리즈만을 키운 루키 이리아르테 유소년 총괄 디렉터 ⓒ한준 기자


◆ 아틀레틱으로 간 이니고, 유소년 시절에는 ‘수비에타’를 택했다

비스카야주에 소재한 150개 클럽과 협업하는 아틀레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레알 소시에다드 역시 기푸스코아주 90개 클럽과 협업 관계다. 

기푸스코아주에는 또다른 스페인 1부리그 클럽 에이바르도 연고로 하고 있는데, 선수 육성 측면에서는 경쟁 관계가 아니다. 도시 인구가 2만 7000여명에 불과한 에이바르는 1군 팀도 자체 훈련장이 없고, 유소년 팀도 지역 사회 교육 활동의 일환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이냐키 오테기 레알 소시에다드 총괄 매니저는 “에이바르의 모델은 1부리그 하위 팀이나 2부리그의 선수를 영입해 잘 써먹는 것이다. 직접 선수를 키우는 팀은 아니다. 우리와 정책적으로 겹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기푸스코아주에 있는 모든 선수들에 대해 알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예전보다 훨씬 안정되고 있다. 필요한 부분을 충족하고 있다. 우리는 특히 FIFA가 강조하는 지역 선수 육성 측면에서 매우 경쟁력이 있다. 이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금 1군 선수단의 60%가 아카데미 출신 선수다. 옆 동네에 있는 아틀레틱클럽 1군 선수단의 35%가 기푸스코아주에서 키운 선수다. 우리 지역이야 말로 선수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데 성과를 잘 거두고 있다. 기푸스코아는 최고의 축구 선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축구적으로 대단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로베르토 올라베) 

올라베 기술이사의 설명대로 이니고 마르티네스, 유리 베르치체, 다니 가르시아, 우나이 로페스, 미켈 발렌시아가, 아리츠 아두리스, 고르카 구루세타, 페루 놀라스코아인 등 8명은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팀에서 뛰었거나, 산세바스티안 지역 내 유소년 클럽인 안티구오코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마르켈 수사에타는 아틀레틱클럽에서 유소년 경력을 시작했지만 기푸스코아 태생 선수다.

특히 이니고 마르티네스의 경우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레알 소시에다드의 주장으로 자리잡았던 선수다. 아틀레틱클럽과 레알 소시에다드가 오직 축구적으로만 경쟁하는 평화로운 더비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니고가 아틀레틱으로 이적했을 때 레알 소시에다드 팬들은 큰 분노를 표했다. 레알 소시에다드 유소년 총괄 디렉터는 이니고가 아틀레틱으로 이적했지만 유소년 시기 내린 결정은 수비에타의 선수 육성 시스템의 우수성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니고 마르티네스는 비스카야 출신이지만, 이 아카데미를 택했다. 그가 여길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12년 간 여기에 있었다. 레사마에서 뛸 수도 있었는데, 여기를 택했다. 그리즈만과 같은 세대다.“

▲ 소시에다드가 키운 또 한명의 스타 오야르사발 ⓒ한준 기자
▲ 2018년 여름 임대 영입한 바르셀로나 출신 공격수 산드로 ⓒ한준 기자


◆ ‘개방주의’ 레알 소시에다드는 최소한 2년은 선수를 기다려준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1989년 아일랜드 국적의 리버풀 공격수 존 알드리지를 영입하며 순혈주의를 폐기했다. 유소년 팀에도 스페인 내 여러 지역 선수를 받고, 외국인 선수가 들어올 수 있다. 그렇지만 유럽의 축구팀은 지역과 밀착해 있다. 수비에타 훈련장에서 활동 중인 선수의 85%가 바스크 출신이다. 타 지역 출신은 15%에 불과하다.

개방주의를 표방하는 레알 소시에다드는 이 15%의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활동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리아르테 유소년 총괄 디렉터는 “우리는 어떤 선수에게도 장벽이 없다. 우리 역시 바스크 지역을 생각하지만 호스트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우리 지역 선수를 기반으로 키우지만 15%는 밖에서 왔고 어느 지역에서든 올 수 있고 키우고 있다. 우리는 출신보다 가치를 더 중시한다.”

그러면서 비 바스크 출신 선수들은 최소한 2년 간은 적응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자체 룰을 설명했다.

“사실 외부 선수 적응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다. 많은 선수들이 바스크어를 하는데 그 언어를 익히기 아주 어렵다. 그래서 새로 온 선수를 돕기 위해 신경 쓴다. 우리 룰은 기푸스코아 출신이 아닐 경우 무조건 2년은 있게 한다. 적응기가 필요한 이들을 기다려주는 것이다.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훈련과 생활 적응에 이 선수들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바스크어를 못해도 된다. 스페인어로 소통해도 된다. 누구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운영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한다. 축구뿐 아니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에도 신경 쓴다. 교육은 선수를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 수비에타 훈련장의 농구장 ⓒ한준 기자
▲ 재활시설 및 다른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시설 ⓒLFP


◆ 공부하는 선수, 다른 스포츠 종목 교육 의무 ‘지역 인재 육성 구심점’

“우리는 기푸스코아의 미래를 생각한다. 축구 훈련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교육을 비롯한 스포츠의 효과를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우리는 축구 선수들을 1군에 보내는 것도 목표이지만 기푸스코아 지역의 미래를 위한 사람으로 키우길 바란다. 그래서 교육도 중요하다.” 

루키 이리아르테 유소년 총괄 디렉터는 레알 소시에다드의 선수 육성 시설 수비에타가 좋은 사람을 키우는 측면에서 특별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점에 바스크의 다른 지역뿐 아니라 스페인의 다른 지역에서 찾아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소년 전용 시설인 ‘고라비데’에서 본격적으로 축구에 매진하는 것은 12세부터다. 기푸스코아 지역 정부의 규정에 따라 우리는 모든 학생들에게 축구를 가르친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모두 이곳에서 축구를 배우고, 동시에 축구가 아닌 6개의 스포츠 종목을 연습해보게 한다. 이를 통해 본인의 장점을 찾고 살릴 수 있게 한다.”

실제로 수비에타 훈련장에는 농구 코트와 핸드볼 코트 등 축구 외 종목의 장비와 설비가 구비되어 있었다. 수비에타 훈련장을 소개하던 올라베 기술이사는 “농구장을 비롯해 다른 스포츠를 해볼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유소년 및 여러 선수들이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고 연습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농구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수비에타는 기푸스코아주 스포츠 인재 육성의 산실 기능도 하고 있다.

언론 담당관 루이스 아르코나다는 축구 선수의 길을 택하더라도 학업과 병행이 필수라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진급하지 못한다. 

“연령별로 20명씩 1군, 2군, 3군 등 6개 팀이 매일 훈련한다. 우리는 산세바스티안시의 2개 학교와 연계하고 있다. 다른 도시에서 수비에타에 올 경우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기숙사에서 지낸다. 이 선수들은 모두 공부를 해야 하고, 시험을 통과해야 이곳에서 뛸 수 있다. 알라바, 리오하, 부르고스 등 인근 지역에서 산세바스티안으로 많이 온다.” (루이스 아르코나다 언론 담당관)

이리아르테 유소년 총괄 디렉터는 이 선수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정기적으로 선수 가족과 학교 선생님을 수비에타 훈련장에 초청해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상담을 갖는다고 했다. 

“우리는 가족은 물론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선수에 대한 모든 이야기와 의견을 나누고 함께 일한다. 우리가 함께 일해야 선수의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줄 수 있다. 우리는 한 명의 선수라는 생각인 동시에 한 명의 사람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훈련과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 1년에 3번씩 모든 선수들의 가족들을 이곳에 부른다. 올해는 150명의 선수 가족이 왔다. 11월에 우리는 학교 측과 함께 선수는 물론 유소년 축구팀이 어떤 점을 발전시켜야 할지 같이 논의한다.”  (루키 이아르테 유소년 총괄 디렉터)

수비에타 훈련장이 자랑하는 그들만의 ‘개성’은 축구 훈련의 측면에도 있지만, 선수를 사람으로 대하는 자세와 규정에 있다.

"새로운 선수를 찾는 건 어렵다. 그래서 모든 선수를 살핀다. 우리가 한 명의 선수를 영입하면 최소한 2년은 본다. 어떤 선수는 적응이 빠르고 어떤 선수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들을 지원하고, 훈련시키고, 지적인 부분도 살핀다. 모든 선수가 자리잡도록 하는 게 목표다." 

"우리는 선수 개개인을 다 바꿀 수 없고, 그들을 개별적으로 존중한다. 이들이 팀의 일원으로 적응하길 바란다. 서로 다른 개성이 얽혀 팀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멕시코에서 온 카를로스 벨라도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가 자리잡도록 이런 과정을 거쳤다. 우리는 한 선수가 오면 사회적으로, 학업적으로, 모든 면에서 지원했다. 하루 온종일 이 점을 중요시했다. 우리의 작업은 모든 가족을 이해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좋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 우리 팀에 찾아오도록 하고 싶다.” (루키 이리아르테)

▲ 산마메스에서 열린 바스크더비 승리를 기뻐하는 레알 소시에다드 선수들 ⓒLFP

▲ 시즌을 치르면서 개보수 중인 아노에타 경기장 ⓒ한준 기자


◆ 순혈주의는 포기해도, 바스크 중심 주의는 굳건하다

레알 소시에다드가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개방주의를 택한 것은 배타적이지 않게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상생 발전하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85%가 지역 출신인 만큼 방점은 그래도 지역에 있다. 접근성은 물론이고, 클럽을 지지하고 운영하는 기반이 연고 지역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지역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모든 지역에서 온 선수들과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가치를 나누고 싶다. 비전은 갖지만 다를 수 있다. 단지 이사진의 결정뿐 아니라 우리가 가치를 나누고, 여러 지역 사람들에게 열린 자세를 갖자고 결정했다. 특히 스페인 타 지역 사람들에게 열자. 우리 정신과 지역을 잊지 않으면서 지역이 공감대를 얻어 이 방식을 택했다. 정책상 우리도 과거에는 바스크 지방 선수들만 계약할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의 방식과 과정으로 성장하는 선수를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로베르토 올라베)

올라베 기술이사 역시 최근 바스크 지방 팀들이 라리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부심을 표했다. 비단 레알 소시에다드 뿐 아니라 스페인 북부 지역 팀들이 선전하고 있는 상황을 반겼다. 

“아틀레틱과 소시에다드가 역사적으로 강하지만 알라베스와 에이바르도 1부에 있고, 오사수나도 2부지만 오랫동안 1부에서 활동한 팀이다. 우에스카도 인근 지역에 있다. 1부리그의 20%를 바스크 지방 팀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훈련 프로그램, 사회 공헌 프로그램 모두 우리에겐 도전이고 성과다. 이제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은 간단하다. 좋은 선수를 오도록 하고, 잘 키우는 것이다.”  (올라베)

레알 소시에다드는 지역 코디네이터를 두고 적극적으로 재능있는 유소년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기푸스코아주에 5명을 두고 있고 비스카야, 나바라, 알라바와 프랑스의 바스크 지역, 가까운 리오하에도 전담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다. 규모는 총 25명으로 서로 협업하며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고 있다. 

성공적인 유소년 육성 시스템은 곧 이상적인 축구클럽이 되는 길이다. 이리아르테 유소년 총괄 디렉터는 “레알 소시에다드가 축구의 롤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이 지역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리도 늘 기푸스코아 지역 선수들을 주목한다. 매 세대마다 1명씩은 1군 팀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에는 1997년생~2000년생 선수들이 1군 팀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조금씩 자리잡게 하고 있다. 어떤 한 세대는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1군에 들어가는 선수를 배출하고자 한다. 우리에겐 1군에 선수를 진출시키는 것이 승리이고 트로피다. 그게 우리의 경기다.” (이리아르테)

레알 소시에다드는 개방주의를 펴지만 수비에타 훈련장 시설에 담은 철학과 단어는 바스크어로 표기하고 있다. 1군 전용 시설에 가인디투, 유소년 전용 시설에 고라비데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의미가 있다. 고라비데는 올라간다는 의미, 가인디쿠는 극복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소년 훈련장의 위치도 산 비탈을 올라가는 형태로 한 단계씩 올라가도록 건설되어 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기푸스코아주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축구는 이미 특별한 사회적 현상이다. 파란색과 하얀색 줄무늬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많은 의미를 갖는다. 축구팀 엠블럼이 이 지역 사람들을 대표한다. 많은 사람들이 산세바스티안만 생각하는데 기푸스코아를 생각해야 한다. 기푸스코아주 사람들이 레알 소시에다드의 소시오로 가입해 지지하고 있다.” (고리츠)

▲ 레알 소시에다드 역대 최다 출전을 보유한 원클럽맨 고리츠 ⓒ한준 기자
▲ 훈련장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역대 원클럽맨 ⓒ한준 기자


◆ 외국인 개방 효과, “더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많은 승리를 이뤘다”

레알 소시에다드가 문호를 개방한지 30년이 지났고,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하지만 오랫동안 아틀레틱클럽과 마찬가지로 순혈주의 정책을 폈던 레알 소시에다드가 첫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철학을 바꿨을 때 아무런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79년부터 1993년까지 15시즌 동안 레알 소시에다드의 센터백으로 뛴 ‘원클럽맨’ 고리츠는 두 번의 라리가 우승을 경험한 선수이자, 첫 외국인 선수 알드리지를 맞이한 선수로 격변기를 몸으로 겪었다.

“(정책 변경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은 있었다. 나 역시 선수로 뛰면서 팀 내 선수들이 다 지역 출신만 있다가 그런 변화를 겪었으니 낯설었던 것은 사실이다.” 고리츠는 그러면서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했다”며 알드리지가 오면서 팀에 끼친 영향은 긍정적인 것이 많았다고 했다. 

“알드리지라는 좋은 선수가 왔던 부분이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 같다. 성숙한 선수였고, 국제적 선수였다. 우리 팀에 왔을 때 알드리지가 32세로 베테랑이었다. 외부 선수가 우리 팀에 와서 가르쳐준 게 많아서 효과가 컸다. 축구적으로는 팀을 위해 뛰고 수비도 열심히 했다. 생활적으로도 선수들과 잘 지내고 농담도 하고 어울렸다. 알드리지는 우리 팀에서 한 명 이상의 존재감을 보였다. 새로운 것을 가져왔고, 적응도 잘했다.” 

“문제는 있었다. 언어 때문이었다”고 회고한 고리츠는 “하지만 여긴 작은 지역이고 다들 응원했다”며 지역민과 융화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고 했다. 이후 앳킨슨 등 계속 외국인 선수가 영입됐다. 알드리지가 첫 외국인 선수로 터를 잘 닦아 놓은 덕분이었다. 알드리지는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두 시즌을 보냈지만 공식 75경기에 나서 40골을 몰아쳤다. 결과를 확실히 냈다. 

"지금도 가끔씩 산세바스티안에 온다. 알드리지가 오면 같이 밥도 먹고, 축구 얘기도 하고 잘 지냈다. 그때 포르투갈 출신 카를루스도 입단했는데, 가족처럼 지냈다. 아이들끼리도 알고 지낼 정도로 여기 생활에 잘 적응해다. 분위기가 좋았다.  잘 지냈다. 프로 선수로도 잘 적응했고 그 뒤로는 문제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 변화를 겪으면도 얻은 게 많다. 알드리지를 알게 되고 앳킷슨 등과 같이 지냈다. 오늘날 그들과 연락하고 만나고 여기 오면 같이 밥먹고 축구 얘기한다. 그때 포르투갈, 잉글랜드 등 출신 선수들이 오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어렵게 문호를 개방한만큼 확실한 선수를 데려왔다. 고리츠는 지금도 알드리지가 레알 소시에다드에 온 역대 외국인 선수 중 첫 손에 꼽힌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수준높은 축구를 했다. 골도 많이 넣었고 날렵했다. 개인 플레이도 좋았지만 팀 플레이어였다. 야망도 컸다. 그 자신도 적응을 위해 많은 것을 배워야 했지만,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도 많았다.” 

고리츠는 “이곳이 내 집이고 고향이고, 가족들 모두 여기 있다”며 15년 간 오직 레알 소시에다드를 위해 뛴 원클럽맨이 된 이유를 말했다. 스페인 국가 대표로 12경기에 나서 1골을 넣은 고리츠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도 출전했고, 레알 베티스의 영입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오직 레알 소시에다드에서만 경력을 쌓았다. 고리츠의 클럽 최다 출전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그는 레알 소시에다드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큰 선수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빌바오를 바스크 대표 팀으로 생각하고 크게 생각할 것이다. 인구도 여기보다 많고. 하지만 기푸스코아도 작지만 아름다운 곳이다. 산세바스티안은 눈부신 곳이다. 좋은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 우리 지역과 사람도 더 많이 알려질 것이다. 아틀레틱은 그들의 정책을 통한 메리트가 있다. 이적 시장에서 제한을 겪겠지만, 아름다운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도 기반은 칸테라다. 이번 바스크 더비에 뛰는 선수 중 기푸스코아 출신 선수가 가장 많다.  많은  선수들, 클럽 사람들이 여기서 태어났고 자랐다. 요즘 우리 팀에는 외국인 선수도 뛰고 있지만 우리 팀의 색깔과 의미, 가치, 그리고 팬들은 바뀌지 않는다. 정책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고리츠)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 산세바스티안의 명소 콘차 해변과 도심 전경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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