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뿌리를 찾아서③-애국심 고취를 위해 마련된 대운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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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019년 역사적인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서울)를 앞두고 익산시를 비롯한 전라북도 일원에서 열린 제99회 전국체전이 지난 18일 막을 내렸다. 1920년 7월 창립한 조선체육회(오늘날 대한체육회)는 그해 가을 전국체전의 기산점이 되는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개최해 100여년 뒤 후손들이 프로 야구와 축구 월드컵에 열광하고 조기 축구와 직장 야구, 3-3 농구, 주말 골프를 즐기는 스포츠 환경의 든든한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 스포츠 ‘선사 시대’에 선각자들은 이 땅에 스포츠를 도입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활동을 했을까. <편집자 주>
1897년 4월 훈련원에서 열린 한성 관·공립 소학교 연합 운동회에서 독립신문 사장 서재필은 참가 학생들에게 국기인 태극기를 소중히 여기라고 훈시했다. 갑신정변으로 미국에 망명했다가 돌아온 서재필은 기울어져 가는 나라를 구하고자 국민들에게 독립 의식과 민주주의 사상을 불어넣기 위해 1896년 4월 7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사장으로 취임했다.
서재필은 운동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조선의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대운동회를 치르면서 조선 국기(태극기)를 보게 되니 조선 인민도 차차 국기를 알게 되고 국기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될 것이다. 국기란 위로는 임금을 나타내는 것이고 아래로는 인민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국기가 곧 나라를 나타내는 것이니 이렇게 학생들이 모여 운동회를 가질 때 국기를 모시는 것은 조선 인민들이 차차 조선도 다른 나라들처럼 세계 속에서 자주 독립하자는 뜻이 담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재필을 비롯한 선각자들은 당시 학생들의 운동회가 단순한 놀이나 오락의 틀에서 벗어나 국가 의식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기회로 여겨 운동회 개최를 장려하고 있었다.
1897년 6월 훈련원에서 영어학교의 대운동회가 열렸다. 이 대운동회를 보도한 당시의 신문 기사를 풀어 간추려 보면 ‘16일 오후 4시 30분 영어학교 학생들이 훈련원에서 대운동회를 가졌다. 각국 외교관과 정부 국무대신 그 밖의 고관, 외국 신사들이 초청됐다. 훈련원 둘레에 울타리를 치고 그 울타리 위에는 붉은 기를 많이 꽂아 관객이 경기장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내빈석에는 많은 의자와 탁자를 놓아 내빈들을 앉게 했다. 입구와 내빈석 앞에는 태극기와 영국기, 미국기 등 많은 외국의 국기들로 장식했다’고 돼 있다.
태극기는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았다. 태극기가 정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태극기를 내걸 기회도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총을 멘 학생들이 연병장에서 행진을 한 뒤 여러 경기가 벌어졌다. 심판은 영국인 교사 허치슨과 터너 그리고 기록원은 핼리팩스가 각각 맡아 질서 있게 경기를 진행했다. 이 운동회의 경기 종목을 살펴보면 육상경기 종목과 여흥적인 종목으로 구성됐으며 당나귀 20마리까지 경주에 참가한 것을 보면 가히 대운동회라 불릴 만큼 큰 규모였던 것으로 보인다.
달리기의 거리를 정한 보(步)는 한 걸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야드를 뜻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그 까닭은 근대 육상경기의 발상국인 영국에서 야드제를 채택했고 이 운동회가 영국인들에 의해 지도되고 운영됐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운동회가 열린 것은 우리보다 20년 이상이나 빠른 1874년의 일로 도쿄의 해군병학교에서 영국 해군 소령 더글러스의 지도 아래 치러졌다. 이 운동회의 달리기 종목을 살펴보면 15세 이하 300야드, 15세 이상 600야드 등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영어학교 운동회의 300보 경주와 600보 경주는 바로 300야드 경주 그리고 600야드 경주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진 신문 기사에는 ‘각종 경기가 끝난 뒤에 학생들의 군사 훈련 시범에 이어 시상식을 가졌다. 상품은 은시계, 시계줄, 은병, 주머니칼, 명함갑 등 귀한 물품들이었다. 이 상품들은 내외 유지들이 추렴한 300원의 돈으로 중국 상하이에서 구입한 것이다’라고 설명이 돼 있다.
당시 학교 운동회가 학생들의 군사 훈련 시범 마당이 된 것은 나라를 지키려는 국민적 결의의 표출로 보인다. 운동회는 조선을 침략하려는 일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켜 뒷날 일본은 개최 비용을 핑계로 관립 학교의 연합 운동회를 없애도록 압력을 가하게 된다.
운동회의 상품으로 은시계 등 당시로는 매우 비싼 물품이 주어진 것은 역시 운동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독립신문은 이 대운동회에서 학생들이 훌륭한 군사 훈련 시범을 보이고 각종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장면을 보고 ‘이 대운동회를 보고 뜻있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이렇게 뻗어 나가는 모습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보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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