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 와이드먼은 미국 뉴욕을 '기회의 땅'으로 삼으려 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16년 9월 크리스 와이드먼(34, 미국)은 자기 고향에서 열린 UFC 205 기자회견에서 이전과는 다른 '온도'를 느꼈다.

마흔 개가 넘는 질문 가운데 자신에게 들어온 질문은 단 3개. 한때 뉴욕의 제왕으로까지 불렸던 인기 파이터에게 들러리로 전락한 기자회견은 독설보다 더 가혹했다.

UFC 205 주인공은 단연 코너 맥그리거였다. 맥그리거가 에디 알바레즈를 상대로 라이트급 타이틀 도전에 나선 대회. 이슈가 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예전보다 뚝 떨어진 관심도는 비정할 정도로 매서웠다. 2013년 역사상 최고 격투가로 평가 받던 앤더슨 실바를 2경기 연속 제압하며 커리어 정점을 찍었던 뉴요커가 '맥그리거 쇼' 조연으로 완벽히 내려앉았다.

원인은 명료했다. 처참하게 진 루크 락홀드와 맞대결이 발목을 잡았다. 2015년 12월 13일(이하 한국 시간) 와이드먼은 UFC 194에서 앙숙 락홀드와 주먹을 섞었다.

4라운드 3분 12초 만에 펀치 TKO로 무릎을 꿇었다.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완패했다. 3라운드 종료 공이 울렸을 때 이미 승세가 기울었다.

언론은 미들급 4차 방어에 실패한 그에게 "(세 번째 라운드가 끝났을 때) 진작에 중단됐어야 할 경기였다. 4라운드는 무의미했다"며 그를 더 아프게 했다. 왕좌에서 내려온 챔피언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이 한 번의 패배로 입지가 크게 흔들렸다. 와이드먼은 UFC 205 기자회견 하루 전까지도 재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전보다 현저히 낮아진 계약 조건이 새 계약서 사인을 망설이게 했다. UFC 회장직에서 물러난 로렌조 퍼티타가 막판 소방수로 나서지 않았다면 옥타곤에서 커리어를 잇지 못할 수도 있었다.

시련은 브레이크 없이 이어졌다. 챔피언벨트를 내준 와이드먼은 이후 요엘 로메로, 게가드 무사시에게도 차례로 KO패했다.

내용도 굴욕적이었다. 두 선수에게 연이어 니 킥을 얻어맞고 풀썩 주저앉았다. 커리어 13연승, 무패 행진을 달렸던 실력자가 3연패라는 낯선 상황에 몰렸다. 벼랑 끝이었다.

모두들 내리막길을 의심치 않았다. "이스트 코스트 터프가이 전성기는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히 들렸다. 하지만 와이드먼은 지난해 7월 극적으로 반전 흐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켈빈 가스텔럼을 암 트라이앵글 초크로 꺾고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와이드먼에게 오는 4일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리는 UFC 230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고향에서 열릴 뿐 아니라 상대인 호나우도 자카레 소우자를 잡으면 다시 한 번 미들급 타이틀 구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종합격투기 뉴스 사이트 MMA정키는 "와이드먼이 자신의 홈 그라운드인 뉴욕을 '기회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른넷 나이와 최근 커리어 그래프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타이틀 샷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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