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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인터뷰] 톈진 구한 박충균, 톈진을 떠난 이유

작성일: 2018.12.06 11:00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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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충균 전 톈진 취안젠 감독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여기서 내 축구 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갔어요."

전북 현대 코치로 알려진 전 국가대표 풀백 박충균(45)의 '감독 데뷔'는 짧고 굵었다. 10월 20일 상하이 선화와 2018 중국 슈퍼리그 26라운드부터 11월 11일 상하이 상강과 30라운드 최종전까지 5경기.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강등 위기에 처해있던 톈진 취안젠을 지휘한 박 전 감독에게는, 축구 열정에 불을 지핀 시간이었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한 달. 무성한 소문 속에 조용히 휴식을 취하다 스포티비뉴스를 만난 박충균 전 감독은 톈진에서 보낸 한 달, 그 이후 한 달에 대한 세간의 시선과 오해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 톈진에서 보낸 한 달, 박충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우선 2018시즌 도중 갑자기 전북을 그만두고 톈진 감독에 부임한 상황 자체가 어색했다. 외부의 시선은 2019시즌에 부임할 최강희 감독이 미리 자리를 잡아두라고 '선발대'로 보낸 것이 아니냐는 것. 결과적으로 최 감독 부임 전에 팀을 수습하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박 감독은 최 감독의 코칭스태프로 합류하지 않았다. 톈진의 지휘봉을 잡게 된 사정도 실제와는 다르다.

"톈진에 가기 위해 전북을 나왔던 것은 아니었어요. 개인 사정으로 팀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와 있던 중에 갑자기 연락을 받고 가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공식 경기 5연패 및 7연속 무승. 귀저우즈청전 1-0 승리를 빼면 8월부터 10월 초까지 치른 13경기 중 12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며 '망가진' 톈진에 마지막 5경기를 남겨두고 부임하는 것은 위험요소가 컸다.

아직 최 감독의 차기 시즌 부임이 공식화되지 않은 가운데, 박 감독은 팀을 수습하기 위한 역할을 제안받았고, 어쩌면 자신의 감독 경력을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끝날 수 있는 도전에 나섰다. 두 달 넘게 승리를 잊었던 톈진은, 박 감독 부임 후 2승 3무, 무패로 시즌을 마쳤다. 

톈진은 9승 9무 12패로 승점 36점을 얻어 9위를 기록했다. 2017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던 팀은,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떠나고 온 파울루 수자 감독 체제에서 흔들렸다가, 박 감독을 만나 위기를 빠져 나왔다. 총 36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9점을 박 감독이 한 달간 획득했다. 박 감독은 "대표팀 코치 시절에 준비한 자료들이 짧은 시간 톈진을 지휘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단기간 부임해 성과를 낸 배경이라고 짚었다.

▲ 세계적인 선수 파투를 지휘하며 지도자로 새로운 경험한 박충균 감독, 사진제공=박충균


◆ 기적 같은 5경기 무패, 박충균의 팀은 어떻게 챔피언을 꺾었나

"비기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마지막까지 지지 않고 마쳤네요." 박 감독은 한 달간의 성적표를 기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운이 좋았다"며 자신을 낮췄다. 박 감독은 5경기를 지휘하고 돌아온 자신에게 과도한 의미부여가 되는 것도 경계했다. 위기 상황에 부임한 임시 감독이라는 특수성을 알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위상을 높여온 선배의 뒤를 따라, 그 역시 한 걸을 내디뎠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박 감독이 만족하는 경기는 잔류가 결정된 후 치른 시즌 최종전. 구체적으로 전반전이다. 톈진 지휘 마지막 경기에서 만난 상하이 상강을 3-2로 꺾은 경기는, 그가 추구하는 축구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데다, 광저우 헝다의 독주 시대를 끝낸 2018시즌 챔피언을 제압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남다르다. 실제로 상하이 상강전 승리가 톈진의 임시 감독으로 부임한 박 감독에 대한 중국 축구계의 시선을 바꿔놓았다.

실제 경기를 보면 톈진은 전방과 중원에서 과감하게 달려들어 오스카가 빌드업하는 상하이의 공을 삼켰다. 중앙 지역에서 볼을 풀어가는 플레이는 세밀함이 아쉬웠으나 후방 빌드업과 측면을 통한 속공은 안정적이고 치명적이었다. 문전에 진입했을 때 자신감도 좋았다.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정신력은 박 감독 부임 후 톈진이 얼마나 안정되었는가를 입증한다.

톈진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장이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오스카와 엘케손이 뛴 상하이 상강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3골을 몰아치며 압도했다. 후반전에 자책골을 기록하며 한 골 차 승리로 경기를 마쳤지만, 5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상하이를 몰아세웠다. 마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해 단기간 바꿔놓은 A대표팀을 연상케 했다.

톈진에 패한 것은 상하이가 2018시즌 당한 네 번의 패배 중 하나일 정도로 뼈아픈 결과다. 박 감독은 이 성과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4경기를 통해 잔류를 확정한 뒤 마음이 편해져서 가능했다"고 했다. 이 경기에 박 감독은 심지어 팀에 남은 유일한 외국인 선수 알레샨드리 파투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파투는 6-2 대승을 거둔 광저우 부리전의 영웅이었지만, 박 감독은 파투에 의존하는 팀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집중은 톈진이 2018시즌 도중 내홍을 겪은 원인 중 하나였다. 박 감독은 세계적인 기량을 갖춘 파투를 대하면서 어떻게 재능을 활용해야 하는지 배웠고, 그와의 교감을 통해 선수단 운영에 대한 경험치도 쌓았다. 

"파투가 대단한 선수였던 것은 맞지만, 우리 팀에 있던 중국 대표 선수들의 기량도 좋았어요. 내가 이끄는 팀은 공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래서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하고 싶었어요. 잔류가 결정된 경기에서는 원하는 축구를 더 해보고 싶었죠. 그래서 전반전에는 파투를 빼고 했고, 3골이 다 전반전에 나왔어요." 

▲ 세심한 개별 미팅으로 망가진 톈진의 분위기를 수습한 박충균 감독, 사진제공=박충균


◆ '톈진 성공' 박충균은 왜 최강희 사단에 남지 않았나

파투는 중국 선수들이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과 동선에 패스를 주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중국 선수들은 파투가 앞에서 많이 뛰지 않아 생기는 수비 부담과 체력 부담에 불만이 있었다. 박 감독과 함께 톈진에 동행한 김용신 전력분석관은 "나중에 알고 보니 팀이 여러 선수들로 쪼개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면 못 갔을 것"이라고 했다.

파울루 수자 감독 체제에서 기강도 규율도 단합도 깨졌던 팀에 온 박 감독과 김 분석관이 내린 처방은 간결했다. 개별 미팅으로 선수들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듣고, 전술적으로 생긴 문제는 명확한 비디오 미팅으로 해소했다. 전술적 목표에 맞는 구체적인 훈련으로 매 경기 숙제를 풀었다.

많이 안 뛴다는 파투도 적재적소, 적시에 기용하며 결정력을 최대치로 활용했다. 파투는 2018시즌 CSL에서 15골을 넣었는데, 그 중 4골을 박 감독 체제에서 기록했다.

'난적' 상하이 선화와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첫 경기 이후 광저우 부리를 6-2로 대파하면서 선수들은 이름 없는 한국 지도자의 효과를 체감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 자신들을 존중하고, 세밀한 코칭으로 고민을 풀어주자 반응했다. 김 분석관은 "비디오 미팅 시간에 선수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개별적으로 더 분석을 원하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코치없이 김용신 분석관과 왔다. 김 분석관이 축구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코치 못지 않은 도움을 줬다. 통역도 잘 해줬지만, 의사 소통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분석 영상으로 코칭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분석관은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전력 분석관 출신으로 독자적인 분석 기법과 모델을 연구, 개발했다. 그동안 쌓은 분석 노하우를 톈진에 적용했고, 실제 성적으로 효과를 봤다.

박 감독과 김 분석관은 톈진에서 호텔을 숙소로 제공했지만 한달 내내 클럽하우스에서 지냈다. 경기 분석과 훈련 준비를 마치고 나면 밤 11시가 넘기 일쑤였다. 훈련 시간이 끝나고 해가 지기도 전에 클럽하우스를 떠나던 전임 코칭 스태프와 대조적인 둘의 열정은 톈진 수뇌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호 베이징 궈안과 홈 경기를 0-0 무승부로 마치며 강등 위기를 벗어난 톈진은 창춘 야타이와 2-2로 비긴 뒤 챔피언 상하이 상강을 3-2로 꺾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 박충균 감독과 김용신 전력분석관 ⓒ한준 기자


톈진 수뇌부는 물론 톈진 선수들은 자연히 박 감독과 김 분석관이 2019시즌 부임할 최강희 사단에 합류할 것으로 믿었다. 실제로 최 감독도 제안했으나 박 감독과 김 분석관은 정중히 거절했다. 자신들의 잔류가 최 감독이 팀을 운영하는 데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과는 감독이 책임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한 달간 내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축구를 했어요. 제 방식은 최 감독님의 스타일은 또 달라요. 내가 남아 있는 가운데 최 감독님의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혼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떠나는 게 모두를 위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 감독의 한 달은, 차기 감독으로 내정된 최 감독의 사전 작업이나 영향권 아래 있었던 시간이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박 감독의 성과가 최 감독에 대한 톈진의 기대감과 한국인 지도자에 대한 믿음을 남겼지만, 박 감독은 자신의 그림자가 최 감독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6년 수원 삼성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해 부산 아이파크, 대전 시티즌을 거쳐 2008년 현역 생활을 마친 박 감독은 풍생중 코치, 울산 현대 2군 코치 등을 거쳐 2012년 최 감독과 함께 대한민국 A대표팀 코치, 2013년부터 전북 현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보냈다. 

▲ 톈진에서 감독 도전의 자신감과 자산을 얻은 박충균


코치직을 맡아 다년 간 경험하고 공부한 박 감독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 아래 팀을 운영한 톈진 경험이 큰 자산이자, 동기부여가 됐다. 파투와 같은 대선수와 함께 해본 것도, 말이 안통하는 중국 선수와 일해본 것 모두 지도자로 일하는 데 큰 배움이 됐다. 지도자 경력이 끝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길이 열렸다.

하지만, 박 감독은 한 달 간 5경기를 치르며 거둔 성과에 매몰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있다. 

"한 편으로는 5경기를 더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길게 시즌을 이어갔다면 또 다른 문제를 만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입니다."

만남도 이별도 빨랐던 톈진에서의 한 달 이후. 감독 박충균은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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